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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B 재판 ⑬ - 에이킨 검프는 무료로 다스 소송을 대리했나?

MB 재판 쟁점 정리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8.09.15 12: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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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삼성, 다스 소송비10월 5일, 1심 선고를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액수는 111억여 원입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로 무려 67억여 원입니다. 바꿔 말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67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걸로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67억여 원 중 64억 원가량과 관련됨 혐의가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발생한 점입니다. 다스의 미국 소송은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 원 중 회수하지 못 한 140억 원을 김경준 씨 등을 상대로 돌려받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버젓이 재벌을 동원하는 대담함. 검찰 주장대로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어야 그나마 이해가 되는 혐의입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연합)● 삼성 2인자 이학수의 진술…"사면 등을 기대하며 소송비 대납"

물론, 소송비 관련 혐의는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일 뿐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모욕'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의 소송비 대납을 보고 받고 승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느냐. 삼성이 현직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 사면이나 경영 승계와 관련한 핵심 사안인 금산분리 정책의 추진, 삼성 특검 수사 완화 등을 바로 돈을 건넸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삼성이 아쉬운 것이 있어서 돈을 건넸다는 겁니다.

그런데 돈은 이 전 대통령이나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판단하는 다스로 건너가지 않았습니다.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납한 미국계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 측으로 송금됐습니다. 다스가 에이킨 검프에 줬어야 할 돈을 삼성이 대신 냈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인 만큼 그만큼의 돈은 뇌물이라고 검찰은 주장합니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선 에이킨 검프 소속 변호사로 이 전 대통령 측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석한씨가 등장합니다.
다스 법인세 추징● "다스의 미국 소송은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변론한 것"

검찰의 뇌물 주장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전혀 아니다"고 맞섭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어색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프로보노(Pro Bono)' 즉, '무료변론'이라는 용어입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즉 에이킨 검프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 준 것이 아니라 애초 에이킨 검프가 다스의 미국 소송을 '무료변론' 해 주는 걸로 알았다고 주장합니다. 바꿔 말하면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내고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겁니다.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무료변론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다스의 미국 소송과 관련해 김 변호사와 대화 창구였던 김백준 전 기획관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무료변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게 근거입니다.

'프로보노'라는 용어의 등장이 어색하다고 한 건, 이 용어는 보통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익적인 차원에서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할 때 쓰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다스의 미국 소송을 왜 미국계 대형 로펌이 무료로 변론을 해 줄까.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도 같은 생각입니다.

검찰은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의 변호사가 소송을 수행했고, 비용도 상당히 들 수밖에 없는데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변론을 했겠냐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고 인정했고, 송금 내역도 있는 만큼 무료 변론이 아닌 소송비 대납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애초 삼성은 다스 소송비를 대납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네려 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검찰
"피고인은 삼성이 피고인에게 자금 지원을 하려한다는 걸 김석한 변호사에게 보고 받고 승인한 것이다. 삼성에서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해 준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이 아니다."


검찰의 주장은 이 전 대통령은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서 삼성이 돈을 주려한다는 것을 듣고 승인을 했고, 그 방식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하는 형식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겁니다. '무료변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소송비 대납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논점을 흐리는 것이고, 본질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측은 무료 변론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국내에서도 많이 있는 일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이 무료 변론이 아니라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하려고 했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으로부터 소송비 대납을 포함한 일체의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국내 로펌에서도 무료소송 많이 한다. 장래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무료 소송을 한다. 김석한 변호사가 무료로 변론해 주겠다며 삼성 사건을 에이킨 검프가 많이 수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다. 만약 삼성에서 소송비를 대납한다고 보고를 받았다면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어떤 반응 보였겠나. 삼성의 돈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이명박 전 대통령,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프로젝트 M = Mandarin(중국) vs MB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에 의문은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현직 대통령 친형의 회사일 뿐인 다스의 미국 소송을 굴지의 대형 로펌이, 그것도 수십억 원을 들여가며 마케팅 차원에서 무료로 변론을 해 준다? 쉽게 수긍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은 '마케팅 차원'에서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변론 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소송비 대납 혐의와 관련한 핵심 인물인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이 일부 바뀌었다며, 이들의 진술 전체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삼성이 에이킨 검프에 송금한 돈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가 아닌 삼성 자신의 법률 서비스를 위해 지급한 돈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삼성의 송금장에 적힌 '프로젝트 M' 의 M은 MB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Mandarin(중국)의 약어라고도 덧붙입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중국 이전에 대한 법률 조언 대가로 삼성이 에이킨 검프에 돈을 보내면서 프로젝트 'M'이라고 기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 측이 자신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 비용으로 돈을 보냈다고 한 적이 없다며 '소송비 대납'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이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프로젝트 M'이 반도체 공장의 중국 이전 추진을 뜻 하는 것이라면 삼성이 미국계 로펌인 에이킨 검프, 게다가 중국이 아닌 대미 통상 전문가로 알려진 김석한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맞섭니다. 실제로 자문을 받은 것도 없는 만큼 '프로젝트 M'의 M은 MB,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겁니다.

'최고의 정치 권력자인 대통령과 최고 경제 권력인 삼성의 부정한 결탁' 검찰의 이런 시각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는 말까지 써가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습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취재파일에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등 개인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