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신장애' 판단을 수사기관이…범죄율 팩트체크의 한계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9.04.20 09:59 수정 2019.04.20 12: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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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범죄율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팩트체크 기사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낮으니까 편견을 갖지 말자는 보도도 있는 반면,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율이 매우 높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메시지는 다르지만, 둘 다 정부 데이터를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뽑아내느냐에 따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겁니다.

● 정부 통계는 '범죄율' 대신 '발생비' 사용

검찰은 매년 '범죄분석'이라는 책자를 냅니다. 국가의 공식 범죄 통계입니다. '범죄분석'에는 '정신장애범죄자'라는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정신장애범죄자의 전과와 범행 동기, 구속과 불구속 상황, 처분 결과 등이 나옵니다. 그런데 '범죄율' 항목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로 '범죄율'이라는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범죄율'은 언론과 대중이 쓰는 표현이고, 정부 책자는 '발생비'라는 통계를 씁니다.

범죄 '발생비'는 인구 100,000명당 발생 건수가 몇 건이냐를 계산한 겁니다. '2017 범죄분석'에는 2016년 범죄 데이터가 있습니다. 2016년 범죄 발생비는 3,884.8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3,884건의 범죄가 생겼습니다. 2017년 숫자도 있는데, 2016년 데이터를 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 발생비에는 형법을 위반한 범죄뿐만 아니라 사기나 배임 같은 재산범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정신질환자 범죄 '발생비'를 계산해 보면…
진주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득 (사진=연합뉴스)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검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발생비'를 따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발생비를 계산하려면 전체 모집단 숫자를 알아야 '10만 명당'으로 환산할 수 있는데, 검찰은 정신질환자 숫자를 자체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정신질환자에 국한해 범죄 발생비를 계산한 뒤, 국가가 공개할 경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는 항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다만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전체 숫자는 매년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정신장애범죄자의 총 숫자는 8,343명입니다. 이건 범죄 건수가 아니라, 정신장애를 가진 범죄자의 숫자입니다. 숫자의 근거는 '피의자 통계원표'라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피의자 1명에 대해 1매를 작성하는 표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정신질환자 1명이 2건, 3건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이건 '1명'으로 집계가 됩니다. 그러니까, 2016년 정신질환자 범죄 건수는 8,343건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실제 범죄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일단 8,343건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정신질환자 숫자는 보건복지부가 조사합니다. 직접 조사하는 건 아니고, 5년에 한 번씩 외부 의료진에게 용역을 줘서 심층 조사를 합니다. 2016년 데이터가 최신 자료입니다. 전국 의료진 24명이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만 18살 이상 5,100명을 면담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만 18살 이상 국민 가운데 정신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 수치를 제외하고) 총 287만 명입니다. 여러 언론이 정신질환자 범죄율을 계산할 때 쓰는 게 이 수치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래와 같은 비교가 나옵니다.

▷ 2016년 범죄 발생비 (인구 10만 명당 범죄 건수)
- 전체 범죄 발생비 3,884.8 (검찰, '2017 범죄분석' 수치)
- 정신질환자 범죄 발생비 290.7 (검찰, 보건복지부 데이터로 계산)

● 불확실한 데이터…'조현병 범죄율' 통계는 없어중증정신질환자 '관리' 보호 미흡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낮다는 보도는 이런 비교를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대중의 편견일 뿐이라는 지적도 곁들입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신질환자 범죄는 '건'이 아니라 '명'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동일한 기준으로 정신질환자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서 공식 발표하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현병 범죄율'에 대한 통계라는 것도 없습니다.

● 정신질환자 범죄율 계산의 여러 허점들

또 전체 정신질환자 287만 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범죄 발생비를 계산할 때 쓰인 인구 숫자의 일부입니다. 데이터가 겹칩니다. 교집합이 있습니다. 검찰은 2016년 12월 31일 통계청 인구 숫자를 가져와 2016년 범죄 발생비를 계산하는데, 그 인구 숫자 안에 정신질환자 287만 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두 범주를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나눠 계산한 통계는 없기 때문에, 비교는 어쩔 수 없이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게다가 검찰이 범죄 발생비를 계산할 때는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숫자를 사용하지만, 언론이 정신질환자 범죄 발생비를 계산할 때는 다릅니다. 앞서 보신대로, 보건복지부 데이터를 쓰는데 이건 '만 18세 이상'입니다. 정신질환자 287만 명은 만 18세 이상만 따져서 그렇다는 겁니다. 두 수치를 비교하는데, 한쪽은 모집단을 '전체 인구'로 계산하고, 다른 한쪽은 '만 18세 이상'으로 계산하고, 이게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3,884와 290, 이 두 가지만 비교해서, 전체 범죄 발생비가 정신질환자 집단에 비해 13배가 높구나, 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니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높다는 확실한 근거가 아직 없다, 이 정도 판단을 하는데 참고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범죄를 모두 포괄한 수치였습니다. 언론이 크게 다루는 사건은 별도로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살인, 방화, 강도 등은 검찰이 '강력범죄(흉악)'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합니다. 2016년 강력범죄(흉악)의 발생비는 인구 10만 명당 63.8건이었습니다. 이 발생비를 정신질환자에 국한해 계산 해보면, 인구 10만 명당 29.5 정도가 나옵니다. 전체 범죄의 발생비가 낮았던 것처럼, 강력범죄(흉악)의 발생비도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 전체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흉악) 비율을 따져 보면…

다만, 2016년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흉악)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는 점은 눈에 띕니다. 전체 정신질환 범죄자 8,343명 가운데 847명, 10.2%가 강력범죄(흉악)이었습니다. 진주에서 벌어진 살인과 방화 사건처럼 말입니다(관련 기사 : 아파트 방화 뒤 주민에 흉기 난동…5명 사망·13명 부상). 반면 정신질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전체 범죄 건수에서 강력범죄(흉악)가 차지하는 수치가 1.6% 정도였습니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대중의 생각이 있다면, 이 10.2%의 사건에 대한 각인 때문일 것 같습니다.

▷ 2016년 전체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흉악)의 비율 (검찰 '2017 범죄분석'으로 계산)
- 비정신질환자 1.64%
- 정신질환자 10.15%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 수사기관의 '정신장애' 분류…통계의 한계로 이어져

하지만, 이 수치에도 허점은 있습니다. 통계의 근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정신장애범죄의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검찰이 취합합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과 경찰-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한 자료를 모읍니다. 그 과정에 의사 판단이 직접 반영되지 않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특정 피의자를 정신장애로 데이터화, 서류화하는 것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정신이상', '정신박약', 그리고 '기타 정신장애'로 나눕니다. 이런 분류가 강제 규정은 아니고, 매뉴얼은 없습니다.

피의자 정신장애에 대한 판단을 그래서 100%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만 해도, 경찰은 과거 112 신고를 7번 받았지만 정신병력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 검찰의 '범죄분석'에는 정신장애 범죄가 아니라 일반 범죄로 분류됩니다.

경찰은 정신장애를 분류할 때 의사 진단서나 참고인 진술, 정신장애 약 복용 기록 등을 참고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는 고스란히 '범죄분석'의 기초가 된 통계의 한계로 이어집니다. 경찰이 피의자의 정신병력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경찰이 생산한 정신장애 범죄 데이터를 근거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높다거나 낮다거나, 100% 확실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범죄 예방에 참고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자료조사 : 박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