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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만에 열린 남북 물길…"개성 앞 하구엔 모래 가득, 준설 필요"

65년 만에 열린 남북 물길…"개성 앞 하구엔 모래 가득, 준설 필요"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눈앞에서 보이는 예성강 하구 바닷길이 많은 모래로 막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10일 전날 완료된 한강하구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예성강 하구 지역은) 사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서 50㎝∼1m 수심만 있어도 들어가는 소형 선박도 뚫지를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조사 첫날에는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수로를 찾는 데에만 4시간 이상 걸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북은 당초 강화도 북쪽과 예성강 하구를 각각 출발해 중간 지점에서 오전 10시쯤 만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모래 사주 때문에 오후 2시 50분이 돼서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 관계자는 이어 "조그만 배에 남북 조사단이 함께 올라 관측을 했다"며 "우리가 북쪽으로 올라가서 측량하면 500m마다 놓인 북측 초소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더라. 해병 2사단 소속 우리 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고 조사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남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지난달 5일 처음으로 남북 공동수로조사를 시작해 전날까지 총 660㎞를 측량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조사단은 500m 간격으로 A·B·C 구역에 우리 선박 각 2척씩 총 6척을 투입해 물 위에서 '음향측심기'로 쏜 음향이 수면 아래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속도를 재 수심을 측정했습니다.

당국은 현장 조사가 꼭 필요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해역은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측량선을 투입했습니다.

길이 1천720㎜, 너비 420㎜, 높이 310㎜ 크기의 이 무인측량선은 배터리팩으로 60분간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 해저지형도 (사진=해양수산부 제공/연합뉴스)
조사단이 공개한 한강하구 해저 지형도를 보면 간조 시에는 갯벌이 드러나는 상대적으로 얕은 수역이 빨갛게 표시됐습니다.

이 수역은 수심이 얕아 민간 선박이 드나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빨간 부분 사이 사이로 파랑과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수심이 비교적 깊은 곳, 다시 말해 수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역입니다.

조사원 관계자는 "수로가 당초 예성강 하구쪽으로 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 보니 남쪽(한강·임진강쪽)으로 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성강 하구 지역은 개성공단에서 약 20㎞ 떨어진 곳으로, 위치에 따라서는 맨눈으로 개성공단이 보이는 요충지입니다.

이 관계자는 "조사해 보니 북측에서도 예성강 하구는 준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짐짓 남측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과거 고려 시대에는 예성강에서 개성까지 배로 많이 드나들었을 텐데, 65년간 방치하다보니 홍수가 나면 또 수로가 바뀔 것으로 예측이 된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남북이 처음으로 개략적인 조사를 했지만, 홍수 이후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한강 하구에 대해 10%가량 알게 됐다"며 "통일부·국방부와 앞으로 조사에 관한 부분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규모의 선박을 대상으로 이곳 항행을 허용할지는 다음 달 해도가 나오고, 항행규칙을 만들어야 알 수 있다"며 "그다음 큰 배가 지나갈 때 지장을 주는 암초를 제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단은 경기도 파주시 만우리에서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까지 수역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물속 위험물인 암초 21개를 발견하고, 그 위치와 대략적인 크기도 확인했습니다.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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