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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수량 늘어나고 바람 강해지고…태풍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취재파일] 강수량 늘어나고 바람 강해지고…태풍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한 해에 발생하는 태풍은 평균(1981~2010년) 25.6개, 이 가운데 평균적으로 3.1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우리나라 해상이나 육상에 태풍주의보나 태풍경보가 내려지는 경우를 말한다.

올해는 태풍이 평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11월 30일 현재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29개, 이 가운데 7호 태풍 '쁘라삐룬'과 18호 태풍 '룸비아', 19호 태풍 '솔릭', 24호 태풍 '짜미', 25호 태풍 '콩래이' 등 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특히 19호 태풍 '솔릭'은 지난 8월 23일 제주도를 강타한 뒤 전남 목포 부근에 상륙해 호남과 충청, 강원지역을 관통했다. 또 지난 10월 26일에는 25호 태풍 '콩레이'가 경남 통영 부근에 상륙한 뒤 영남지방을 관통하면서 강풍과 폭우로 큰 피해를 내기도 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태풍의 강수량이 점점 크게 늘어나고 바람도 크게 강해진다는 종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기후변화가 태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연구 조건이나 방법이 서로 다르고 또 자연적인 변동성까지 더해져 인간 활동이 태풍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연구 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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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연구팀은 2005년 8월에 발생한 '카트리나(Katrina)', 2017년 9월에 발생한 '어마(Irma)', '마리아(Maria)' 등 허리케인 10개와 '송다(Songda)'를 비롯한 태풍 3개 등 최근 강력하게 발달해 큰 피해를 초래한 열대성 저기압 15개를 대상으로 두 가지 종류의 실험을 했다. 하나는 이들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에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또 하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기후를 가정해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자료를 최근에 열대성 저기압이 실제로 통과할 때 관측한 자료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의 기후변화가 현재 열대성 저기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앞으로 나타날 기후가 미래 열대성 저기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산출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Patricola and Wehner, 2018).

● 지금까지 기후변화, 바람보다 강수량 증가에 더 큰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의 열대성 저기압에 비해 평균적으로 강수량이 5~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더라도 최근에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에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에 비해 5~10% 비를 더 뿌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로 열대성 저기압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열대성 저기압의 바람은 산업화 이전이나 최근이나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는 주로 열대성 저기압의 강수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 반면 바람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 앞으로 기후변화 진행되면, 폭우와 강풍 모두 강해진다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열대성 저기압의 강수량이나 바람 모두 더욱 강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하는 경우(RCP4.5)와 저감 대책을 상대적으로 적게 실행하는 경우(RCP6.0),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하는 경우(RCP8.5) 등 3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각의 미래 기후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할 경우 강수량과 바람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실험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2100년쯤에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2.6~4.8℃나 상승하게 된다.

실험 결과, 이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13개 태풍 가운데 11개 태풍에서 강수량이 크게 늘어나고 바람 또한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현재보다 평균적으로 15~3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강수량은 4~9%, '어마'는 4~6%, '마리아'는 강수량이 4~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풍속은 시속 18.5km(10노트) ~ 시속 27.8km(15노트), 최고 시속 53.3km(28.8노트)나 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 '송다'의 경우는 진로가 크게 달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풍속도 시속 26.9km나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변화 진행되면…태풍 중심 부근에서 강수량 크게 늘어나

또한 열대성 저기압이 뿌리는 강수량의 지역별 분포도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전반적으로 허리케인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의 강수량은 줄어들고 허리케인 중심 부근에서는 강수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 외곽지역에 떨어지던 비가 중심 쪽으로 쏠려 태풍의 중심 부근에서 비가 더욱더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허리케인 '마리아'가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 강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강수량이 태풍 중심에 집중되고(푸른색 부분)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은 강수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갈색 부분).
기후변화에 따른 허리케인 '마리아' 강수 강도 변화(자료:Patricola and Wehner, 2018)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강수량이 늘어나고 바람이 강해진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이 더욱더 강력해지고 피해는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홍수와 바람 피해뿐 아니라 강수량이 늘어나면 수인성 전염병 등 우리가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것, 또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태풍이 점점 더 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 문헌>

* Christina M. Patricola & Michael F. Wehner, Anthropogenic influences on major tropical cyclone events, Nature, 2018; 563 (7731): 339 DOI: 10.1038/s41586-018-06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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