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힘든 '급식카드'…편의점서 한 끼 때우는 아이들

집밥 프로젝트 사업·일본식 어린이 식당 등 사례 검토해봐야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작성 2019.02.12 20:52 수정 2019.02.12 22: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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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오늘(12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하는 이야기는 모든 아이들이 밥만큼은 제대로 먹게 하자는 데서 시작합니다. 형편이 어렵거나 가정 문제 때문에 끼니를 거르기 쉬운 아이들에게는 지자체에서 급식카드라는 것을 줍니다. 특히 방학 때는 학교 급식이 없어서 카드를 받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는데 문제는 이 카드를 식당에서는 쓰기가 쉽지 않아서 대충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 겁니다.

이슈취재팀 최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학교 3학년 최 모 양, 방학 중인 요즘 점심때면 집 근처 편의점을 찾습니다.

먼저 손길이 간 건 삼각김밥, 이어서 익숙한 듯 진열대에서 우유와 컵라면을 꺼냅니다.

[(3,550원이요.) 네.]

최 양이 내민 카드는 지방자치단체가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급식카드입니다.

[최 모 양/급식카드 지원 대상 : (주로 어디서 많이 먹어요?) 편의점 아니면 빵집.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어디예요?) 편의점이요.]

이 카드는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최 양이 이용한 편의점 주변에 사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있는지 돌아보겠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분식집.

[A 식당 : (아이들이 급식카드 사용할 수 있어요?) 저희 그건 안돼요.]

또 다른 식당도 손사래를 칩니다.

[B 식당 : (급식카드 사용 가능한가요?) 아니요. 안돼요.]

급식카드 가맹점은 서울의 경우 약 80%가 편의점이고, 음식점은 약 20%에 불과합니다.

[최 모 양/급식카드 지원 대상 : 음식점은 아동 급식카드가 되는 가맹점이 없어서… 편의점보다는 그런 곳(음식점)들이 많이 생겨서 (밥을 먹고 싶어요.)]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카드 되는지 묻는 것부터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카드 받는 음식점을 찾아도 가격표부터 보게 됩니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끼 지원액이 5,000원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소비자원이 발표한 전국 음식점 평균 가격을 보면 비빔밥 한 그릇에 7,528원, 김치찌개는 6,510원, 자장면은 5,107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눈치가 덜 보이고 상대적으로 값싼 먹을거리가 많은 편의점을 찾게 되는데 이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주로 어떤 음식들을 많이 사 먹는지도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편의점 두 곳에서 지난해 급식카드 사용 내역을 받아 분석해 봤더니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다음은 삼각김밥, 핫바 같은 냉장식품이었고 라면과 빵도 자주 사 먹었습니다.

이런 식단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을 리 없습니다.

[김승/연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 영양 불균형에 빠지기 쉽게 되고 비만과도 연관될 수 있고, 각종 영양결핍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 한 끼 지원 단가를 대폭 올리는 건데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눈여겨 볼만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먼저 '집밥 프로젝트'입니다.

지금 영양사분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죠. 지자체가 비영리법인에 위탁해서 영양을 고려한 이런 도시락을 만들고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사업입니다.

현재 일부 시행 중인데 이를 확대해봄 직합니다.

다음 사례도 보겠습니다. 다음은 일본 사례입니다. 2012년 시민단체가 도쿄에서 '어린이식당'을 만들었는데 이 식당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무료입니다. 또 혼자 밥 먹는 아이라면 누구나 싼값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 2,200곳 넘게 생겼고 일본 정부까지 각종 지원을 검토할 정도입니다.

두 가지 사례에는 단순히 한 끼를 때우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이지 않고, 어떻게 정서까지 배려할지에 대한 지역 사회의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박기덕, CG : 강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