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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거상의 거래법 1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DF X 김동식] 거상의 거래법 1편
※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 주머니에 천 원밖에 없는 인생이네. "

사내의 자조 섞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통장은 마이너스에, 취업은 안 되고, 방세는 밀리고, 핸드폰도 끊기기 직전이다.

주변에서 다 말리던 비트코인 사업을 시작한 탓이다. 코인의 폭락과 함께 인생도 폭락했다. 그때는 말리던 녀석들에게 평생 월급 노예처럼 살라고 무시했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굽히고 돈 좀 꾸기 위한 전화를 걸어야 할 형편이다.

핸드폰을 들고 주소록을 들여다보는 사내의 표정이 어두웠다.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던 사내는 더위 탓인지 속이 타는 것인지, 전재산 천 원을 갈증 해소에 쓰기로 했다. 바로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들고 나온 사내는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내내 핸드폰을 계속 노려보며 망설이던 사내는, 일단 생수 뚜껑을 따려 했다. 한데 그 순간, 핸드폰 액정이 이상한 화면으로 변했다.

[ 초대박! 거상이 될 기회! ]

" 뭐, 뭐야? "

화면에는 사내가 들고 있는 생수병 사진과 함께 [ 물건을 판매하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 이 나와 있었다. 당황한 사내가 이상한 앱을 깐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런 적도 없고 이 사진을 찍은 적도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던 사내가 한번 '수락'을 눌러본 순간,

[ 반갑습니다 ]

" 어? "

화면에 '악마'가 나타났다. 검은 가죽에 돋아난 뿔과 지옥불까지, 전형적인 악마였다. 사내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그것이 동영상이 아닌 영상통화의 개념이었다는 거다.

[ 그렇게 놀랄 것 없습니다. 지금 인생 최대의 기회를 잡은 거니까 말입니다. ]

" 뭐야 이거? "

[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중개인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드리고 30%의 수수료를 받아가죠. 방금 수락하셨으니, 들고 계신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분과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 뭐, 뭐야? "

더 자세한 설명과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악마는 곧바로 화면을 바꿨다. 바뀐 화면의 배경은 사막, 지친 표정의 중동인이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배경으로 악마의 설명이 이어졌다.

[ 저분은 꽤 부자이지만, 가문 내 파벌 싸움 때문에 사막에서 길을 잃고 떠도는 중입니다. 그 생수를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 ]

" 뭐? "

[ 물 한 모금이 아쉬운 저 부자에게는 당신이 가진 그 생수 한 병이 천금보다 더 귀하겠죠. 당신이 가격을 제시한다면 제가 그 가격으로 저분에게 구매 의사를 물을 겁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30%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건네드리겠습니다. 수수료를 받는 만큼 물건 전달과 대금 회수는 확실히 처리할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장난치고는 너무 고퀄리티다. 만약에라도 나오는 말이 다 진실이라면, 엄청난 상황인 거 아닌가?

[ 훌륭한 상인은 때의 값을 잘 알지요. 얼마에 파실 겁니까? 금액을 제시할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

" 으음. "

사내는 속으로 가격을 생각해봤다. 내가 만약 이 영상 속 남자라면 이 생수를 얼마에 살까? 10만 원이라도 사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백만 원이라도 살 것 같은데? 천 원 주고 산 생수를 백만 원에 팔 수 있다면?

침을 꿀꺽 삼킨 사내가 떨리는 입을 열었다.

" 배, 백만 원에 팔겠어 "

[ 백만 원 말입니까? ]

사내는 악마의 대꾸에 놀랐다. 점점 진짜 같지 않은가?

[ 백만 원이라.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렇게 정하셨다면 알겠습니다. ]

다음 순간, 사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손에 있던 생수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고, 핸드폰 영상을 본 사내는 말을 절었다.

" 저, 저 어, 엇? "

사막의 남자가 생수통을 꿀꺽꿀꺽 강하게 흡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 지급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

사내의 코앞으로 툭 봉투가 하나 떨어졌다. 황급히 열어보니, 현금 70만 원이었다.

" 이, 이럴 수가! 이럴 수가! "

두 눈이 휘둥그레진 사내가 핸드폰을 바라보았지만, 화면은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볼이라도 꼬집고 싶었지만, 이게 꿈일 리 없었다. 멍하니 있던 사내는, 미친 듯이 핸드폰 앱을 뒤졌다. 혹시라도 제발, 그런 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

.

.

사건 사흘 뒤. 사내는 후회하고 있었다.

" 아~씨, 한 천만 원 불렀어도 팔렸을 것 같은데 "

영상 속 허겁지겁 물을 마시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백만 원을 부른 게 아쉬웠다. 사내는 사흘 내내 생수병을 들고 다녔지만 효과가 없었다. 기회는 생수병이 아닌, 다른 것으로 찾아왔다.

사내가 집주인에게 밀린 방세를 내러 갔을 때, 심부름을 부탁받았다. 아직 방세를 다 갚지 못해서 거절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행운이었다. 주유소에서 말통에 기름을 받아오던 길, 핸드폰이 울렸다.

[ 초대박! 거상이 될 기회! ]

" 어! "
거상의 거래법 1편 아이콘 SDF 웹소설
[김동식 작가의 다음 소설은 10월 4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김동식 작가 연재 소설 모두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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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소개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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