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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에게 김정은은 '표'가 될까?…美 출구조사로 본 북핵 협상 전망

[취재파일] 트럼프에게 김정은은 '표'가 될까?…美 출구조사로 본 북핵 협상 전망
트럼프의 시계가 이제 2020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50 대 50' 평균점이 적힌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지켰지만, 하원은 8년 만에 민주당에 뺏겼죠. 앞으로 2년, 재선을 위해 뼛속부터 '장사꾼'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표 셈법을 할지 주목되는데요.

특히 우리에겐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관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표밭 다지기에 '북핵 협상'이 과연 '돈'이 된다고 생각할까요? "김정은과 햄버거를 함께 먹겠다"며 핵 협상 타결을 호언장담하던 트럼프 대통령,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CNN_선거방송_출구조사
지난 미국 중간선거 전국 출구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보험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4명꼴로 건강보험 이슈를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건강보험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치적으로 꼽는 '이민정책'과 '경제' 이슈보다 2배 가까운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중간선거 전날 지원 유세에 나섰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도 '트럼프 심판'이 아닌 '건강보험이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출구조사_NBC_03
CNN은 "이번 중간선거는 '건강보험' 선거였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취임 이후 건강보험 개혁안인 이른바 '오바마 케어' 폐기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NBC 방송도 "건강보험 문제가 경제도 밀어내고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출구조사_overall_CNN
반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크게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41%), 이민정책(23%), 경제(22%), 총기규제(10%) 등으로 드러난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외교정책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겁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 지도자의 첫 만남이라는 상징성과 이후 한반도에 불어온 데탕트 분위기가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에까지 녹아든 건 아닌 듯합니다. 이를 방증하듯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미국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더 불안해졌다'(46%)는 답이 '더 안전해졌다'(38%)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출구조사_ABC
출구조사_CBS_01
CNN과 NBC·ABC·CBS 등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치고 투표장을 나온 유권자 현장 면접조사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전화면접을 포함해 모두 1만877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표본오차는 ±3%입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 전체 결과
CNN바이폰_트럼프-설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출구조사 결과가 완벽하진 않을 수 있어도 다음 선거 캠페인(2020년 대선) 전략을 저울질하는 유권자 분석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 국내 현안이 외교정책보다 유권자들의 표심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중간선거 전까지는 북핵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적의 하나로서 '꽃놀이패'가 됐을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다음 대선까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카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트럼프-트위터_삭간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은 재선으로 이어지는 '표'가 될까요? 관련 전문가 대부분은 북핵 협상 자체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에서 최근 발간된 '중간선거 이후 미국 대외정책…대북정책을 중심으로'를 보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핵심 사안은 아니었다"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았던 대외정책이 의회 지형 변화로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모를 리가 없죠. 1차 정상회담 이후, 원하던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은 북한 입장에서 2차 정상회담이 더 간절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숨 가빴던 올 한 해 북핵 협상과 달리 앞으로는 '속도 조절'이 있을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가 끝나자 "서두를 게 없다"는 말을 7차례 반복하며 느긋하게 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현 상황을 관리하는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미국 주류언론 등에서 제기한 '북한의 추가 도발 의혹' 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북한 미사일 기지 추가 발견' 관련 미국 CSIS 보고서를 바탕으로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며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사실관계를 일부 왜곡하거나 무리한 방향으로 기사를 썼다는 비판이 큰 상황이긴 합니다.) 트럼프식 일방적 북미협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측과 미국 주류 언론의 비판은 점점 더 거세지겠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이상 징후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관리되지 않는 상황은 없다'는 뜻일 겁니다.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새로울 것'도 '비정상적인 일'도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트럼프 재선을 막으려는 반트럼프 진영의 '북핵협상 실패' 공격은 계속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맞설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의 남은 2년 동안,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끊기지 않도록 우리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이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커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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