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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 호텔 입구 장식한 '유죄'…'탄핵 열차' 출발하나?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입구에 '유죄(GUILTY)', '범죄자(CRIMINAL)'라는 단어가 푸른색 빛으로 새겨졌습니다. '흉악범 환영합니다(FELONS WELCOME HERE)'라는 조롱 섞인 문장도 등장했습니다. 올해 초 같은 장소에 '똥통(shithole)'이라는 글자를 빔프로젝터로 쏘아 보냈던 비디오아티스트 로빈 벨의 두 번째 작업입니다.
트럼프 호텔 쉿홀
올해 초 기세등등했던 때와 달리, 지금 '유죄'라는 단어를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경은 참 복잡할 듯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열쇠를 쥔 최측근 2명이 동시에 '유죄'로 결정 난 날에 호텔 앞에 '유죄'라는 글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호텔 입구
우리나라에서 트럼프 뉴스는 대부분 북한 비핵화 관련 소식이죠. 그래서 우리 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가 북한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세 글자만 언급해도 한국 메인뉴스 톱단락에 올라가곤 하니까요.
북미 회담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카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흥행 카드'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하게 되면 어쩌면 탄핵으로까지 몰릴 수도 있는 상황. 리얼리티 쇼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직전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대해 '2차 정상회담 쇼'를 펼치며 흥행몰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아니라 '특검'일 겁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취임 초부터 문제가 됐던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결탁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 턱 밑까지 다가온 데다, 수사 과정에서 '성추문 스캔들' 입막음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뮬러 특검을 노골적 막말로 비난했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특검 수사를 중단시키라'는 취지의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상황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런 행위가 가장 강력한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 폴 매너포트 / 지난 대선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 특검 '1호 기소' 성공…믿었던 '해결사'는 플리바게닝

지난 21일 하루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마도 생애 최고의 '끔찍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자신의 '뒷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최측근 2명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나란히 유죄 결정을 받은 겁니다.

우선,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가 버지니아 법원에서 배심원단에게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매너포트는 미국 정가에 정치적 기반이 없었던 '워싱턴의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당선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나선 뮬러 특검팀의 '1호 기소'라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CNN 방송은 탈세와 금융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매너포트가 "최대 80년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뮬러 특검의 '1호 기소'는 큰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검 수사가 더욱더 탄력을 받게 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여간 골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마이클 코언 / 트럼프 대통령 과거 개인 변호사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해결사'로 불립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졸졸 따라다녔던 포르노 배우와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과의 '성추문'을 돈으로 입막음했던 걸로 미 연방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연방검찰은 그 돈의 출처가 러시아일 가능성을 두고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코언을 수사해왔습니다.

매너포트가 버지니아 법원에 출석한 날, 코언은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대신 감형을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가 시켜서 여성들에게 성관계 폭로 입막음용 돈을 줬다"는 걸 인정하고 대신 46~63개월 형을 받기로 검찰과 합의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플리바게닝'을 하겠다는 건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거나 유죄 관련 증언을 하는 것으로 검찰에서 형을 줄여서 받을 수 있는 유죄협상, 이른바 플리바게닝을 할 수 있습니다. 코언이 플리바게닝을 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남은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가능성이 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게 됐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부담은 '탄핵론'이 될 걸로 보입니다.

▶ [취재파일] '탄핵' 하려는 자 vs 피하려는 자…관건은 '사법방해' (2018.08.18)
▶ [취재파일] '탄핵 1호' 불명예는?…미국 탄핵의 역사와 사법방해 (2018.08.20)

● 탄핵열차 출발하나?…관건은 11월 중간선거

지금까지는 '의혹' 수준이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녀사냥'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날려온 트윗이 (적어도) 지지자들에게는 먹혔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 관련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유죄로 결론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코너에 몰리게 됐습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인 언사에 잔뜩 독이 오른 상태에서 "사법방해 가능성도 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입니다. '사법방해'란 말은 '탄핵열차'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공화당의 중간선거 지지유세를 다니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공화당 소속이지만 공화당과 그다지 살가운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이런 적극적 유세 행보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미국 헌법상 '탄핵'의 시작은 미 하원에서이고,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원을 새로 선출하게 됩니다. CNN 방송은 "트럼프의 최측근 2명이 유죄 평결을 받거나 유죄를 인정하면서, 민주당이 다수당에 오를 경우 탄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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