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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와 손 잡는 반도체 산업…'직원훈련소 전락' 비판도

<앵커>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대학교와 손을 잇따라 잡고 있습니다. 연세대가 2021년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해서 시스템반도체 학과를 만들기로 한 데 이어서 고려대도 SK하이닉스와 손을 잡고 반도체공학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업이 운영비를 대고 4년 전액 장학금과 취업까지 보장하는 이른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라는 겁니다. 여기에는 기대 섞인 시선도 분명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대학이 기업에 종속돼서 직업훈련원으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학과를 둘러싼 논란, 노동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계약학과 방식으로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운영해 온 성균관대.

업계 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 11명이 매년 정원 외로 선발된 학생 70명을 교육합니다.

취업난에도 90% 넘는 졸업생이 삼성 반도체 부문에 취직해 입시 경쟁률도 높습니다.

[전정훈/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 : 학생들에게 전기전자컴퓨터 공학의 전반적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위에 반도체 분야라는 전문성을 더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좋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 중국의 인력 빼 가기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안정된 전문인력 확보는 국내 업계의 최대 고민거리입니다.

최근 정부가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을 밝히면서 연세대와 고려대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확정했고, 서울대와 카이스트도 업계와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학문의 보루여야 할 대학이 직업훈련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병식 교수/연세대학교 대학원 부원장 : 민주시민으로 양성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대사회에선) 평생직장을 많이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로 양성된 인재들이 향후 지속해 좋은 커리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내 위화감이 우려되지만, 환영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권순주/연세대 공과대학 : 반도체 학과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버리는 건 아니다, 별개 일이다. 의지만 있다면 교양을 접하고 사회적 부분들도 많이 배워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특정 대학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한 지방대의 반발도 거셉니다.

내일(30일) 발표되는 정부의 미래 반도체 육성 전략에는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실질적인 첨단 비메모리 기술 인력 확보에는 학부생보다 석·박사 인력과 연구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주 범, 영상편집 : 박기덕, CG : 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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