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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효성, 변호사비로 회삿돈 400억 원…고비마다 특수통과 '파격 계약' (풀영상)

[끝까지판다①] 회삿돈 400억으로 꾸린 초호화 변호인단…효성 자료 입수

<앵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팀이 이번에 취재한 내용은 국내 한 재벌 기업과 그 기업이 고용한 검찰의 고위직 출신 변호사 즉, 전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취재한 기업은 바로, 50곳이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재계 순위 20위 권의 회사 효성입니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 회장이 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또, 큰아들 조현준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방금 말씀드린 것 말고도 총수 일가가 다른 소송에 얽혀있기도 한데, 저희 취재팀이 변호사 비용과 관련된 효성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그것을 분석해봤더니 변호사 비용을 총수 개인이 아니라 대부분 회사에서 내고 있었고 그 액수가 무려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돈으로 검찰 최고위직 출신의 변호인단을 꾸린 건데, 그럼 먼저 이 많은 변호사 비용을 왜 회삿돈으로 낸 것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효성 총수 가족이 연루된 기업 비리에 대해 검찰이 대규모 수사를 벌인 건 크게 두 번입니다.

먼저 2013년. 1천3백억 원대 탈세 등으로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부자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조석래/효성 명예회장 (2013년 12월) :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오겠습니다.]

이 수사 때부터 효성이 변호사들과 체결한 계약서와 내부 회계 자료를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2013년 시작된 수사 단계에서만 회사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이 121억 원이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68억 7천만 원, 다른 법무법인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에 52억 4천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수사가 마무리되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을 고발하면서 효성가 형제의 난이 터졌습니다.

이때가 2014년이지만 검찰 수사는 2017년에 본격화됐습니다.

[조현준/효성 회장 (2018년 1월) : 집안 문제로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조현준 회장이 2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지난해 초 기소될 때까지 수사 단계 변호사 비용으로 186억 원이 회삿돈에서 나갔습니다.

이때도 김앤장에 가장 많은 123억 9천만 원, 다른 법무법인과 검찰 전관 변호사에 63억 원이 입금됐습니다.

두 사건 수사에 효성 본사가 회삿돈으로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300억 원이 넘습니다.

두 차례 모두 김앤장 외에도 '검찰의 별'이라 불리는 검사장 출신들로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효성 본사 말고도 효성 TNS 등 효성의 6개 계열사가 총수 비리와 관련된 사건에 약 100억 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사와 계열사를 합쳐 4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이 총수 일가와 관련된 기업 비리를 변호하는데 지출된 겁니다.

[김남근/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대부분의 변호사 비용이 일반적인 변호사 비용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인 걸 보면 결국 다른 영향력 같은 것을 기대하면서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효성은 정확한 내역을 파악 중에 있다면서 SBS가 취재한 액수의 절반가량, 즉 2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변호사비 지출에 대해 총수 일가뿐 아니라 당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썼다며 회삿돈을 쓴 게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효성 관계자 : 회사가 부담할 부분은 회사가, 개인이 부담할 부분은 개인이 엄격하게 나눠서 법무비용을 부담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릅니다.

탈세, 횡령과 같은 총수 개인 비리 변호를 위해 회사가 변호사 비용을 냈다면 이는 또 다른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지미/민변 사법위원장 : 회사의 돈, 주주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개인 적으로 문제 되어 있는 어떤 법률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 썼다고 하면, 그게 회사를 위한 것이든 뭐를 위한 것이든 간에 결국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요.]

총수 개인이 낸 돈도 있습니다.

효성 내부 자료를 보면 검찰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의 개인 명의로 177억 원의 변호사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주로 재판 과정의 변호사 비용입니다.

하지만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하거나 계좌번호 등 증빙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실제 총수 개인이 지급했는지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경찰청과 국세청은 효성과 6개 계열사의 변호사 비용 지출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수사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조창현,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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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검찰 수사 고비 때마다 '파격 계약'…석 달 새 10여 건

<앵커>

정리하면 효성은 지난 6년 동안 총수 일가가 연관된 비리 사건에 변호사 비용으로만 회삿돈 400억 원을 썼다는 건데, 그럼 어떤 변호사들과 또 어떤 계약을 맺었길래 400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간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내부 자료를 보면 검찰 수사의 주요 고비마다 효성은 주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집중적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어서 유덕기 기자입니다.

<기자>

2013년 10월 11일. 효성의 분식회계와 탈세 등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회사와 총수 가족들의 집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부터 효성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잇따라 법률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 상대방은 특수 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장 출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A 변호사와는 2달 자문에 2억 원을 지급하는 초단기 계약을 맺습니다.

연말 조현준 회장 소환이 임박해 오자 자문료가 껑충 오릅니다.

역시 검사장 출신 B 변호사와는 17일 간격으로 2차례 법률 자문 계약을 맺는데 각각 17억 원과 10억 원, 합쳐서 27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액수도 천문학적이지만 지급 방법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두 계약의 기간이 각각 2년인데도 첫 계약 맺은 날 10억 원, 다음날 7억 원, 두 번째 계약을 맺은 날 10억 원을 송금한 것으로 내부 회계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민경한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 : 일반적으로는 '매월 자문료 얼마' 이렇게 지급하지 2년 계약해놓고 2년분을 선불로 지급하는 건 드물죠. 굳이 이런 형태의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은 형사사건 변론일 가능성이 많고 또 회사 비용으로 지출하기 위해서 이렇게 거액의 자문계약을 짧은 기간에 선불로 지급하면서 자문계약을 체결한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가네요.]

