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을지 노가리 골목 'OB 베어' 39년 만에 사라질 위기?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4월 23일 (화)
■ 대담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

- 39년째 한 자리 지키고 있는 'OB 베어 맥주집' 쫓겨날 위기
- 'OB 베어 맥주집' 임대료 올라도 안주 가격은 그대로
- 건물주, 갑자기 계약 만료 한 달 앞두고 해지 통보해
- 월세 두 배로 올려내겠다 해도 거부
- 인근 다른 사업자에게 세 줘…더 많은 임대료 바라는 것 아닌지 의심
- 'OB 베어 맥주집' 권리금 받을 수 있을지 여부 불투명한 상황


▷ 김성준/진행자:

서민과 청취자 편에 서서 얘기하는 코너 <안진걸의 편파방송>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네.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 있잖아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너무 좋죠. 을지페스타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제가 사실은 노가리 골목 입구가 제 고향이에요. 지금의 노가리 골목과는 전혀 달랐지만, 거기서 태어났어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 때는 노가리 없었고 인쇄업과 공구업만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인쇄업, 공구 일하시던 분들이 밤새 일하다가 맥주 한 잔 먹고 싶은 곳이 필요했던 거예요. 그래서 노가리 골목이 시작된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저는 최근에 갔다가 이건 도대체 고향이 노가리 골목으로 된 것으로 보고서 깜짝 놀라서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정말 문전성시, 야시장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 앞의 도로까지도.

▷ 김성준/진행자:

독일에 보면 옥토버페스트 한다고 거대한 광장 같은 곳에 테이블 차려놓고 사람들 생맥주 먹잖아요. 거의 그런 분위기더라고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래서 입구에 OB베어 맥주집 건너편에 뮌헨호프, 왼쪽에 호프들이 쭉 있어서요. 저도 몇 달 전에 갔다 와 봤는데. 그 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 살아있는 것 같고요. 사람들 그런 것 굉장히 좋아하시잖아요. 우리 국민들도. 그런데 문제는 그 중에서도 1980년도에 만들어져서 벌써 39년째 되는 OB베어 맥주집이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거기 단골들 중심으로 굉장히 우려하고 있고. 제가 방금 OB베어 창업주의 사위님과 통화하고 왔거든요. 그래서 거기 출입하는 예술가들, 법률가들, 또 예전에 우리 방송에서 소개했던 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들의모임이라는 NGO 있잖아요. 임차상인들 돕는. 그 분들이 다 모여서 대책위도 만들어서 건물주 선생님에게 상생의 방법은 없겠느냐 호소하고 당부하는 활동에 곧 돌입할 예정이에요. 저도 민생경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저희 연구소도 힘을 보태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일단은 노가리 골목이 어떤 곳인지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우선 첫 번째는 궁금한 게 거기가 사실상 길을 막아버리잖아요. 그렇게 노상에 간이 탁자 놓고 영업해도 되는 건가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예전에는 안 됐죠. 그런 것들이 일종의 통행방해 민원이라든지 또는 도로 점용을 허가받지 않고 했다고 불법이라 해서 단속도 당하고. 실제 아마 앵커님도 그렇고 청취자님들께서도 단골집에, 특히 봄이나 여름에 선선할 때 밖에서 마십시다 하면 간이 테이블 깔아주시는 곳도 있고. 때로는 사장님이 와서 이거 계속 민원 들어와서 안 된다고 홀로 들어오시라고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여기는 아예 상인들이 지혜를 모은 겁니다. OB베어 맥주집 사장님부터 시작해서 사람들 많이 오고 그러니까 아예 여기를 도로 점용 허가를 일상적으로 해 달라. 여기가 서울 중구잖아요. 중구의회가 나서서 일종의 조례를 개정해서 도로 점용을 통해서. 왜냐하면 어쨌든 사람이나 차량이 다녀야 할 도로를 일정한 시점에서는. 인사동 차 없는 거리처럼요. 인사동도 차 다녀야 하는데 막잖아요. 그리고 광화문도 일요일 날 한 번씩 차 없는 거리 행사하는 것처럼. 일종의 그런 게 국민들 사이에서도 인정이 되는 것이거든요.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구역에서는 차가 안 다니고 사람이나 상인들이 공동으로 하자. 그래서 그게 된 겁니다. 작년 봄부터. 그러면서 원래 유명했던 노가리 골목인데 더 부흥이 된 거죠. 사람들도 찾아오고 완전히 명소가 된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왜 을지OB베어는 문을 닫게 됐어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래서 그게 문제입니다. 거기에 건물주가 있을 것 아닙니까. 벌써 39년을 이 분들이 장사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그냥 장사만 해온 것이 아니라 그 골목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오래된 가게, 문화가 있는 가게, 노포라는 얘기도 나오고. 요즘 우리가 100년 가게도 가야 한다. 우리가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100년, 200년 가게 된 가게들, 3대째, 4대째, 5대째 내려오는 가게들이 명소가 되어 있잖아요. 여기는 지금 어르신이 창립하고 따님과 사위가 2대째 하고 있고, 그 다음에 여쭤보니 대학생 아드님이 친구들과 알바 노동도 하면서. 3대로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3대가 오순도순 이만큼 키워온 거예요. 그리고 여기가 안주가 1,000원입니다. 비현실적이죠. 작은 북어와 황태로 일일이 구워서 드려요.

