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도쿄 올림픽 준비 차질 우려…일본 간판 IOC 위원 전격 사퇴

도쿄 올림픽 엠블럼, 로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년 일본의 2020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진두지휘하던 거물 스포츠 외교관이 IOC위원을 비롯한 현직에서 전격 사퇴해 일본 스포츠계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다케다 스네카즈(竹田恒和) 일본 올림픽위원회 (JOC)위원장 겸 IOC위원이 JOC 이사회에서 오는 6월로 임기를 마감하는 JOC 위원장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IOC위원직에서도 전격 사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71살인 다케다(竹田) IOC위원은 일본 왕족출신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스포츠 외교관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메이지 유신'으로 유명한 메이지 일본왕의 증손자로 1972년 뮌헨 올림픽,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일본 승마대표팀 선수로 출전했으며 지난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일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스포츠 행정가입니다.

특히 2012년부터는 IOC위원으로 선임돼 다음해인 20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IOC 총회에서 도쿄가 터키 이스탄불을 제치고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도 큰 힘을 발휘 했습니다.

또 2014년부터는 IOC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분과위원회 위원장도 맡아 일본 최고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와 타이어업체인 브리지 스톤을 올림픽 스폰서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덕분에 다케다 위원은 IOC는 물론 국제스포츠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로 떠올랐고, IOC는 특히 지난 2017년 IOC위원 정년 70세를 앞둔 그를 4년 더 연임시키는 예외적인 혜택을 베풀기도 했습니다.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 다케다 스네카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창올림픽 조정위원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왔던 그를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올림픽 포럼 등 국제대회와 회의에서도 몇 차례 만나기도 했었는데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한 태도와 부드러운 이미지, 그리고 소주와 불고기, 된장찌개를 즐기던 소탈한(?) 모습도 기억납니다.

국제스포츠계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젠틀맨으로 존경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갑자기 도쿄 올림픽을 500여일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JOC 위원장은 물론 IOC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바로 도쿄올림픽 유치 성공과정에서 나온 뇌물 스캔들때문입니다.

올해 1월 프랑스 검찰은 다케다 위원이 도쿄올림픽 유치 성공과정에서 싱가포르 대행사가 다른 IOC위원들에게 미화 2백만달러의 뇌물을 주는데 직,간접으로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를 했습니다.

그 즈음 일본 검찰이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를 등에 업고 닛산, 미쓰비시 자동차 경영을 맡아 왔던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곤 회장을 탈세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하자, 프랑스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다케다를 기소했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결국 이 스캔들이 잘 나가던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케다 위원은 "싱가포르 대행사에 준 2백만 달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공된 단순한 컨설팅 비용" 이라며 본인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해왔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지난 1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IOC 마케팅 위원회에도 불참하는 등 행보가 주춤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뇌물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다케다 위원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는 7월24일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 D-1년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혀 일본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일본이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이후 56년만에 야심차게 유치한 2020올림픽마저 뇌물스캔들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 속에, 지난 3월16일 요시 모리 전 일본총리이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아베 총리를 전격 면담한 뒤, 결국 다케다 위원이 모든 자리에서 전격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듯합니다.

다케다가 물러나면서 급한 불은 끈듯하지만 일본 스포츠 외교의 간판으로 도쿄올림픽 유치부터 최근까지 개최준비를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다케다가 IOC위원에서 전격 사퇴함에 따라 일본은 현재 IOC위원은 국제체조연맹회장 자격으로 지난해 10월 IOC위원으로 선임된 와타나베 모리나리(渡邊守成) 1명뿐입니다.

국제연맹 IF 대표 자격으로 뽑힌 와타나베 위원도 온화한 인품으로 국제체조 계에서는 존경받은 인물이지만 IOC위원 경력이 길지 않고 그 능력과 인맥에서는 다케다를 따라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 도쿄 올림픽 성공개최를 앞두고 거물 스포츠 외교관을 잃은 일본은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