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수백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 닥터 헬기가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 허벅지 잘린 '중증외상' 해경...헬기 3대나 있었는데 사망에 이른 이유는?
지난달 10일 오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해상종합훈련에 나선 해경 승무원 57살 박 모 씨가 쓰러졌습니다. 닻을 올리고 내리는 양묘기에 다리가 끼인 겁니다. 박 씨는 왼쪽 허벅지가 절단되는 중증외상을 입어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사고 함정은 즉시 부두로 이동했고 여수해경은 상급기관인 서해지방청과 119구조대, 닥터헬기 운영업체 등 3곳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헬기 3대는 부두 근처에 착륙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선 전남 닥터 헬기는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는 이륙하지 못했습니다. 119구조대 헬기는 해경이 자신들의 헬기를 사용하겠다고 해 역시 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먼저 나선 해경은 부두에서 직선거리로 5.3km 떨어진 헬기장에 헬기를 대기시켜놓고 박 씨를 구급차로 실어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며 응급처치만 이뤄졌고 박 씨는 다시 구급차로 약 1시간 반을 이동해 전남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결국 병원에 도착한 지 20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박 씨가 우여곡절 끝에 사고 4시간 14분 만에 도착한 전남대 병원은 헬기로는 40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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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적으로 인계점에만 착륙해야"…지정돼 있는 인계점도 관리 엉망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닥터 헬기로 이송한 환자 수는 5000명을 돌파했습니다. 많은 응급환자를 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처음부터 헬기로 이송됐다면 중증외상 치료의 골든아워인 1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던 박 씨. 특히 중증외상이나 병원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들을 위해 도입된 닥터 헬기가 이륙조차 하지 못한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 충남 천안, 전남 목포, 경기 수원, 강원 원주 등 6대의 닥터 헬기가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을 것 같지만, 닥터 헬기는 대형 재난 상황이 아닌 이상 사전에 승인받은 장소에만 이륙과 착륙이 가능합니다. 이 장소를 '인계점'이라고 부르는데요. 지난달 사고에서 전남 닥터 헬기가 이륙하지 못한 이유도 해당 부두가 인계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지정돼 있는 인계점 관리도 엉망이라는 겁니다. 일부 인계점에는 안전한 착륙을 방해하는 고압선이 지나가거나 농·어구는 물론 배까지 널려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착륙장에 문제가 있어 출동하지 못한 사례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80건에 달합니다.
■ "인계점 집착하는 나라 우리나라뿐" 5백억 원 쓴 닥터 헬기, 이름값 할 수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