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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에게 일등석 양보받아낸 태국 국제항공 조종사들…비난 쇄도

비번인 태국국제항공(THAI) 조종사들이 자사 항공기에서 일등석을 타고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항공기 운항이 2시간 30분이나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조종사들이 애초 일등석에 타기로 했던 부부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받고 나서야 사태가 해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태국 사회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23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황당한 일은 지난 1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THAI 항공기에서 일어났다.

애초 이 노선에는 일등석이 없는 보잉777 기종을 쓰기로 했는데 현지에서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일등석이 있는 보잉747 기종으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항공사 측이 비즈니스석으로 예약한 승객들을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다음 비행을 위해 이 항공기를 타고 귀국하려는 고장 난 항공기 조종사 2명을 위해 일등석을 남겨두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보잉777 조종사들은 "비행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게 근무규정"이라며 일등석을 고집했고, 보잉747 조종사들도 동료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항공사 지상근무 요원들이 사정을 설명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이 때문에 비행기가 장시간 이륙하지 못하자 일등석에 타기로 했던 한 부부가 자리를 양보해 무려 2시간 30분 만에 사태가 마무리됐다.

이 부부는 삭다 빤끌라 전 태국 산업부 사무차관과 아내인 유와리 교수였다.

유와리 교수는 귀국한 지 3일 뒤인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불쾌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일이 발생했을 때부터 공짜로 탄 조종사들과 근무 중인 조종사들의 행동에 놀랐다"면서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람들이 승객들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치 승객들이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잡혀 있는 인질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후 삭다 전 차관이 항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항공기 지연 이유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자 현지 소셜미디어에 조종사와 항공사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이에 항공사 측은 지난 18일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담롱 와이야까이 THAI 노조위원장도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종사들이 일등석에 앉게 돼 있지만 이번 일의 경우 승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태국 교통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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