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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앞장선 사람들 반성해야"…'미투' 불 지핀 폭로

<앵커>

고은 시인과 법정 싸움을 이어왔던 최영미 시인은 오늘(15일) 판결이 나온 뒤에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섰던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문단의 원로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성추행 의혹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고 그 이후 오늘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과정을 박원경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최영미 시인은 재작년 12월 한 문학지에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기고했습니다. En 선생이라는 문단의 원로가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듬해 2월 En 선생은 고은 시인이라는 폭로가 터져 나왔고 이어 최 시인은 94년 고은 시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했습니다.

최 시인의 폭로는 국내 문단 내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최영미 시인 (지난 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 그 당시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시로 표현을 했어요. 괴물이라는 시 말고도 그전에도.]

여러 건의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지만 고은 시인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성추행이 있었던 날 동석했다는 다른 작가 등의 진술을 근거로 댔습니다.

이에 최 시인은 자신의 폭로는 사실이라고 맞섰고 고은 시인은 지난해 7월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영미 시인 (지난해 8월) :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민족 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습니다.]

7개월에 걸친 6번의 법적 공방, 긴 싸움의 끝은 최 시인의 승리였습니다.

[최영미 시인 :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용인하면 안 됩니다.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은 반성하기 바랍니다.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94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이 아닙니다.

때문에 오늘 민사 재판이 최 시인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가릴 유일한 법적 절차였는데 법원은 우선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오늘 재판 결과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오르며 문학계의 거두로 추앙받던 고은 시인은 성추행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하성원)

▶ "고은 성추행 사실로 인정"…결정적 증거 '최영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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