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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국 '동굴소년' 구조 중 숨진 대원 아내의 망부가(亡夫歌)

"당신은 제 마음속 영웅이에요. 사랑합니다."

[취재파일] 태국 '동굴소년' 구조 중 숨진 대원 아내의 망부가(亡夫歌)
▲ 옛 동료들과 구조에 나섰다가 숨진 사만 쿠난(왼쪽 끝)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토요일에 동굴소년을 구하던 중 숨진 사만 쿠난 대원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장례는 태국 국왕의 지시에 따라 비용은 모두 태국 왕실이 부담했습니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전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인 쿠난 예비역 병장의 계급을 무려 7계급이나 높은 소령으로 특진시켰습니다. 태국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특진과 함께 왕실의 최고훈장도 추서했습니다.

쿠난은 해군을 전역한 뒤 12년 동안 태국공항공사 소속으로 스완나품 공항에서 보안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쿠난은 잠수뿐만 아니라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습니다. 방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2010년에 일명 '모험경주'에도 참가했습니다. 모험경주는 래프팅, 카약, 산악자전거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팀을 이뤄 벌이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입니다.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쿠난은 동굴소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자마자 연차 휴가를 내고 자진해서 구조팀에 합류했던 겁니다. 태국공항공사 측은 그의 가족에게 100만 바트, 우리 돈 3천385만 원 가량의 위로금과 별도로 추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쿠난의 장례식엔 수많은 태국 시민들이 그의 영정에 꽃을 헌화했습니다. 태국의 영웅이자 전 세계의 영웅이지만, 37살의 젊은 남편을 잃은 아내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쿠난의 아내 발리뽀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애틋한 글과 부부가 생전의 찍은 다정한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 중 숨진 대원과 아내
"당신 없이는 숨 쉬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했으니까요.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할 거예요"


또 다른 글에서는 남편을 잃은 비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 중 숨진 대원과 아내
"당신이 떠난 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당신을 왜 그렇게 많이 사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많이 사랑해요.
이제 잠에서 깨어나면 누가 나에게 키스해주죠?"


발리뽀안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매일 출근하기 전에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오후에는 서로에게 점심을 먹었는지 문자를 보냈고,
저녁때 퇴근해서는 남편의 하루가 어땠냐고 물었죠.

한번은 남편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

남편은 이웃돕기를 좋아했고, 자선사업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을 이뤄낸 겁니다.
남편에 대한 자긍심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른 사람이 슬프냐고 물으면,
나도 죽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슬픔을 억누르려면 남편에 대한 자긍심을 떠올려야만 합니다.

여보, 당신께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제 마음속 영웅입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정말로 많이 사랑합니다."


쿠난의 아버지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 중 숨진 대원과 아내
"아들이 매우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매우 슬프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죠.
평화로운 곳에 잠들기를 바랄 뿐입니다.
푹 쉬어라 아들아, 사랑한다"


(사진=방콕포스트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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