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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국민배우'와 '호구'가 공동 1위…청룡영화상을 빛낸 별(★)들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작성 2018.11.23 15:48 수정 2018.11.23 21: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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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국민배우와 호구가 공동 1위…청룡영화상을 빛낸 별(★)들
영화 한 편에도 수십, 수백 명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주연과 조연이 있고, 출연 씬은 적지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씬 스틸러'가 존재한다.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단역들도 나온다. 그들 모두가 잘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얻으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다.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는 영화들이 그렇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올해로 39회를 맞은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역대 청룡영화상을 빛낸 배우들을 분석했다. '1억 관객 배우'처럼 출연한 영화를 흥행시킨 배우와 함께, 좋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온 배우들도 주목했다. 특히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과 그 작품상 후보작 출연을 기준으로 이 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를 꼽아봤다. 누구나 알 만한 '국민배우'부터 이름 만으로는 선뜻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배우도 있다. [마부작침]이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지금 공개한다!

● 최우수작품상의 배우들, 송강호·권태원

한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잡은 청룡영화상. 1963년 첫 시상 이후 2018년까지 그해 최고의 영화에 수여하는 최우수작품상의 영예에 도전한 영화는 모두 154편이다. (※ 1974~1989년 시상 중단) 제1회 수상작 <혈맥>부터 2017년 <택시운전사>까지 총 38편만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올해도 <1987>, <공작>, <리틀 포레스트>, <신과함께-죄와 벌>, <암수살인> 5편이 작품상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출품 거부로 후보에 들어있지 않다. 이창동 감독은 조선일보 자매사인 스포츠조선이 주최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2년 이후 청룡영화상 출품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에서 청룡영화상의 역대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한 후보작 154편에 출연한 배우를 확인했다. 출연배우는 모두 합쳐 6,249명이었다. 중복 출연까지 더하면 9,711명, 1편에 평균 63명이 출연한 셈이다. 그렇다면 출연 영화가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가장 많이 올랐던 배우는 누구였을까?

'1억 관객 배우', 이 사람을 빼놓고 21세기 한국영화를 얘기할 수 없는 배우, 바로 송강호다. 송강호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2017년 <택시운전사>까지 최우수작품상 후보작 19편에 출연했고, 이 중 8편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그의 청룡 첫 작품상 후보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는 주인공 친구로 잠깐 등장했다. 이듬해 <초록물고기>에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건달로 나와 "진짜 건달 아니냐"는 오해를 살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997년 <넘버 3>에서 삼류 킬러 조필을 연기한 송강호는 그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첫 개인상 수상이었다. 이후 송강호는 주연으로 발돋움하면서 출연 영화마다 평균 관객 5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마부작침 청룡영화상
송강호와 함께 작품상 후보작 19편에 출연한 공동 1위 배우가 있다. 배우 권태원.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06년 <타짜> 화제의 대사,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를 던졌던 '호구' 역의 바로 그 배우다.

권태원은 1994년 <태백산맥>부터 2016년 <내부자들>까지 청룡영화상의 최우수작품상 후보작 19편에서 연기했다. 이 중 7편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주연을 맡았던 영화는 한 편도 없고, 개인상 수상 또한 한 차례도 없었다. 송강호는 <넘버3>로 남우조연상을, <우아한 세계>, <변호인>, <택시운전사>로는 남우주연상을 받아 개인상을 모두 네 번 수상했다.
[마부작침] 청룡영화상

데뷔 60년이 넘은, 한국 영화사 그 자체이기도 한 배우 안성기가 송강호와 권태원의 뒤를 이었다. <남부군>, <부러진 화살> 등 최우수작품상 후보작 17편에 출연했다. 다작 조연으로 유명한 이경영과 연극배우 출신 민경진이 16편에 출연해 그 다음이었다.

단역까지 포함해 작품상 후보작에 10편 이상 출연한 배우는 모두 25명이다. 23명이 남배우, 단 2명만이 여배우로 김경란 13편, 박예숙 11편이다. 모두 단역이었다. 주조연급 여배우 중에서는 <오아시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에 출연한 문소리가 8편으로 가장 많았다.

● 2018년 청룡영화상의 배우, 주지훈
[마부작침] 청룡영화상

주지훈을 '2018년 청룡영화상의 배우'로 꼽은 이유는 수상이 결정돼서가 아니다. 출연 작품이 그렇다. 청룡영화상의 올해 최우수작품상 후보작은 <1987>, <공작>, <리틀 포레스트>, <신과함께-죄와 벌>, <암수살인> 5편. 주지훈은 이 중 <공작>, <신과함께-죄와 벌>, <암수살인> 3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출연작 전체가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것 또한 기록적이다.

