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박탈' 결정타 날린 국민연금…기업들은 긴장 중

국민연금, 거수기→감시자 역할…주주권 적극 행사

노유진 기자 knowu@sbs.co.kr

작성 2019.03.27 20:23 수정 2019.03.27 21: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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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들으신 대로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오늘(27일)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그동안 기업 경영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던 국민연금은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소식은 노유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대주주 전횡을 막고 주주 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집사'처럼 주주인 국민의 권리를 행사해 국민 노후자금을 지키겠다는 겁니다.

오너가 갑질, 위법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이 첫 번째 대상이 됐고 결국 재벌 총수가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더 힘을 싣고 있습니다.

[유종일 교수/KDI국제정책대학원 :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경영자가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가치를) 훼손했다 그랬을 때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겁니다.]

올 초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93곳으로 이 가운데 10%가 넘는 기업이 80곳에 달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오너가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총 전에 공개되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서는 연금이 경영 개입에 이용될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주주 가치를 훼손하거나 불법·편법을 저지른 경영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평가입니다.

(영상편집 : 박기덕)

<앵커>

가장 혁명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한때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회사의 설립자나 그 가족이라고 해도 이사회 결정을 통해서 대표에서 물러나는 일이 흔합니다. 주주의 이익과 회사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치고도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는 그런 회사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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