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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천만% 초인플레…베네수엘라 정치 위기로 확산

[취재파일] 1천만% 초인플레…베네수엘라 정치 위기로 확산
베네수엘라의 35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돈에 빠졌습니다. 한 나라에 두 명의 대통령이 있는 초유의 상황으로 베네수엘라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습니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
과이도는 1983년생으로 올해 35세의 초선 국회의원입니다. 초선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맡게 된 것은 마두로 대통령 정부가 실정을 비판하는 우파 원로 정치인을 모두 구속하거나 연금했기 때문입니다.

과이도의 부친은 항공기 조종사, 모친은 교사였습니다. 과이도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1999년 12월 자신이 살던 바르가스 지역을 덮친 산사태로 한때 홈리스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좌파 차베스 정권이 재난재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우파가 됐다고 합니다. 2007년 대학을 졸업한 과이도는 미국에 유학해 조지 워싱턴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베네수엘라 정치적 혼돈의 근원은 경제위기에 있습니다. ( ▶ [취재파일] 한 달 월급이 달걀 1.5판?…베네수엘라 100만% 초인플레이션) 2주 전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했지만, 경제 상황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천만%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해는 130만%였습니다.

석유가격하락과 잘못된 경제 정책 탓에 식량부족으로 슈퍼마켓 선반은 비었고 병원 환자들은 의약품 부족으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으로 아이들은 캄캄한 놀이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지폐는 가치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돈을 접어서 바구니를 만들어 씁니다. 올해까지 35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고국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재파일] 1천만% 초인플레‥ 베네수엘라 정치위기로 확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혹독한 생활고에 치안도 불안해지면서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무장 갱단은 조직원이 수감된 구치소를 습격해 경찰을 살해하고 도심에서는 무장 폭력배끼리 충돌해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갱단들은 시민들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냅니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수도 중 하나가 됐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3년 이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연간 살인율은 10만 명당 2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이 10만 명당 2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100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영아 사망률은 치솟고 있습니다. 한 병원에선 미숙아 두 명이 태어났지만 인큐베이터가 하나밖에 없어 남겨진 아이는 결국 사망했습니다. 국제 의료 기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21.1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최빈국 남수단, 콩고와 비슷한 수준이며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질병 발생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환자는 2010년 1천 명당 1.5명에서 2017년 10.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연간 3백 명이 넘지 않았던 홍역은 한해 8천 명 가까이 발생합니다. 2014년과 2016년 사이에만 이질 환자는 35%가 증가했고 기관지염 환자는 40%가 늘어났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시위는 더욱 격화됐습니다. 현지시간 24일 시위 사망자는 26명에 달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반 마두로 시위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 베네수엘라 문제는 국제적 이슈가 됐습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즉각 과이도를 새 대통령으로 지지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폼페이오 美국무장관도 미주 국가들에게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영국과 EU, 그리고 캐나다와 브라질 등 미주 주요 국가들도 과이도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멕시코 등은 마두로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경제 붕괴와 정치 혼란에다 국제사회가 개입하면서 추가 경제제재가 논의되고 있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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