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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朴 찬조연설자부터 전과 경력까지…한국당 비대위의 '외부수혈'

[취재파일] 朴 찬조연설자부터 전과 경력까지…한국당 비대위의 '외부수혈'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후 '혁신'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자신과 함께 한국당을 혁신하고 가치를 바로 세울 비대위원 인선을 발표했다. 기자들이 비대위원 인선 기준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데 기여하실 분들, 그런 걸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도 있어야 하고, 청년도 있어야 하고. 그런 것을 생각했습니다."

김 위원장 말대로 "청년도 있어야" 해서 정현호(31) 비대위원이 수혈됐다. 정 비대위원의 이름을 회사 영상 자료실에서 검색했더니 제법 많은 기록이 나왔다.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그보다 앞선 한나라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서 '한나라당 희망 캠퍼스를 위한 토론회', '반값 등록금 관련 대학생 간담회' 등 국회에서 열린 여러 행사에 발언자로 참석했다. 그 중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지지연설이 눈에 띄었다. 2012년 12월 8일 광화문이었다.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대위원. 2012년 12월 8일 박근혜 지원연설
"박 후보님께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 현실의 목소리를 듣고! 지금 전국의 대학교에 총학생회장들과 학생회들은 박근혜 후보님의 대선 공약인 반값등록금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연대 이화여대 등 10개 학보사에서 9,200명을 조사했더니 새누리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이 1위를 하였습니다. 여러분!" (박근혜! 박근혜!)

"이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박근혜 후보님의 실체입니다!!! (와~~) 지금 새누리당 안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학력을 보지 않고, 스펙을 보지 않고, 유명세도 보지 않고, 단지 젊은 사람들의 열정과 희망으로만 보고 기회를 주신 분이 우리 박근혜 후보님이십니다, 여러분!! 우리들의 대통령! (박근혜!) 국민 대통합 대통령!!! 파이팅!!!!!!!"


정 비대위원은 19일 뒤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청년특위 위원으로 지명됐다.

김 위원장은 또 "여성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선임된 비대위원이 이수희 변호사다. 이 비대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법무행정분과 상임자문위원을 지냈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 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에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의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이 변호사의 이력은 '마중물 여성연대'라는 단체의 대변인이다. 마중물 여성연대는 2011년 3월 창립했다. 이 단체는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 사업 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TF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청와대 지시로 보수단체와 기업의 매칭 작업을 벌였다. 이른바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해서였다. 보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취약하니 기업과 짝을 이뤄주겠다는 게 골자다.

마중물 여성연대는 애국단체총협의회, 국가정상화추진위 등과 함께 STX의 기부금을 받는 것으로 적시됐다. STX는 이후 부실기업이 됐다. 마중물 여성연대가 STX의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이 변호사가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 변호사가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라고 했다.

한국당이 '민생·경제정당'을 자임한 만큼 소상공인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김 위원장은 김대준 비대위원을 영입했다. 김 비대위원은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 단체는 내부의 세력·계파 갈등과 각종 비리 의혹으로 잡음이 많다.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금세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 데모'에 나섰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사드 배치 논란이 일 당시 '골목상권 지켜주는 사드배치, 자영업자는 적극 환영한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사드 찬성 집회에 참여했다.

여기에다 김 비대위원의 범죄 전과까지 알려졌다. 논란의 발단은 김 비대위원이 올해 지방선거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당시 김 비대위원이 기초의원 후보로 공천 받으려던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그는 컷오프 돼 후보로 나서지는 못했다. 당을 넘나드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2008년 10월 음주운전 처벌 경력도 일단 눈감아주자. 그러나 2013년 9월에는 주거침입, 절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공갈 혐의 등으로 각각 벌금을 낸 사실이 있다.

전과와 관련해 김 비대위원은 사기범을 잡다가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업 협동조합 이사장을 하면서 공동 구매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했고, 변제를 받는 과정에서 사기범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 내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사는 정리하는 게 맞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 인선 배경을 추가로 설명했다.

"결국은 참신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정당을 모르는 분이 여기 갑자기 들어와서 무엇을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힘이 듭니다. 현실하고 동떨어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렇게 갈 것 같으면 이런 분이 필요 없는데 정당 속에서 그 아픔을 경험하신 분들, 이런 분들을 모신다고 모셨고요."

나날이 떨어지는 한국당 지지도를 생각해보면 김 위원장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한국당의 현실에 참신하고 개혁적이고 유능한 인사들로 비대위를 꾸리는 게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을 아무리 감안한다 해도 박근혜 찬조연설을 했던 청년, 국정원이 관리한 '화이트 리스트' 단체 출신 변호사, 범죄 전과자를 꼭 발탁해야만 했나. 김 위원장은 선출 직후 "미래를 위한 가치 논쟁과 정책 논쟁이 정치 중심을 이루게 하겠다."고 밝혔다. 배현진 대변인은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를 당의 새로운 가치와 좌표 설정에 반영하겠다며 속도감 있는 혁신을 예고했다. 한국당의 혁신 비대위는 이런 인사들과 함께 그렇게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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