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軍 수뇌부의 UAE '러시'…'UAE판 ADD' 시동 걸리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2.20 11:02 수정 2019.02.20 15:0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軍 수뇌부의 UAE 러시…UAE판 ADD 시동 걸리나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작년 10월 서울에서 마타르 살림 알 다헤리 아랍에미리트(UAE) 국방차관과 한-UAE 국방차관급 회의를 했습니다. 넉 달 뒤인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는 이왕근 공군 참모총장이 UAE를 찾았습니다. 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까지 6일 일정으로 UAE에서 군사외교를 벌였습니다. 군 수뇌부의 UAE 러시(rush)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통합군 부총사령관이 오는 26~27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차관과 총장으로 시작해서 국방부 장관을 거쳐 군 통수권자로 격을 높이고 있는 한-UAE 교류입니다.

각각 접촉의 목적이 별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한-UAE 방산 교류, 특히 한국 무기의 메카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UAE 이식(移植) 사업이 무르익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는 정경두 장관의 UAE 방문에 맞춰 현재 UAE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DD 이식 사업이란 UAE가 ADD 같은 무기 개발연구시설을 세우는데 온갖 노하우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UAE는 대형 방산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고 한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반대급부는 한국산 무기의 대대적인 UAE 수출을 비롯한 경제 협력 빅딜입니다.
작년 4월, 'UAE판 ADD 설립'이 논의된 한-UAE 군사 회담● UAE판 ADD 설립 지원 프로젝트

UAE는 석유 관련 산업 이외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자원이어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새로운 먹거리를 간절히 찾아야 하는 게 UAE의 처지입니다. 군 관계자는 "UAE가 한국의 방위산업 모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무기를 단순히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서 연구, 개발, 생산, 수출로 이어지는 산업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UAE는 아크부대 파병과 원전 수출로 맺어진 인연을 토대로 UAE판 ADD와 UAE판 방산기업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 방위사업청장과 ADD 소장 등이 국방부 장관을 수행해 UAE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UAE 측은 "ADD 같은 무기 연구개발시설을 설립하게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UAE는 한국 방산 고위급들로 하여금 칼리파대 부설 연구소를 둘러보게 했습니다. 칼리파대를 방문했던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칼리파대 연구소는 UAE가 UAE판 ADD를 세우기 위해 마련한 밑천 같은 시설"이라며 "상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배우겠다는 연구원들의 열의는 대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모델은 ADD가 한화, LIG넥스원, KAI 같은 방산기업들의 조력(助力)을 받아 무기와 핵심 기술을 개발하면 방산기업들이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UAE는 한국처럼 ADD 뿐 아니라 방산기업들도 함께 키워 방위산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한국 굴지의 방산기업을 거론하며 기업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면 받는 게 있습니다. UAE가 무기 기술이 없지 돈이 없는 나라가 아닙니다. 한국산 무기를 비롯해 원전 등 초유의 수출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 정통한 한 무기상은 "UAE가 사실상 백지수표 비슷한 걸 내놨다", "UAE에 팔고 싶은 상품 리스트를 양껏 적어 오라고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UAE 국제방산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공은 윗선으로 넘겨지고…

정경두 장관의 이번 UAE 방문 목적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IDEX) 참가 및 해외 국방장관들과 양자 회담입니다. 군사 외교입니다. 하지만 동북아 안보의 틀을 뒤흔들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핵심 안보 분야 장관이 꼭 가야 할 출장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군 소식통들은 그래서 "UAE판 ADD 설립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려고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도 정경두 장관과 동행했습니다. 국방부의 한 소식통은 "IDEX 참가는 명목이고 UAE판 ADD 설립 프로젝트를 이번 UAE 방문의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UAE의 반대급부는 이달 말 한-UAE 정상회담으로 공을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UAE의 실세로 통하는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도 현재 방한 중입니다. 19일 임종석 UAE 특임 외교 특별보좌관과 만나 원전 문제를 포함한 한-UAE 현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칼둔 청장이 임 특보와 나눈 대화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산과 원전 관련 한-UAE 빅딜이 한 발씩 다가오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