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멍 뚫린 부산대 여자기숙사…왜 카드출입시스템 고수하나

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에서 발생한 외부인 침입 성추행 사건은 5년 전 비슷한 사건을 겪고도 출입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대학 측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16일 새벽 부산대 학생인 A씨는 만취 상태로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에 침입했습니다. 한 여대생이 출입 카드로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문이 닫히기 전 들어간 겁니다. A씨는 이후 복도에서 만난 여학생을 강제로 성추행하고 폭행했다가 붙잡혔습니다.

부산대에서는 2013년 8월에도 이 학교 남학생이 방학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오는 입사 기간 느슨한 출입통제를 이용해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해 잠자던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부산대는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기존 여학생 기숙사를 허물어 '자유관'을 신축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기숙사에 외부인 침입을 막으려면 카드 출입시스템이 아닌 생체인식 출입시스템이나 스피드게이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피드게이트는 카드를 갖다 대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만 문이 빨리 닫혀 외부인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자유관 개관을 앞두고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학생들은 이런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조한수 총학생회장은 "두 차례 토론회와 간담회 때 기숙사 출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유사 사건이 또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이번 사건은 안일한 학교 측 대처로 발생한 예견된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진화 부산대 대학생활원장은 "외국인 학생도 많아 안전을 고려해 콘도처럼 카드를 꽂아야만 전기가 들어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생체인식 시스템은 비용이 많이 들거니와 생체정보를 등록하는 게 번거롭고, 출입문이 너무 빨리 닫혀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어 "5년 전 사건 이후 비상벨,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외부인 출입방지 대책을 세워왔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외부인 출입 신고를 강화하도록 교육하고 출입 시스템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부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