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불문율이 있습니다. 서로 진심을 보여줬던 그 모습, 비공개 장소에서 있었던 일 만큼은 웬만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문율이 깨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단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첫 시작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였습니다. 어제 아침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관영 원내대표의 협상장 발언을 공개한 것입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협상장에서 바른미래당이 자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은 자신의 소신이라면서도 자신이 민주당에 갈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으름장은 어제 지상욱 의원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의원총회 때 메모를 공개한 것입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방송에서 "나에게 약속하라고 소리치기만 했을 뿐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녹취가 있으니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상욱 의원은 "공개하라"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공개의 공개'로 국회 상황이 되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또 다른 통합의 길이 열리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탄핵 이후 서먹하기만 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공조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오신환 의원 사보임계를 막겠다고 국회 의사과에 진을 치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이 방문했습니다.
20대 국회가 한 편의 소설이라면 그 결말은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 승리해 21대 국회의 문을 행복하게 열어젖혔습니다'일 것입니다. 다만, 행복의 문을 열어젖히는 쪽이 누가 될지는, 유권자가 정할 '인터렉티브 소설'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소설의 '절정' 부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인공만 빼고 결말은 정해져 있는 이 소설의 빈 부분 - 절정부터 결말까지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