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V] "오이냉국이냐? 물놀이장이냐?" 111년 만의 폭염에 대처하는 북한의 자세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8.08.07 17:48 수정 2018.08.17 15: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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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 역대 최악의 폭염.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에 낮이고 밤이고 버티기가 쉽지 않은 요즘인데요.

우리 나라만큼이나 더위에 시름하는 곳이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 111년 만에 북한에 들이닥친 폭염…해결책은 오이냉국 마시기?

갑자기 불어닥친 폭염에 북한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아나운서 :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40도를 넘어서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냉방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유례없는 초고온 현상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나 다름 없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서둘러 건강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김 욱 / 북한 김만유병원 과장 : "늙은이와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 속에서는 전해질 균형 파괴로 해서 심한 부정맥이 나타나면서 생명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북한 아나운서 : "오이냉국과 같은 것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심한 더위로 의식이 희미해지는 경우에는 환자를 빨리 눕히고 팔다리를 주물러서"]

■ "선남선녀가 떴다?" 물놀이 시민들 미화하는 평양 워터파크 영상

북한 정권이 급할 때마다 꺼내드는 전매특허인 '투쟁'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폭염에 농작물이 말라죽고 식량 생산이 줄어들까봐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상 상황에 북한 조선중앙 TV는 다소 뜬금없는 영상을 지난 2일 공개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워터파크 '문수 물놀이장' 모습입니다.

[최은화 / 북한 문수 물놀이장 안내원 : "오늘도 보다시피 삼복철이어서 그런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모릅니다. 우리 봉사원들도 얼마나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높이 18미터짜리 '급강하 물 미끄럼대'를 비롯한 형형색색 놀이기구와 사람들의 웃고 즐기는 얼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영상. 물놀이 즐기는 주민들을 묘사하는데 어색할 정도로 과장된 표현까지 동원합니다.
 
[북한 아나운서 : "물 미끄럼대를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모습은 마치 7색 무지개를 타고 내리는 선남선녀들 같습니다"]
 
■ 김정은 지시로 만들어진 물놀이장…영상이 끝내 말하지 않는 진실

물놀이장 홍보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가장 뒷부분에 나옵니다.

[리성욱 / 북한 문수 물놀이장 지배인 : "저렇게 기쁨에 겨워 행복의 순간을 보내는 우리 인민들의 모습을 볼 때면 문수 물놀이장이 완공되면 우리 인민들에게 종합적인 물놀이장을 꾸려주시려고 그토록 마음 써오신 어버이 장군님의 유훈을 또 하나 관철하게 된다고 그토록 기뻐하시던 경애하는 최고 령도자 동지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2013년 지어진 이 물놀이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졌습니다. 10만 제곱미터가 넘는 넓이에 27개의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완공된 릉라인민유원지, 미림승마구락부와 함께 김정은 정권의 '인민 사랑 3대 치적물'로 꼽힙니다. 이른바 '김정은의 워터파크'인 셈입니다.
 
이 영상이 끝날 때까지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물놀이장 입장료가 어른 기준으로 북한 돈 2만 원 수준이라는 겁니다.

북한 주민 평균 월급 3천 원의 6배가 넘고, 1년 치 버는 돈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입니다. 때문에 평양 시민, 그중에서도 상위 1%만 이용할 수 있는 호화 시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이냉국 많이 마시라면서 동시에 값비싼 물놀이장 홍보에 여념이 없는 북한 정권.

111년 만의 폭염에 대처하는 북한의 자세가 자연스럽지만은 않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 SBS 뉴스의 오디오 특화 콘텐츠 '보이스'가 '보이스 V'라는 이름의 비디오 콘텐츠로 새롭게 단장해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당신이 원하는 뉴스, 당신을 위한 비디오 콘텐츠. SBS 보이스 V.
[보이스V] '오이냉국이냐? 물놀이장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