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남부 내륙과 동해안을 제외한 곳에서는 열대야가 아직 제대로 시동을 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서울 등 중부의 대도시 아침 기온이 열대야 기준인 25도보다 1도가량 낮은 24도 안팎에 머물고 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다음 주부터는 서울 등 중부기온이 이번 주보다 조금 더 오르면서 35도를 오르내릴 가능성이 큰데다,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죠.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열대야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돌파구는 정말 없는 것일까요? 혹시 태풍은 한반도의 폭염을 몰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던 순간, 마침 필리핀 동쪽에서 10호 태풍 발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름은 '암필(AMPIL)'로 캄보디아 나무 이름입니다.

10호 태풍 '암필'은 북쪽으로 올라오다가 방향을 점차 서쪽으로 틀 것으로 보이는데요, 토요일 아침에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지난 뒤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르면 일요일쯤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해 내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풍이 중국에서 소멸된다고 해서 기대를 완전히 버리기는 아직 이릅니다. 태풍이 저기압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비구름이 중국 북부를 거쳐 만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죠. 가능성이 낮지만 이럴 경우 비구름의 끝자락이 중북부에 비나 소나기를 뿌릴 수 있습니다.
설사 저기압이 약하거나 중국 북부로 치우쳐 우리나라에 비나 소나기가 내리지 않는다고 해도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이 중국 중부 내륙에 많은 비를 뿌릴 경우, 견고하던 기압계 패턴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거든요. 대륙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혀준다면 한반도 날씨 상황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 남쪽 먼 바다나 필리핀 동쪽해상에서 태풍이 잇따라 발생할 가능성도 큰데, 이럴 경우 이 태풍들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효자태풍처럼 한반도에 비를 몰고 와 폭염을 잠재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기대들이 충족된다면 올 여름 폭염의 절정기는 당초 예상보다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8월 중순 이후 날씨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1994년과 같은 기록적인 폭염을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폭염도 폭염이지만 비가 지금처럼 내리지 않는다면 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강수 특성상 일 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7월과 8월 두 달에 쏟아지는데,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강수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8월 날씨가 극적인 변화를 이끈다면 강수량 부족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