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손혜원 "문화재청에 수없이 얘기했다"…그게 '이익충돌'

이 기사 어때요?
손혜원 "민주당 탈당·언론사 고소"…지지층 겨냥한 회견

<앵커>

손혜원 의원이 오늘(20일)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의혹들을 나가서 해결하고 돌아오겠다,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원내대표를 옆에 세워두고, 또 힘을 달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지지층한테 호소했습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의혹 보도가 나온 지 6일째가 된 오늘, 손혜원 의원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당을 살리기 위해서라며 당적을 내려놓겠다, 즉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손혜원/의원 : 당에 더 이상 부담 주지 않고 그리고 제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해결하겠다….]

당 지도부가 만류했지만 자신이 고집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손 의원은 도시 재생, 문화 재생을 위해 주민과 지인들을 설득했을 뿐이라며 SBS를 비롯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손혜원/의원 : SBS뿐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지금까지 기사를 쓴 기자들과 그 기사를 모두 캡처해서, 200여 건 다음 주 초에 바로 고소할 것입니다.]

또 의혹이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직 역시 내려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손혜원/의원 : 제가 그 기사들에 언급한 것 같은 일들이 사실들이 있었다면, 밝혀진다면, 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홍영표 원내대표가 배석했습니다.

관련 부동산 규모가 늘어나고 이익 충돌 논란 등으로 여론의 부담이 커지자 손 의원의 탈당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핵심 지지층에겐 여전히 손 의원을 믿고 지지한다는 뜻을 보여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정부에 각종 주문을 하면서 동시에 남편 회사나 친척, 지인들한테 땅을 사도록 해도 되나 이 질문에는 '내가 말을 한 건 맞는데 정부가 안 움직이더라' 라고 답을 했습니다. 비판 세력에는 또 날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어서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기자회견 직후 일문일답에서 이익 충돌, 공직자 윤리 위반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손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손혜원/의원 : (문체위 간사로서 발언하시면서 지인이나 관계자 분들이 매입하고 한 게 이익충돌 금지나 공직자 윤리 위반 아니냐는 시각 있는데요?) 문체위나 문화재청이나 제가 그런 얘기들을 수도 없이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중간에 입장을 바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꼭 집어 거칠게 공격했습니다.

[손혜원/의원 : 국민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도시재생 뜻 갖고 있는 후보 있다면 그분 유세차 함께 타겠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손 의원의 발언에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야당들은 일제히 민주당과 손 의원에 대한 비난 논평을 쏟아냈습니다.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 하지 말라며 의원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자체 진상조사 TF를 열고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선교 의원/자유한국당 '손혜원 랜드TF' 단장 :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기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도 국정조사 회피해나갈 길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의혹에 대한 사법 당국의 판단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도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익 충돌 금지 원칙 다시 짚어보면요. 공직자가 공적인 행동과 사적인 이익이 겹치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목포시장이 문화재 거리를 키우겠다는 정책을 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가족 회사나 친척한테 그곳 땅을 사게 했다면 하는 문제와 같은 겁니다. 손혜원 의원은 오늘(20일)도 나는 의도가 선해서 다르다라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 따져보겠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손혜원/의원 (오늘 오전, 기자회견) : (공직자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 이런 지적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문화계 영향력을 미쳤다면 아마 긍정적인 영향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손혜원 의원은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로서의 처신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에게 목포 건물을 사게 하고 이들의 사적 이익과 관련될 수 있는 의정 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손혜원/의원 (오늘 오전, 기자회견) : 문체위나 문화재청이나 제가 그런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목포 등 자치단체) 시장들, 전 시장 그리고 지금 시장들한테 얼마나 이 얘기(문화재 사업)를 많이 했는지….]

목포 문화재 거리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걸 강조한 건데 국회 상임위에서 피감 기관에 또 자치단체장에게 여러 차례 사업 관련 얘기를 한 사실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이는 답변입니다.

하지만 이익 충돌 금지는 결과와 상관없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을 아예 하지 말라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가족과 측근 소유 부동산이 있는 곳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여당 문체위 간사 자격으로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목포 옛 도심 문화재 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손 의원의 국회 요구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국회 교문위 예결소위에서 손 의원은 각 시도별로 공모 형식으로 보존할 문화재를 신청받은 뒤 지원을 해주라고 건의합니다.

이미 다른 도시에 들어갈 예정이 예산 배정을 고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손 의원 가족과 측근이 창성장 등 목포 건물 6채를 사들인 뒤였습니다.

이 발언 두 달 뒤 문화재청은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문화재 거리 보존 사업 공모를 받았고 11개 도시 중 목포를 포함한 3개 도시가 선정됐습니다.

손 의원 요구가 관철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목포가 문화재 거리 사업 도시로 선정된 직후에는 국회에서 게스트하우스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손혜원/의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 도시재생 비용들이 나오고 있고, 그 부분 등을 안 대표께서 관심 있게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셨으면….]

당시 목포엔 손 의원 남자 조카와 보좌관 딸 등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창성장이 있었고, 손 의원의 또 다른 여자 조카 역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손 의원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손 의원 조카와 측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겁니다.

퇴임 후 박물관을 옮기기 위해 남편 재단 명의로 건물들을 사들인 것 역시 현직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부동산 매매를 할 것이 아니라 박물관 정착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양승함/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우선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것은 공익을 위해서 공적으로 행해야 하는 사람이고, 사적인 자금이나 다른 것들이 투입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공적인 입법기관으로서의 활동이라고 보기 상당히 힘듭니다.]

목포 문화재 사랑이라는 손 의원의 선의를 십분 이해해도 오해받을 처신이 많았고 논란을 잠재우기에도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