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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비극으로 막내린 대체복무…인권 사각지대 청년들

故 구민회 씨 사망 사건으로 바라본 승선근무예비역제도

하륭 기자 ryung@sbs.co.kr

작성 2018.12.12 15:55 수정 2019.01.03 10: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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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바다 한가운데에서 군 입대를 대신해 배를 타던 한 청년이 목숨을 끊었다. '정말로 이제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엄마 생각을 하면서 버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유서 첫 구절은 그의 고립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대보다 편하다'고 생각하는 대체 복무. 그는 왜 그곳에서 죽음을 선택했을까?

故 구민회 씨는 부산 해군사관고등학교와 목포 해양대를 졸업했다. 배 관련 공부를 계속 해왔고, 관련 자격증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현역 복무 대신 승선근무예비역을 선택했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란 항해사, 기관사 면허 소지자로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국민경제에 긴요한 물자와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업무 등을 위하여 해운업체에 일정기간 승선 근무를 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군 복무를 대신하여 해운회사로 편입돼 36개월 동안 배 위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민회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에 있는 한 해운회사에 배정되어 일을 시작했다. 그가 탄 배는 대형 상선이었다. 어머니는 3등 기관사로 일을 시작한 아들이 선임 기관사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3월에 죽기 직전에 '2기사가 너무 싫다. 그 사람이 계속 검열을 한다. 휴대폰 검열을 한다. 뉴스에서 뭐 봤는지 다 지적을 한다'고 하더군요."
"'2기사하고 좀 안 좋다' 내가 '그래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 수 있는데 정신적으로 힘든 건 더 힘드니깐 좀 네가 잘 풀어나가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아들로부터 오는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고 말했다. 민회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선임의 괴롭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서 마지막 부분엔 선임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OOO, XXX야, 잘 먹고 잘 살아라. XX 같은 X야'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은 어떤 입장일까?

"관심병사죠. 거의 그런 상황이었던 거죠. 한, 두 달 넘게 저희가 진짜 많이 도움을 줬었죠……솔직히 말하면 왕따까지는 아니어도 저희들이 좀 피하기는 했죠. 그러니깐 구체적으로 이 친구를 막 따돌려서 같이 안 논다는 개념이 아니라 좀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피했던 거였죠"

그는 민회 씨가 일이 서툴러 도움을 줬지만 자신을 잘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자신뿐 아니라 다른 선원들과의 갈등도 계속되자 하나 둘 민회 씨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상황에 대해서 회사 측 담당자는 인지하고 있었을까? 취재진에게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회사 담당자는 어머니와의 통화 녹취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의 괴롭힘이라고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병무청에서는 해당 해운업체에 인원배정 제한 예정에 있으며, 승선근무예비역 대상 권익침해 여부 전수조사를 연 2회 실시한다고 밝혔다.

"배 안에서는 기관장이 고충 담당을 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저는 실제로 이루어진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22명 정도 타고 있는데 상자 같은 거 하나 놔두고 거기에다가 뭐 신고, 고민 같은 걸 집어넣으라고 하면 누군지 다 알잖아요."

전 승선근무예비역은 병무청에서 말하는 권익침해 조사가 얼마나 소용없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소수의 인원이 한 번 배를 타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항해를 해야 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민회 씨처럼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복무하는 인원은 매년 3천 명 수준. 지난해에만 승선 근무 예비역 4명이 숨졌고, 대부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임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구민회)은 지금 엄청난 흉기와 무기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심리상태를 경험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황이 범행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 선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권일용 전 프로파일러는 故 구민회 씨가 선상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제 몫을 다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심했을 것이라 했다. 아울러 이런 민회 씨를 품어주지 않은 선임과 선원들과의 긴 선상 생활이, 끝내 민회 씨의 마음을 무너뜨렸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괴롭힘이나 가혹행위 등을 직접 본 사람이 없고, 유서 상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 구민회 씨의 죽음에 누구 하나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았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직장과 군대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책과 대응책이 필요하다. 군 복무를 대체하여 배 위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근로자. 우리 사회는 이 청년들이 오늘도 말없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피라미드의 맨 아래층을 구성하는 노동 약자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영상취재 : 하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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