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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닥 뚫린 증시, 시계 제로 한국 경제

"무기력한 정책 당국, 신뢰회복이 관건"

코스피 (김용철 취재파일)
● 증시에 닥친 위기감…코스피 2천선 붕괴 '패닉'

미국의 금리인상과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산, 증시자금의 해외 이탈 등으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29일 코스피는 2천선이 무너지면서 최순실 사태로 정국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0월 들어 코스피 하락폭은 14.8%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 달간의 하락폭으로는 최대치로 최근 중국이나 일본의 주가 하락폭보다 훨씬 크다.

문제는 이런 과도한 하락에도 주가의 방향을 반전시킬 만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저 최근 주가 하락을 촉발한 미국만 처다 볼뿐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온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등 정통 제조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떨어지고, 반도체 산업마저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하고 비전을 제시해야할 리더십의 부재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며, 중소영세사업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요경제지표
● '다이어트보다 설탕물'…핵심역량 상실에 시장 불신 확산

한국은행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국경제의 주요 지표는 외견상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6%,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0%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안정된 상태, 지난 8월 경상수지는 84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장의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라 상대적인 지표다. 우리나라의 3분기 성장률 2.0%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 3.5%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0%로 미국의 기준금리 2.00-2.25%보다 최대 0.75%P나 낮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은 당연히 발생될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1년 가까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한국처럼 작고 개방된 경제체제의 금융통화정책은 국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이 지난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했는데도 한국은행은 6개월이 지난 2016년6월 오히려 한차례 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이 7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동안 한국은행은 단 한차례 금리를 올리는데 그쳤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률과 물가가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물가는 2.3%, 성장률은 3.8%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한 두 차례 금리를 올려도 성장률에 그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조장옥 교수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경원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진작에 실패했고, 집값과 전세가격만 올렸다."면서 "일찍이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렸다면 시장에 경고신호를 줘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까지 급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그래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11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해 앞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0.75%p나 나는 상황에서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을 막으려면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 하지만, 가계부채가 1,493조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인상은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상황',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적절한 금융 처방을 내릴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은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한 것은 박근혜 정부 2년차였던 지난 2014년 4월, 같은 해 1/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8%에 달했다. 같은 해 7월 취임한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장관은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자 아파트 분양권 전매 허용 등 부동산 규제를 풀어 경기진작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2.5%였던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5%로 수직 인하했다.

2014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43억달러, 2015년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 달러에 달했지만 환율은 1달러에 1천1백원 수준을 유지했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높은 환율을 유지하며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고환율의 따뜻함에 안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상수지&원달러 그래프
이런 정책 때문인지 2015년 2/4분기 2.4%까지 하락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2/4분기 3.5%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는 2013년 말 1,019조원에서 2016년 말 1,342조원으로 3년 동안 323조원, 31.6%나 증가했다. 부동산에서 경제성장의 활로를 찾으면서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이 가계부채로 이전 된 셈이다.

김경원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장은 "환율과 금리 등 통화금융정책을 지나치게 완화해 손쉽게 돈을 벌게 해 줌으로써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노력을 게을리 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 '펀더멘탈' 보다 심각한 '불안증세' 왜?

지난 9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천30억 달러로 세계 8위를 자랑하고 있다. 경상수지도 7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9일 오전 5천억원 규모의 증시안정 자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견고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9일 코스피는 1996으로 22개월 이전 수준으로 폭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5%나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의 패닉은 경제문제에 신경을 안쓰는 정부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기도 하다."면서 "경제분야에 위기가 다가오는데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 "경제문제는 현실…이제라도 현실 직시해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사상 최고수준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과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미국발 금리상승과 신흥국의 부도위기 등 우리경제는 온통 어려움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던 정부는 이제 '혁신 성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었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늘리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 확대는 재정부담을 늘리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경제문제'는 정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먹고 살기 어려워진 우리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와 대안을 찾아 정권의 운명을 거는 노력을 해야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가 그나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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