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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아쉬운 답변…논의는 진일보될 것인가

청와대 난민 청원
폭염의 절정에서 청와대가 답변을 내놨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줄여서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한 달 전 취재파일( 난민 이슈의 파괴력…청와대 청원 1위로)에서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난민법 폐지 청원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8년 6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참여인원 71만 4,875명. 이전까지 1위였던 '조두순 출소 반대' 61만 5,353명을 10만 명 차이로 제쳤다. '조두순' 청원은 한 달이라는 기한을 두기 전의 청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역대 최다이자 최단기간 70만 명을 넘어선 기록적인 청원이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의 박상기 장관이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해 직접 답했다. "허위 난민을 막기 위한 심사를 강화하고 난민법 개정도 추진하겠다",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난민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 장관은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다"고도 말했다. 박 장관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6월 말 법무부가 발표한 대책과 유사한 내용이다.

'조두순' 청원에 대한 답변이 마감 다음 날 나왔고, 역대 3위가 된 '적폐 빙상연맹 처벌' 청원에 대한 답변은 청원 마감 보름 전에 나왔던 데 비하면 이번 답변은 청원 기한 마감 이후 18일 만에 나왔다. 그만큼 청와대가 답변을 고심했다는 의미일 텐데, 6월 말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달라진 내용은 그리 없는 것 같다. 난민 이슈에 대한 관심이 과열됐다는 판단 아래 약간 시기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휴가 기간에 답변을 내놓은 것도 역시 그런 맥락으로 짐작된다.
난민법 폐지 집회 (사진=연합뉴스)
청원 기간, 청원 기한이 끝난 뒤에도 '난민대책 국민행동' 등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집단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6월 30일과 7월 14일, 7월 28일에 각각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 난민 반대를 외치며 대통령의 답변을 촉구했다. 8월 4일엔 대구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난민 인권위 진정
반면 난민 심사가 부실하게,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7월 18일 난민인권센터는 난민신청자 19명이 엉터리 통역에 의존한 심사 탓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는 피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제주에서 난민 신청한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당국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한 달 전쯤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를 낸 바 있다. 세계와 현재 한국의 난민 상황은 어떠한지, 심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보고 앞으로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 같지 않은 난민 신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해 제대로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그런 면에서도 청와대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답변, '난민 협약 탈퇴와 난민법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건 평가할 만하다. 난민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이를 그저 수용할 수만은 없다는 것. 난민 심사 인력을 대폭 확충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도 국민 우려를 감안할 때, 난민 신청자를 고려할 때 모두 필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찬반 양측이 얼마간이라도 수긍할 수 있을까. 대책이 제대로 구현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 난민이란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이런 답변에 만족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면 어땠을까. 이제까지 청와대 청원에 대통령이 답변한 전례는 없었다. '대통령 힘내라'는 청원에 지난 7월 23일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려다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연기했다. 그 답변은 결국 다음날 국민소통 수석비서관이 대신했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설명이 난민 이슈에 대한 논의 지점이 조금이라도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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