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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어느 날 반려견이 당신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11.24 09:02 수정 2018.11.26 17: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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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코가 개 코다"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그만큼 개들이 후각이 뛰어나기 때문일 텐데요.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들이 열대성 감염 질병인 '말라리아'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라이프/24일 9시] 어느날 반려견이 당신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지난 2005년에는 후각으로 사람의 병을 진단하는 개가 50년 내 등장한다는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그로부터 13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개가 냄새로 질병을 알아차린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빠른 시일 내에 환자들은 병원에서 개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병의 냄새도 분간할 수 있는 개 후각의 비밀을 알아봤습니다.

■ 말라리아 감염자 양말 찾아낸 개들…"확률 70%지만 질병 확산 막을 수 있어"

영국과 아프리카 감비아 공동 연구진은 감비아의 한 마을 아이들이 하룻밤 동안 신은 양말을 모아 영국의 자선단체인 '의학 탐지견 센터'로 보냈습니다. 이 단체에 보낸 175개의 양말 중 30개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아이들이 신었던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뛰어난 후각을 가진 탐지견 두 마리에게 양말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이 개들은 이미 암은 물론 파키슨병 초기 단계까지도 냄새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돼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훈련을 받은 의학 탐지견 '렉시'와 '샐리'는 각각 정확도 70%, 73.3%의 확률로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의 양말을 골라냈습니다. 말라리아 기생충이 모기를 유인하는 냄새를 풍긴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때문에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 주변에 모기가 더 많이 모여들죠. 그런데 이 냄새를 개들도 알아차릴 수 있는 겁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라이프/24일 9시] 어느날 반려견이 당신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왼쪽 허벅지만 '킁킁'…반려견이 피부암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개의 특별한 후각을 이용해 병을 찾아내는 시도가 성공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0년대부터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 개의 후각에 주목하는 과학자들이 있었는데요.

지난 1989년 세계 3대 의학 학술지에는 개가 반려인의 왼쪽 허벅지에 계속 코를 갖다 대서 병원에 가보니 악성 피부암으로 진단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개가 피부 암세포가 발산하는 특정 화학물질을 알아차렸던 겁니다.

2014년에는 독일의 연구진이 개가 폐암 환자의 호흡 냄새를 통해 71%의 정확도로 폐암을 진단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개가 사람의 소변 냄새로 초기 전립선암을 98%의 정확도로 진단했다는 이탈리아 연구진의 발표도 있습니다. 올해 8월에는 후각이 뛰어난 셰퍼드가 90% 이상의 확률로 유방암 환자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개들은 어떻게 '병의 냄새'까지 알아차릴 수 있는 걸까요? 인간은 냄새를 맡기 위해 코안에 있는 600만 개의 후각수용체 단백질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개는 이 단백질을 2억 개 넘게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개의 뇌 크기는 사람의 1/10 정도지만, 냄새를 맡고 판단하는 '후각 망울'이 사람보다 3배나 큽니다. 마약 탐지나 공항 검역대에서 탐지견이 활약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혈액 분석보다 진단 빨라"…개의 특별한 후각, 환자들 경제적 부담 덜어줄까?

이처럼 개의 후각을 활용한 질병 진단 연구가 계속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탐지견의 말라리아를 분별 능력을 입증한 영국의 연구진은 개의 후각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기존의 혈액 분석 방법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는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에 걸려도 검사나 치료 과정에 드는 비용에 부담을 느껴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스티브 린드세이 교수는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개에게 말라리아 특유의 냄새를 맡게 해 이를 분별해내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훈련시킨 개들을 통해 말라리아가 전염되는 것을 빠르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다만 정확도가 100%가 아닌 만큼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 후각으로 질병을 찾아내는 것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일 수는 있지만, 정확한 진단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죠.
[라이프/24일 9시] 어느날 반려견이 당신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