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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진실공방… 왜?"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1월 21일 (월)
■ 대담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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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사 "평당 2억 더 달라했다" vs 을지면옥 "사실 무근"
- 세운재정비 촉진지구에 1만여 개 사업장 있어
- 을지로 재개발 지역에 유서 깊은 공업사·공구사 밀집
- 생태계와 어우러진 새로운 재개발 모델 되길 기대


▷ 김성준/진행자:

평양냉면 전문점인 '을지면옥'을 철거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이 공방은 서울시의 중구 세운3구역 재개발 계획부터 시작이 된 겁니다.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진실 공방의 내용은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를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먼저 이 을지면옥과 재개발 시행사 간의 진실 공방부터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문제는 을지면옥을 타겟으로 잡은 언론과 시행사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 을지면옥이라는 가게 하나가 아니라, 청계천-을지로라는 거대한 산업생태계가 사실 핵심입니다. 여기 1만여 개 사업장이 모두 위기에 처해있는데 을지면옥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맞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그 다음에 시행사가 말하고 있는 3-2구역은 아주 일부일 뿐이고요. 지금 철거를 하고 있는 곳은 3-1, 3-4, 3-5 구역이고. 여기는 거의 철거가 끝난 상황이에요. 그래서 우선은 을지면옥 측에도 연락을 제가 드려서 여쭤봤는데. 시행사와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정식 인터뷰를 한 적도 없는데,이렇게 기사가 자극적으로 나가게 돼서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시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 말이라는 것은 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돈을 더 달라고 했다는 둥,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시행사가 정말 영세한 사람들을 고민하고 그렇게 배려하신다면. 이미 나간 세입자들에게 2억~6억이라는 근거 없는 영업손실금을 물리게 하셔서 통장 가압류를 당한 상태들이에요. 그리고 심지어 관리처분인가가 나기 전에 철거를 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관리처분인가 나기 전에 재개발 사업에서는 선이주라고 해서 아직 허가가 안 난 곳은 이주를 하면 안 되는데 미리 이주를 시키는 일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시행사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서 관리처분인가 전에 철거를 했다는 것은. 이것은 구체적으로 규정상 관리처분인가가 난 다음에 철거를 시작해야 하는데 시행사 쪽에서 먼저 철거를 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고. 그 다음에 2억 원에서 6억 원의 영업손실금이라는 것은, 여기서 영업손실금이라는 것은 누구의 영업손실금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그 부분도 사실 모호한데요. 시행사가 세입자들에게 너희들 때문에 우리 사업이 지연된다고 해서. 사실은 법적으로 정한 이주 기간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이 분들이 안 나간다고 해서 관리처분인가 전부터 영업손실금 소송 같은 게 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언론에서 을지면옥을 자꾸 부각시키는 이유는 을지면옥을 상징으로 해서 이 지역의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 것 같은데요.서울시가 재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을지면옥 지역을 포함한 이 지역이 어떤 곳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지금 세운재정비 촉진지구에는 약 1만여 개의 사업장이 있고요. 거기에 음식점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상황이고. 대부분 1920년대부터 역사를 했던 유서 깊은 공업사들, 공구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산업생태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지역이 완전히 깨끗이 재개발이 돼서 높은 빌딩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지금의 생태계가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를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우선 지금 4차 산업이나 메이커 운동이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4차 산업이나 메이커 운동 모두 청계천에서 갖고 있는 2차 산업 제조 기술이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청계천 상인들이나 공업사에서 가진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상태인데. 이것을 이렇게 합의 없이 허물어버리면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인수할 수 없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분들인데 이걸 이렇게 모든 기술을 폐기하고 이 분들이 10%는 폐업하신 상태인데. 이 분들의 기술을 전수 받지 못하고 재개발을 하고,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사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을지면옥같이 어떤 추억의 장소인데 못 가게 돼서 아쉽다. 이것과는 좀 더 다른 산업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시는 건데. 이 지역에서 공구상이라든지 공업사가 철거된다고 해서 공업사나 공구상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과거의 사례들을 놓고 보면.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지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청계천 8가, 1가, 2가는 이미 대부분 재개발이 돼서 높은 빌딩이 들어와서요. 이 분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그리고 청계천은 하나하나 부품만 파시면 공구상들이 많고, 그리고 후면에는 제조업도 있고, 수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서로 일감을 주고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앞의 열 몇 군데가 사라지게 되면 뒤에 있는 분들도 자동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당장은 400여 업체가 사라졌는데. 그것 때문에 뒤에 있는 분들도 일감이 확 줄어든 상태이고. 그 다음에 이 분들이 다른 곳에 가서 영업을 시작하려면. 우선 나이도 많으시지만 이런 이전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전 비용이 공업사 같은 경우에는 5천만 원까지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나오는 영업손실금 4개월 치로는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여러 업체들이 문을 닫으신 상태예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일단은 공구상과 작업을 하는 공업사 간의 같은 위치에 있으면서 누릴 수 있던 생태계 이익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고. 그 다음에 이 분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도 이 분들의 경제적 사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정을 볼 때 불가능하다. 이렇게 보시는 거네요.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네.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서울시는 여기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만든다는 얘기인 거죠?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예.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만약 아까 말씀하신 대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앞부분은 사라지더라도, 뒷부분 골목 속의 공업사라든지 이런 곳은 남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곳들이 남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얘기인가요?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지금 전면의 아파트는 이미 계획이 되어 있는데. 사실 이게 들어서게 되면 뒤에 있는 공업사들도 상당히 존재가 위험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여기에 어린아이들도 살 테고, 가정이 들어오면. 뒤가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왜냐하면 쇠를 가공하다 보니까 매일 절단하거나 용접하는 소리 등이 굉장히 시끄럽거든요. 그리고 밀링 가공 같은 경우에는 땅이 울리기 때문에 진동이 굉장히 심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는 단층만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만약 이 앞에 깨끗한 아파트가 들어오게 되면. 물론 깨끗한 아파트는 나쁜 게 아니지만. 여기에 이렇게 주거 공간이 들어오게 되면 뒤에 있는 분들이 결국에는 굉장히 민원을 많이 받을 거예요. 너무 시끄럽다, 이건 부적절하다, 시내에 이런 것은 싫다고 해서 이 분들이 분명 민원을 많이 받고. 더 이상 영업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계세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는 아파트가 아니라 정말 4차 산업과 2차 산업이 만나는 제조산업문화특구의 특성을 살린 앵커 시설 등이 들어오는 게 사실 적합하죠.

