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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명 중 1명이 '계절성 감정 기복'을 겪는다는데…

[취재파일] 5명 중 1명이 '계절성 감정 기복'을 겪는다는데…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지나고 해가 점점 길어지면서 감정 변화가 생기는 것 같은가요? 이렇게 느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낮이 짧아지면 우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2개의 연구에 따르면 그 원인은 뇌 회로(brain circuit)에 있습니다. 뇌 회로는 망막의 특별한 광각 세포를 행복과 슬픔에 영향을 주는 뇌 영역과 연결하는 기능을 합니다.

광각 세포가 계절 변화에 따라 해가 짧아지는 것을 감지하면 뇌 회로를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는 사람을 침울하거나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뇌 스캔 (사진=픽사베이)
브라운대학교 뇌 과학 교수인 제롬 세인(Jerome Sanes) 연구팀은 계절성 정서 장애가 뇌 회로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를 최근 뇌 과학 세미나에서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다른 연구팀도 쥐 실험에서 매우 유사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두 연구는 5명 가운데 1명이 겪는 계절성 정서 변화는 생물학적 원인이 있고 이에 대한 치료로 광선 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美 국립정신건강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새머 해타(Samer Hattar) 박사는 쥐 실험에서 시각을 통해 감정을 좌우하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뇌 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빛과 감정의 연결 관계를 이해하려는 수십 년간의 노력의 결과로, 난해한 연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천 년대 초반 시작된 연구는 먼저 망막 세포를 연구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빛이 망막에 도달할 때 오직 간상체와 추상체라는 시세포에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해타 박사와 버슨(David Berson)교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광각 세포가 있다고 생각했고, 간상체와 추상체에 없는 멜라놉신이라는 광각 물질을 함유한 광수용체를 발견했습니다.
맑은 날 (사진=픽사베이)
이 수용체는 빛에 반응하지만 시각 체계의 일부는 아닙니다. 대신 이 수용체는 체내 시계가 낮의 길이에 일치하도록 하는 기능을 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하루를 주기로 하여 나타나는 활동 변화인 일주기(日週期) 기능 역시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정서상의 문제는 체내 시계가 일주기와 어긋날 때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가능성 있는 설명은 햇빛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의 수치를 변화시켜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은 기분과 수면 패턴과 정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빈약한 상태입니다.

해타와 버슨 연구팀은 더 설득력 있는 원인이 있다고 확신했고 수년간의 연구 끝에 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망막의 3번째 광수용체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 사이에 직접 경로가 있다고 주장한 쥐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뇌 시냅스 (사진=픽사베이)
이 광수용체 때문에 빛과 어둠의 주기를 인공적으로 줄이는 것은 쥐에게 불안감을 일으키게 됩니다. 반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세포를 없앨 경우 쥐는 불안을 느끼지 않습니다.

쥐의 망막과 뇌 사이에 새로운 경로를 발견한 세인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빛의 노출 정도에 따라 뇌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MRI로 측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타와 버슨팀이 발견한 광수용체로부터 신호를 받는 뇌 영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영역의 두 곳은 뇌 앞부분에 위치하는데, 바로 우울증이나 다른 정서장애와 관련된 뇌 영역이었습니다. 이것은 쥐 실험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뇌 활동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뇌 회로가 햇빛 노출과 감정과의 관계를 설명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 이어 왜 뇌가 이렇게 작동하도록 진화했는지 후속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즉 보기 위해서 빛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즐겁기 위해서 빛이 필요한 것일까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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