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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론사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취재파일] 언론사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이제는 뉴스를 알기 위해서 신문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포털과 블로그, 페이스북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에서 무료로 뉴스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데, 장점만 있을까요? 여기에도 모두가 혜택만 받으려고 할 때, 비용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하는 무임승차(Free Riding)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문들이 문을 닫은 지자체의 지방채 이자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조리한 행정과 공직 부패 등을 취재하는 기자의 감소는 지방 정부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이는 지방 정부의 신용등급 하락을 가져와 결국 지방채 시장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취재파일] 언론사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펑지에 가오(Pengjie Gao, 노트르 데임 대학)와 창 리(Chang Lee, 일리노이 대학 : 이창주-Chang Joo Lee,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더모트 머피 (Dermot Murphy, 일리노이 대학) 교수는 '지방재정의 몰락? 신문사 파산의 지방재정 충격'(Financing Dies in Darkness? The Impact of Newspaper Closures on Public Finance)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1996년에서 2015년까지 지역 신문의 숫자가 2개 이하로 떨어진 미국 내 204개 카운티(미국 행정구역 단위로 우리의 시·군에 해당)를 대상으로 신문사가 폐쇄된 지방 정부의 채권 이율을 신문사가 잘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지방채 이율과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지역 신문사가 파산한 카운티의 대출 이율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방채 이율이 0.05~0.11%P가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는 미미한 것 같지만, 미국 지방 정부가 매년 수백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감안 한다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예로 6천5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경우 매년 7만 1천500달러의 이자를 더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교사의 한해 연봉에 해당합니다. 30년 만기 채권이라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입니다. 
[취재파일] 언론사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미국 지역 신문사는 인터넷 등장으로 대거 파산했습니다. 2001년부터 2016년 사이에 지역 신문 종사자는 41만 2천 명에서 17만 4천 명으로 줄어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투자자들은 지방 정부가 시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할 때,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지역 신문을 참조한다고 합니다. 공개된 행정 정보만으로 알 수 없는 그 지역의 세밀한 사정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신문이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신문이 지역 커뮤니티를 제대로 취재하지 못할 경우 당연히 중요한 이슈를 놓치게 됩니다. 이는 이른바 저널리즘의 '연쇄 반응'(Chain reaction)으로 나타나는데, 지역 신문이 중요 이슈를 보도하면 중대형 신문이 이를 확산시키고, 전국지가 이를 전국적으로 보도해 이슈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연쇄 반응이 붕괴되면 그 지역은 뉴스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문사의 파산은 지방 재정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환경, 지방 자치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취재파일] 언론사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신문사의 진입과 퇴출은 지방 선거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중앙 언론사가 다루겠지만, 지방 소도시의 선거를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언론사의 유무는 투표에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미국의 30대 도시 가운데 10개 도시의 시장선거에서 투표자가 15%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감시자인 언론의 부재는 개인과 사회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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