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확 바뀐 IOC, 탁구 단일팀 사실상 무산

[취재파일] 확 바뀐 IOC, 탁구 단일팀 사실상 무산
2020년 도쿄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남북단일팀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5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 체육회담에서 엔트리 확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단일팀의 경우 하나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IOC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남북 대표단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은 탁구 단일팀 결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탁구가 지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른바 '원조 남북 단일팀' 종목이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탁구 단체전의 엔트리는 3명입니다. 남과 북 어느 한쪽은 1명만 내보내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IOC와 국제탁구연맹(ITTF)이 남북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4명 이상으로 확대해주면 좋지만 다른 나라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남측은 단체전 단일팀은 어렵다고 보고 대신 혼합복식 단일팀을 추진했습니다.

혼합복식은 각 나라에서 1팀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측은 남측에서 혼합복식 1팀, 북측에서 혼합복식 1팀이 따로 출전하고, 단일팀의 이름으로 혼합복식 1팀이 별도로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IOC에 요구했습니다. 혼합복식 남북단일팀 선수는 남측의 장우진과 북측의 차효심입니다. '남남북녀' 커플인 두 선수는 지난해 7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했고 세계 톱랭커들만 출전한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내년 도쿄올림픽 메달 유망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IOC가 엔트리 확대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측은 단일팀 2개 조의 출전을 요구했습니다. 나라별로 1팀씩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규정을 감안하면 단일팀 2개 조 출전은 엔트리 확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IOC와 국제탁구연맹도 쉽게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남북체육회담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뜻밖에도 IOC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단일팀도 'COREA'란 일종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란 개념으로 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1개 조만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개 조가 나올 경우 다른 나라(NOC)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탁구 단일팀의 구성 마감 시한은 오는 3월 말 집행위원회 이전까지입니다. 한 달밖에 시간은 남지 않은 셈입니다.

이제 남과 북의 선택은 하나뿐입니다. 장우진-차효심 단일팀 1개 조만 출전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모두 피해를 봅니다. 단일팀 결성을 하지 않으면 남측 1팀, 북측 1팀 등 모두 2팀이 나갈 수 있는데 단일팀을 구성하면 결과적으로 1팀만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대한탁구협회는 "한국 선수에 피해가 간다면 단일팀 구성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낸 적이 있습니다. 결국 남과 북 모두 대승적인 결단이 조만간 내려지지 않는다면 탁구 단일팀은 무산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때 IOC는 기존 남측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 등 남북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35명으로 대폭 늘려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물을 주기는커녕 원칙만을 너무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체육계의 한 인사는 "평창올림픽 때는 우리가 개최국이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개최국이다. 일본이 북한을 얼마나 싫어하는가? 또 여자아이스하키는 전력상 메달과 거리가 멀어 다른 나라의 항의가 그리 세지 않았다. 하지만 탁구는 메달을 충분히 딸 수 있는데 남북 단일팀 2개 조의 출전을 누가 가만히 받아들이겠는가? IOC가 다른 나라의 반발과 일본의 여론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