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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中 갈등, 중국의 반전 카드는 통했을까?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11.08 14:15 수정 2018.11.09 08: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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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美·中 갈등, 중국의 반전 카드는 통했을까?
지난 5일부터 중국 상하이엔 전례 없는 초대형 시장이 들어섰습니다. 전세계 3,000여 기업들이 상품을 내놓고, 15만 명의 구매자가 몰려든 국제 시장입니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 얘깁니다. 수입박람회 보도에 여념 없는 중국 관영 CCTV를 보고 있으면 흡사 홈쇼핑 채널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은 내부적으론 수입박람회를 통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유인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외 이미지 변신 효과겠죠?

중국은 이번 기회에 막대한 구매력을 과시하며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무역 흑자 때문에 여기저기서 지탄을 받고 상황인데, 지갑 화끈하게 열어서 다른 나라 물건 왕창 사주겠다는 겁니다. 돈 쓰는 입장이라 그런지 시진핑 주석은 행사 개막 연설에서 자신만만한 어조로 중국의 대외개방 확대 의지를 역설했습니다. 이 기회에 중국을 따르고 미국을 반대하는 단일 대오를 이끌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시진핑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 (사진=연합뉴스)하지만 이런 중국의 기대와는 달리 국제수입박람회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시 주석의 개막 연설에도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개막 연설 내용이 지난 4월 보아오 포럼 연설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후속 조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말 잔치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향후 15년간 4경 5천조 원어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한다는 발표도 중국의 매년 수입총액을 합한 액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지나치게 개방 확대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돕니다. 행사 개막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협력국과 옛 사회주의 국가들 위주의 '그들만의 잔치', '돈다발 외교'라는 혹평이 그대로 이어지는 분위깁니다.

중국이 기대했던 또 다른 상황 변수는 미국의 중간 선거입니다. 중국은 지난 6월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맞불 관세로 맞섰습니다. 그 첫 타겟이 이른바 '팜 벨트(farm belt)'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상품이었죠. 누가 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노림수였던 겁니다. 때문에 중국에겐 이번 중간 선거가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노림수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상황을 대비해왔다"고 귀띔했습니다. 중간 선거 결과에 따른 다양한 경우의 수를 준비했다는 얘기겠죠.
미국 중간선거미 중간선거는 전반적으로 '민주당 하원 탈환, 공화당 상원 수성'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습니다. 8년 만에 민주당에 하원을 내준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정도로 승패가 애매한 결과였습니다. 중국의 의도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선 중간 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 노선이 달라질 거란 예측은 어려울 듯합니다. 설사 민주당이 이겼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미중 무역전쟁 (사진=연합뉴스)현재로선 미중 무역 갈등의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이달말 G20 정상회담 때 트럼프-시진핑 회동이 예정돼 있지만, 이는 분쟁의 해결이 아닌 또 다른 국면의 시작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준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다. 겉으론 협상이 재개된 걸로 보이지만, 내용상은 미국이 중국에 최후의 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그때까지 기한을 줘서 중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는 지 판단한다는 거죠. 중국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미 예고한 관세폭탄은 물론 가혹한 보복조치를 퍼붓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선지 트럼프-시진핑 G20 회동이 발표된 뒤 진행된 시 주석의 개막연설상 미국을 겨냥한 비판 내용은 평소보다 날카롭지 않았습니다, 표현 수위도 낮았고, 할애한 시간도 짧았습니다. 미국을 맹비난하던 관영매체들의 기사 수위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양국 상생을 유난히 강조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내세웠습니다. 왕치산 부주석까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모습은 '이제 그만 끝내자'라는 구애로 들릴 정돕니다. 반면 미국은 의기양양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협상 실무책임자들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합의 시점은 아니다."라는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 위원장의 냉정한 평가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어느 선만큼 양보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공정하고 대등한 협상을 외치고 있습니다. 미국에 무릎 꿇는 자세로는 절대 협상할 수 없다는 표현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뻣뻣하게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니, 중국도 협상의 적정선이 어디일지는 고민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외교소식통들도 "중국이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카드는 미국의 요구안 중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것, 장기간에 해결 가능한 것, 수용할 수 없는 것의 항목과 비율을 조정하는 수준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답안은 이미 거부당했던 적이 있는 만큼 이거 갖고는 협상 타결 전망이 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여간해선 중국과의 원만한 합의를 맺어줄 거 같진 않습니다. 맺어줄 필요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더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 게 분명한데, 판을 키웠으면 키웠지 덮을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에게 더 많은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압박하는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G20 정상회담에 진행될 미중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는 전망도 바로 이런 이유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G2 두 나라의 첨예한 갈등 속에 밀리고 있는 중국의 분위기 반전 카드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진핑 주석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