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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설치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들…경비원들 '고통'

<앵커> 

유례없는 폭염 때문에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불볕더위에 노출될 일이 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은 특히 고령자가 많아서 더욱 힘들 겁니다. 경비실에 에어컨이라도 있으면 견디기가 훨씬 수월할 텐데, 주민들의 반대로 엄두도 못 내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 주민 부담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말이죠.

정동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땀이 비오듯 흘러 연신 땀을 닦아내야 하는 경비실에 냉방 시설은 선풍기 한 대가 고작입니다. 그늘이 질 때도 경비실 온도는 섭씨 36도, 바깥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사우나죠. 완전 사우나야.]

이 아파트에선 일부 주민이 재개발이 추진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는 걸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한 주민이 자비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아준 동도 있긴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 공용 전기니까 주민들이 나눠서 내겠죠. 눈치 보여서 이걸 많이 안 켜요.]

5천 세대가 넘게 사는 이 아파트 사정도 마찬가지. 280명이나 되는 경비원을 위한 에어컨은 없습니다. 주민 합의가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 :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의를 해서 근거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동대표들 의견이 다들 갈려요.]

주민들이 동의해 2주 전 모든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아파트를 가봤습니다.

1천600여 세대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17개 경비실에 모두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세대당 3천850원이 들었습니다.

하루 4시간씩 틀면 집집마다 한 달에 200원 정도 전기료를 더 내게 됩니다.

[정용하/아파트 주민대표 : 분리수거 할 때 바깥에 온도가 너무 높다 보니까 힘들어하는데 잠깐 열기라도 좀 식히면 일단은 (경비원) 아저씨 일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함께 나누는 세상,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 아파트에선 이 말이 조용히 실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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