▷ 김성준/진행자:

박원순 시장도 이런 문제 제기 등을 파악한 다음에 재개발 계획을 재검토 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 같은데. 해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저희도 기대를 해보는 상황입니다. 여기가 아무래도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도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주변의 세운상가 같은 경우에는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이미 주변에 있는 생태계와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시장님의 말씀을 믿고, 이 생태계가 잘 어울려져서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미 재개발 사업이 허가가 났고, 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해서 비용을 투입했고.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인 재검토라든지, 재개발 사업 취소라든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 현명한 타협책이랄까. 혹시 생각나시는 게 있다면 보존연대 차원에서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말씀 좀 해주시죠.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우선 언론에 잘못 나온 것 중 하나가 영세 토지주들이 지연이 돼서 손해를 본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게 좀 다른데요. 오늘 아침에 저희에게 영세 토지주들이 전화가 오셨어요. 하시는 말씀이 지금 앞쪽 전면 철거된 지역에 자기들은 입주권이나 분양권이 있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 전면으로 자기들이 강제 수용을 당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셨대요. 무슨 말이냐면 이 분들도 소유권이 다 시행사에 넘어간 상황이거든요. 결국에는 이게 공공사업이라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결국은 시행사만 굉장한 이득을 보게 된 상황이고. 지주 분들도 굉장히 당황하시고,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세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할 때는 여기를 도시재생산업으로 전환해서 아주 오래된 건물들은 개축하고, 아니면 중간 중간 앵커 시설을 만드는 정도의 리모델링을 해서. 지주 분들은 자기가 원하는 분들은 건물을 올린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해야지. 어떤 시행사 하나가 토지를 다 수용해서 아무도 원치 않는 레지던스 건물이나 아파트를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주 분들도 보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 알겠습니다. 굉장히 복잡한 사안이어서 짧은 인터뷰로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도 계속 관심을 갖겠습니다. 이왕이면 도시가 높은 건물들로만 가득차지 않고 정말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살아남기를 저도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또 시공사 쪽 입장도 저희가 들어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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