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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폭염 때 공사 중단"…현장 가보니 분주한 작업

<앵커>

서울시가 오늘(7일)부터 건설노동자들의 건강을 보장하겠다면서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서울시가 발주한 모든 공사의 오후 작업을 중단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일을 멈춰도 임금은 그대로 보장한다고도 했는데 폭염 특보가 내린 첫날, 과연 그 말이 지켜졌을지 노동규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시청 바로 건너편 옛 국세청 별관 터. 시민광장 공사 현장에서부터 서울시의 공언은 빈말이 됐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졌지만 작업자들은 오후 내내 분주합니다.

찾아간 기자를 가로막기 바쁩니다.

[현장 작업자 : (짐은 내려야지. 자재는 내려야 할 거 아녜요.) 찍는 거는 저기 가서 동의를 얻어야 돼요.]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시각이 오후 2시 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서울시의 대표 공사 현장인 월드컵대교 현장은 여전히 공사가 한창입니다.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 날씨에도 쉼 없이 자재가 올라가고, 작업자들은 그런 속도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서울시는 공사를 중단시킨다고 했는데, 오히려 시공사 측은 이런 작업을 모두 서울시에 보고까지 했다고 말합니다.

[월드컵대교 시공사 관계자 :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계속 (발주처인) 서울시한테 보고를 하면서 저희가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거죠.]

서울시가 자체 발주한 924개 공공 공사장 노동자 6천여 명의 건강을 지킨다며 폭염 경보 때는 오후 작업을 중단시킨다고 했지만,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서울시의 방침이 전달되지 않았거나 전달됐어도 어기는 현장이 많습니다.

[서울 안양천 자전거도로 현장 작업자 : 아 오늘 그렇게 된 날이에요? 몰랐어요.]

[서울 서부간선도로 현장 작업자 : 처음 들었어요. 자기네(서울시청)가 솔직히 발주만 해 놓은 거고, 현장에선 잘 안 지켜집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특히 폭염 때 일을 안 해도 임금까지 보전해준다는 서울시 발표에 냉소적인 반응입니다.

일당 받는 일용직과 하청에 재하청까지 만연한 상황에서 가능하겠냐는 겁니다.

[서울 서부간선도로 현장 작업자 : 미쳤어요? 누가 줘? 일 안 하면 돈 안 주잖아. 아, 누가 줘?]

모든 현장의 바깥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자신했던 서울시는 취재진이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자 말을 바꿨습니다.

[김홍길/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 이게 어느 현장이에요? (폭염 작업 중단 지시가) 어제저녁에 시달됐거든요? 조금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계속 지도 점검하며 건설 근로자의 건강이 지켜질 수 있도록…]

뜻이 좋은 정책도 말만 앞세우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시민 불신만 키우게 될 뿐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김학모·설민환,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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