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방 이후 韓日 첫 '초계기' 접촉…교류 논의 시동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4.01 09:21 수정 2019.04.01 09: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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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디펜스 포럼2작년 연말부터 올초까지 한일 두 나라는 초계기 위협비행과 함정의 공격 레이더 가동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그때부터 한일 군사교류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의 반일(反日), 반한(反韓) 의지도 확고해서 비군사적 교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작년 12월 20일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 레이더 조사 문제로 시작된 싸움이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의 유튜브 비난 영상 탑재로 이어졌고, 일본 초계기들이 고의로밖에 볼 수 없는 위협비행을 또 했습니다. 어느 한쪽이든 물러서는 순간 국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돼 핸들을 틀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했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흔들렸고 미국이 대사와 군 고위급을 내세워 물밑 중재를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일 군사 당국 간 의미 있는 접촉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일 군사외교 실무자들끼리 만난 겁니다. 앞으로 서서히 격을 높여가며 군사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일정과 의제를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도쿄 디펜스 포럼 한일 접촉과 향후 일정

지난달 12~23일 도쿄에서는 다자 안보 회의인 도쿄 디펜스 포럼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행사로, 주최국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호주 등 28개국이 참가했습니다. 한국 대표로는 국방부 동북아정책과장이 갔습니다.

포럼 중 동북아정책과장은 일본의 카운터파트인 방위성 국제정책과장과 면담했습니다. 주제는 당연히 초계기 갈등 해결을 위한 군사 교류입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5월로 예정된 한일 국장급 정책실무회의와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회의의 일정을 상호 확인하고 의제를 조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장급과 차관보급에서 초계기 갈등을 실무적으로 정리한 뒤 마지막으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매듭을 짓지 않겠나"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일 국방장관은 오는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최고 권위의 안보 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 만납니다. 미국 국방장관도 샹그릴라 대화에서 적극적으로 한일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방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4월 중에 과장급 정도로 해서 한일 간에 사전 실무접촉을 한두 차례 더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해군 1함대 사령관의 일본 방문도 한여름이 오기 전에 성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엿새 전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군사교류를 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 봉합의 실마리는 보이지만…

순수하게 군사적으로만 보면 한일 간 갈등 해결의 가능성이 큰 편입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라는 측면에서는 길게 다툴 일도 아니고 일본 측도 같은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좀 복잡합니다. 이 관계자는 "한일 두 나라의 군사 당국자끼리 대화는 어렵지 않은데 정부 대 정부 차원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토로했습니다.

국가 간에 분쟁이 생기면 최고 권위의 정부끼리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마련인데 한일 두나라는 반대입니다. 애초 한일 초계기-레이더 분쟁은 정부 대 정부의 대리전 성격의 싸움이어서 판이 커졌습니다. 현재로선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머리를 맞대 보려는 생각이 있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조차 이 점을 우려하는 걸 보니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3·1운동 100주년,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올해는 어느 해보다 반일의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반일과 반한은 한일 두나라 정부에게 국내 정치적으로 선명성을 드러내 인기를 끌어모으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긴요한 이슈입니다. 국내 정치적 이익이 중요한지, 한미일 안보 불협화음에 따른 안보 훼손의 실(失)이 큰지 두 나라 정부는 곰곰이 따져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