▷ 김성준/진행자:

그게 어떻게 1,000원이죠?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왜 올리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보통 임대료도 올라가면 올려야 하는데. 그래도 그것을 전통으로 사장님, 창업주가 절대 올리지 말라고 했대요. 그것은 우리의 전통이고. 우리가 돈을 벌려고 어쩔 수 없이 하지만. 많이 벌려고 하지 말고 거기를 찾아오는 손님과 공동체, 골목에 정치와 정을 가지고 살아가자. 그런데 건물주는 지금 이 분들에게 갑자기. 작년 10월 말에 계약이 만료였는데. 갑자기 아무런 내색이 없다가 한 달 정도 남겨놓고 계약 해지 통보를 해온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이 분들은 39년 동안 해왔으니 계약 만료가 되어도 당연히 자동연장 할 줄 알았다고 생각하셨겠죠.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최근에 가급적이면 상가들과 재계약을 해서 최저임금도 올랐는데 중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가 조금 더 잘 감당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분위기였잖아요. 느닷없이 소송까지 걸어버린 거예요. 제가 이 자료집도 갖고 왔는데. 이게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상담사례집이고요.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도 해주거든요. 그런데 조정할 기회도 안 준 겁니다. 왜냐하면 계약 해지 통보하고 소송을 바로 걸어버리니까. 소송이 들어오면 서울시에서도 조정을 못 하는 거예요. 아마 건물주가 그런 것도 노리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기습적으로 소송까지 걸어서.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왜 나가라는 거예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게 납득이 안 되어서. 그러면 우리가 월세를 두 배라도 올리겠다. 예를 들어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올려서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저희들 추정으로는 그렇습니다. 아직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는데. 인근의 또 다른 사업자에게 내주기로 하면서 월세를 더 받기로 하고. 또 권리금도 따로 받기로 한 것이 아닌가. 이런 합리적인 의혹이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이 을지OB베어가 다른 세입자에게 물려줄 기회도 안 주고. 원래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6달 동안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도 줘야 하거든요. 그 기회도 주지 않고 계약 해지 통보와 소송이 바로 들어왔기 때문에. 더 많은 월세와 임대료를 노리려고 한 것 아닌가. 그 다음에 권리금도 혹시 중간에서 본인들이 직접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 김성준/진행자:

이것은 건물주만의 생각이 아니라 경쟁업소가 강력한 경쟁자 하나를 밀어내려고 건물주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는 거네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랬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당신들이 두 배로 올려준다고 해도 내가 세 배로 올려준다는 곳이 있다. 그런데 어디인지 말은 안 해주는 거죠. 그러면 여기가 권리금도 상당히 형성되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법은 분명히 6개월 동안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하라고 돼 있고 안 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기회도 보장하지 않고 바로 명도 소송을 해버렸기 때문에.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지금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39년 영업을 해서 골목을 아예 명물로 만들어 놨는데 권리금도 못 받고.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골목을 키운 분들인데. 그리고 이 분들이 철학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보다. 흔히 보면 장사 잘 되면 이사하거나 건물을 신식으로 개조를 하잖아요. 그러면 맛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안 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것도 안 한 거예요. 39년째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르포 작가들도 다녀오셨더라고요. 저희들도 몇 달 전에 갔고. 저도 내일 한 번 현장에 가보려고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전망은 어떻습니까?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현행법으로는 어쨌든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에. 만약에 소송으로만 가면 패소할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이 분들이 권리금 회수할 기회도 안 줬고 기습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도 했기 때문에. 판사님들이 최대한 재량으로 합리적으로 조정을 해준다거나. 아니면 계약을 어떻게든 조금 더 장사를 할 수 있게 최대한 소송을 끌어준다거나. 이런 방법이 있고. 결국은 법원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책위를 꾸리는 게 무엇이냐면 법의 판결에만 건물주께서 강행하지 말고 좀 더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 보자. 여기는 아주 특별하게 39년 동안 지켜온 명소 아니시냐. 일종의 우리 사회의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그래서 서울시도 거기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100년 가게로 지정하기도 했고요. 그런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호소 드립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 지금까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예. 고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