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시작된 북미 실무협상
북한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만난 것이 첫 번째이고,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2박 3일 동안 만난 것이 두 번째이다. 세 번째 실무협상은 하노이에서 다음 주에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비건 대표는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양측이 (평양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이견 조율 작업을 이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음 실무협상이 다음 주로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미 간 이견 조율 작업은 정상회담 열흘을 남겨놓고 본격화되는 것이다.
● 정상회담 열흘 남겨놓고 본격 시작되는 이견 조율
물론, 평양 협상에 대해 비건 대표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으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서로에 대해 익숙해져야 쓸데없는 기싸움을 벗어던지고 진지한 협상 모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코드를 읽었으니 다음 실무협상에서는 본격적으로 협상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벌써부터 자신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견에 대한 조율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성과를 자신한다는 것은 협상의 본질적 내용과는 별개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성과로 선전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트럼프에게는 사실 북미 비핵화 협상보다 미국 국내 정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아무튼 지금은 남은 기간 동안 비건 대표의 고군분투에 기대를 해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의 김혁철과 궁합을 맞췄다고 하니 열흘간의 짧은 기간이나마 집중적 논의를 통해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해 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