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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장난감 총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DF X 김동식] 장난감 총
※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장난감 가게로 크게 성공한 양양양 씨는 자신의 모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평생 그가 나온 학교는 하나였는데,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 동네 학교였다.

양양양 씨가 직접 모교를 방문하자, 소식을 전해 들은 교장이 교장실에서 그를 환영해주었다.

"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인물이 났습니다 참 하하 "

양양양 씨는 겸양의 웃음을 지은 뒤 말했다.

" 기부금과 따로, 전교생에게 장난감을 하나씩 주고 싶군요. 제가 그 아이들 나이 때는 장난감이 정말 부러웠었습니다. "

" 아이고 정말로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

교장은 양양양 씨의 편의를 봐 드리겠다는 듯 말했다.

" 장난감 총 150개랑 인형 162개면 됩니다. 전교생이 딱 312명입니다 하하. "

" 네? "

" 그러니까, 남자애들이 150명이고 여자애들이 162명이란 말입니다. "

양양양 씨는 잠시 교장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 아니요 일단,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원하는지 물어본 뒤에 "

" 아~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번잡하게 얼마나 귀찮겠습니까. 그냥 남자애들은 총, 여자애들은 인형으로 통일하면 됩니다. "

양양양 씨의 미간이 좁아졌다.

" ...진심이십니까? "

" 예? "

영문을 모르겠다는 교장의 표정을 보며 양양양 씨는 고개를 저었다.

" 남자애라고 무조건 총을 준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럼, 만약 남자애가 인형을 원하면 어떡할 겁니까? "

" 하하 남자애들이 왜 인형을 원하겠습니까? 남자는 당연히 총입니다. "

" 음. "

양양양 씨가 꽉 막힌 느낌을 받을 때, 교장이 혀를 차듯 말했다.

" 그리고 말이죠, 요즘 젊은 남자 놈들이 물렁해 터져서 말입니다 원, 남자다움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남자다움을 교육해줘야 한다 이 말입니다. 전쟁 나면 걔들이 국가나 제대로 지키겠습니까? "

양양양 씨는 그제야 방 안에 전시된 교장의 특공대 시절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양양양 씨는 그래도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교장은 단호했다.

" 하지만, "

" 아뇨아뇨, 그렇게 해주십시오. 제가 부탁드립니다. 장난감 하나에서도 배우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답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 ... "

양양양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우리 애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일주일 뒤, 전교생에게 선물을 나눠준 양양양 씨가 다시 교장실을 방문했다. 교장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무척 좋아하지 않습니까? "

" 예. 정말 좋아하더군요. "

" 하하 이거, 조금 있으면 쉬는 시간인데 아이들 총싸움하고 난리겠군요. "

"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특별한 선물을 받은 아이도 하나 있을 겁니다. "

" 예? 특별한 선물이요? "

양양양 씨는 교장의 눈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 실은, 150개의 장난감 총 중에 실탄이 들어간 진짜 총 하나를 섞어놓았습니다. "

" 예?? "

" 방아쇠만 당기면 나가는 실제 총을 하나 섞어놓았단 말입니다. "

" 하하 무슨 농담을~ "

" 농담이 아닙니다. "

진지한 표정의 양양양 씨는 주머니에서 남은 실탄을 꺼내 내려놓았다. 교장은 실탄과 양양양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다가 두 눈을 부릅떴다!

" 뭐 이 미친! "

" 그 총을 받은 아이는 분명, 장래에 훌륭한 장군이 될 겁니다. "

" 이, 이! "

벌떡 일어난 교장이 삿대질했다!

" 당신 미쳤어?! 실탄이 든 총을, 뭐?! "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에 진짜 총이라고 메모를 붙여놨으니까 말입니다. 설마 사람에게 쏘겠습니까? "

" 이런 씨! 사리분별도 못하는 어린애한테 그런 위험한 물건을 쥐여주고 한다는 말이 뭐?! "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교장을 보며, 양양양 씨는 태연하게 말했다.

" 네. 사리분별도 못하는 어린애한테 제가 총 하나를 쥐여주었습니다. 근데 전 겨우 하나지만, 교장 선생님은 사리분별도 못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그러지 않았습니까? "

" 뭐? "

" 제가 아이에게 총을 쥐여준 행위나 교장 선생님 마음대로 주입하려는 성향이나 비슷하게 위험하단 말입니다. 아직 사리분별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말입니다. "

" 뭔 개소리야! "

그때,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깜짝 놀란 교장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장 교무실로 가서 난리를 피웠지만, 당장 회수가 가능할 리가 없다. 창밖으로는 벌써 운동장에 나와 총싸움 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교장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본인의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난다면?

" 이런 씨! "

방법도 없지만,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주친 양양양 씨가 말했다.

" 그렇게까지 걱정이 된다면, 그 학생의 반으로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 이런 씨...! 아, 알았으니까 빨리! 빨리! "

양양양 씨를 앞세워 가는 길, 교장의 눈에 복도로 나온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미칠 것 같았다. 행여나 총구가 자신 쪽을 향하면 움찔, 다른 아이들과 서로 겨누며 놀기만 해도 괜히 버럭!

" 야, 야! 거기 학생! 위험하게 총구를 사람에게 하지 마라! "

교장에게는 이 복도가 실제 전쟁터처럼 끔찍하게 느껴졌다.

" 제발 빨리 좀! "

" 네네. "

" 제발! "

교장은 가는 도중에 총성이 울릴까 봐 덜덜 떨렸다. 뒤에서 양양양 씨를 밀며 재촉했다.

천만 다행히도, 얼마 안 가 어느 교실 앞에 멈춰 선 양양양 씨가 한 학생을 가리켰다.

" 저 아이입니다. "

교장은 바로 달려가 외쳤다!

" 너 총 어쨌어?! 장난감으로 받은 총 어쨌어?! "

" 네, 네? "

깜짝 놀란 소년이 겁을 먹었다. 교장은 애써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 아직 여기 있다는 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없다는 거 아니겠는가?

" 오늘 장난감 총 받은 거 어쨌니? "

" 여, 여기 있는데요. "

소년은 포장을 뜯지 않은 장난감 상자를 가방에서 꺼냈다. 교장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년은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은 얼굴로 눈치를 보며 말했다.

" 장난감 포장을 뜯지 않고 가게로 가져오면 다른 장난감으로 교환해준다고 하길래요. 전 퍼즐 장난감이 갖고 싶었거든요. 안 되나요...? "

" ... "

말문이 막힌 교장은 학생의 불안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바람 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 ...아니다. 잘했다. 정말 잘했구나. "

어느새 다가온 양양양 씨가 교장에게 말했다.

" 장난감 포장을 뜯지 않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장난감을 교환해주지 않을 테니, 총과 인형을 가지고 놀라고 방송할까요? "

" ... "

교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장난감 총 SDF 웹소설
[김동식 작가의 다음 소설은 10월 31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김동식 작가 연재 소설 모두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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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소개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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