이 밖에도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들과 잇따라 수억 원씩 자문료를 지급하는 계약이 체결됩니다.

압수수색 이후 모두 1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되는데 석 달 사이에 이뤄진 일입니다.

[임지봉 소장/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가장 우선적으로 절박한 것이 뭐냐면…구속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구속은 면하고 싶은 경우가 많을 거란 말이죠. 그러한 경우 소위 검찰 출신의 전관들이 등장합니다.]

당시 수사에서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고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은 영장이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돼 결국, 부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2017년 조현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비슷한 법률 계약 패턴이 반복됩니다.

특수 수사 경력이 풍부하고 최고 요직에 올랐던 검찰 전관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우선 2017년 3월 효성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7억 원의 법률 자문 계약과 1억 원의 사건 위임 계약을 맺습니다.

법률자문 계약의 기간은 2년, 사건위임 계약의 기간은 수사 종결 시까지로 돼 있지만 두 계약 체결 한 달 뒤에 전체 계약 금액 8억 원이 송금됩니다.

9월에는 또 다른 검사장 출신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과 7억 원에, 11월에는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와 6억 원의 자문계약을 맺고 모두 9억 5천만 원을 송금합니다.

하반기에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검찰 출신 전관들이 이름을 올린 변호사나 법무법인 8곳 등과 무더기 자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효성의 계약을 보면 검사장 출신은 대부분 3억 원 이상의 자문료를 받았고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맞춤형 전관 변호사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효성은 피고발인에 회사도 포함되는 등 전방위 수사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효성 관계자 : 회사가 맺은 계약은 회사 방어를 위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중대 고비마다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진 게 총수 일가와 무관치 않고, 변호 활동도 수사 실무자나 지휘 라인에 전관의 영향력이 미치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조창현·강동철,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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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③] '효성 총수일가 비리' 방어에 쓴 회삿돈…왜 문제될까


<앵커>

효성은 자산이 11조 원인 대기업입니다. 그런 곳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400억 원, 그 정도 돈은 쓸 수 있는 거 아니냐, 또 효성의 주장대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또 방어를 위해서 회삿돈 쓴 거라면 괜찮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이한석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자>

효성의 변호사 비용이 문제가 되는 건 경영상 판단을 돕기 위한 순수한 법률 자문이라기보다는 총수 일가가 개입된 비리 사건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회사와 총수 일가가 각각 얼마나 부담했는지 액수를 한번 비교해봤습니다.

먼저 2013년 조세포탈 사건은 회사와 총수 일가가 고발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는데, 총 251억 원의 법률비용이 투입됐습니다.

이 가운데 수사 단계를 짚어보면 회사가 121억 원을 냈고 조석래 명예회장은 김앤장 1곳에 3억 원을 낸 것으로 내부 자료에 나옵니다.

전체의 2.4%만 조 명예회장이 낸 겁니다.

당시 조 회장 사건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포함해 여러 명이었는데, 총수의 변호사 비용 중 상당액을 회사가 대신 부담해 준 셈입니다.

2017년 전후 조현준 회장 비리 사건으로 지출된 변호사 비용도 살펴보겠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효성이 186억 원을 냈고 조 회장 개인 돈으로 낸 건 1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내부 자료에 나옵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017년 딱 한 해만 놓고 보면 이 사건 하나에만 최소 30명 가까운 변호인이 뛰었고 회삿돈 84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사건 처리를 위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등 효성이 17곳을 동원했는데,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등 11명이 자문 계약을 맺었습니다.

전체 법률 비용이 모두 총수 개인을 위해 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관 변호사들의 자문료만큼은 총수 일가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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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④] 손해 떠안은 효성 주주들…변호사비 지출 절차도 의문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 판다팀 김지성 기자와 오늘(22일) 보도 내용 정리해보겠습니다.

Q . '변호사비 400억 원' 효성 입장은?

[김지성 기자 : 효성 답변은 이렇습니다. "우선 회삿돈에서 지급한 변호사 비용은 400억 원이 아니고 200억 원 수준이다, 그리고 회사를 위한 비용은 회사가, 총수 일가를 위한 비용은 개인이 엄격히 구분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엄격하게 구분을 했느냐 내용을 알려달라고 물어봤더니, 효성 측은 "회사를 위한 비용과 총수 일가를 위한 비용이 섞여 있어서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변호사 비용이 200억 원인지, 400억 원인지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Q . '회삿돈으로 변호사비 지출' 왜 문제인가?

[김지성 기자 : 만약에 총수의 개인 비리인데 회삿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냈다, 그렇다면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에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게다가 효성은 상장기업입니다. 만약에 비용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그만큼 이익이 되는 돈인데 오너 일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주, 즉 일반인들이 그 손해를 대부분 떠안은 것입니다. 또 이런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을 때 회사 내부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을지도 의문입니다.]

Q . 후속 보도 내용은? 다른 문제 없나?

[김지성 기자 : 내일은 검찰 고위직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과 효성이 체결한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회삿돈이 회사가 아니라 총수 일가를 위해 쓰였다는 의혹이,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어떤 방식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쓸 수 있었는지 그 실체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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