청룡영화상 역사 전체에서도 드문 일이다. 주조연급 배우로는 2018년의 주지훈 말고 2015년의 오달수가 있었다. 오달수는 2015년 청룡영화상 작품상 후보작인 <암살>, <국제시장>, <베테랑> 3편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 오달수는 올해 초, 과거 성추행·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 후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칩거 중이다. [마부작침]은 기사에서 오달수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또한 한국 영화의 역사라 판단해 관련 의혹을 함께 적기로 했다.

비슷한 기록은 2018년 아카데미상에서도 나왔다. 마이클 스털버그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 가운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더 포스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3편에 출연했다. 아카데미상 90년 역사에서는 이런 기록이 13번 나왔는데, 스털버그 이전은 15년 전인 2003년이었다. 존 C. 라일리는 2003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시카고>, <디 아워스>, <갱스 오브 뉴욕>에 출연했다. 라일리 이전 기록은 6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43년 더글라스 크로프트는 그해 작품상 후보인 <킹스 로우>, <야구왕 루 게릭>, <성조기의 행진>3편에서 연기했다.

○ 1994년 박용팔, 작품상 후보 4편 출연
[마부작침] 청룡영화상

같은 해 최우수작품상 후보작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는 박용팔이다. 1994년 박용팔은 <태백산맥>, <너에게 나를 보낸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게임의 법칙>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 해 작품상 후보작 가운데 <투캅스>만 빼고 모두 출연한 것이다. 박용팔은 1990년에도 작품상 후보작 3편에 출연했다. 양택조, 박충선 등 이른바 '감초배우'를 비롯해 배우 16명이 그해의 작품상 후보영화 3편 이상에 출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영화의 작은별들, 단역

배역명 '어떤 사람 A'. 대사도, 이름도 없는 단역을 맡은 배우는 주연배우 주변을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주인공만으로는 영화가 완성될 수 없다. 반세기에 걸친 청룡영화상을 밝게 빛내온 건 당대의 스타로 꼽히는 배우들이었지만, 이를 떠받쳐온 건 작은 별들, 조연과 단역들을 무시할 순 없다. 배우 송강호도 필모그래피의 시작은 단역이었다.

모두가 주연에 스타일 수는 없다. 배역 하나를 따는 것부터 쉽지 않고 수입도 들쭉날쭉 천차만별이다. 지난 2016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배우 가운데 상위 1%는 연평균 20억 원가량을 번다고 신고했지만, 하위 90%가 신고한 금액은 연 620만 원으로, 상위 1%의 0.3% 수준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려 배우의 길을 접거나 드물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온다.

한 해 영화를 결산하는 청룡영화상 시상식, 올해는 조금 밝기는 덜하지만 꾸준히 빛나고 있는, 작은 별들도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청룡영화상'

청룡영화상은 대종상 영화제, 백상예술대상과 함께 한국 3대 영화상으로 불린다. 지난 1963년 시작해 올해로 56년째, 39회를 맞았다. '한국 영화의 수준이 떨어져 상을 줄 영화가 없다'는 이유로 1974년부터 16년간 중단했다가 1990년 시상을 재개했다. 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린 1963년 11월 30일에는 영화인 전체가 참석하자는 취지로 당일 모든 영화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받은 배우는 지난 11월 4일 영면한 故 신성일이다. 신성일은 1963년 1회부터 10년 연속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조연상·주연상을 모두 받은 배우는 단 2명, 이정재와 장동건이다. 이정재는 1995년 <젊은 남자>로 신인상, 1999년 <태양은 없다>에서 주연상, 이후 14년 만에 2013년 <관상>으로 조연상을 수상해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장동건은 1997년 <패자부활전> 신인상,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조연상,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로 주연상을 받았다.

최다 주연상, 주연상을 세 차례씩 받은 배우는 모두 6명이다. 신영균이 1966, 1969, 1973년 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문성근(1992, 1994, 1996년), 김혜수(1993, 1995, 2006년), 최민식(2001, 2003년, 2012년), 송강호(2007, 2014, 2017년)가 수상했다. 윤정희는 1972년과 1973년에 이어 2010년 <시>로 37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아 최다 주연상이자 최장 기간에 걸친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상은 임권택 감독이 3회(<개벽>, <축제>, <취화선>)로 가장 많이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에서 최다 주연상 배우는 4회의 캐서린 햅번, 3회씩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 메릴 스트립이 있다.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