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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동산 정책의 '불편한 진실'…정책인가 정치인가

고철종 기자 sbskcj@sbs.co.kr

작성 2018.07.13 11:52 수정 2018.07.16 16: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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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살고 있지만, 모든 경제활동을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긴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매몰차고 냉혹해 보인다. 빈부격차와 치열한 경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시장경제는 어찌 보면 정글이다. 그러기에 시장이 지켜주지 못하는 부분, 시장실패의 지점에선 정부 정책이 개입해 그 부분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이 시장을 거스르는 본류에 자리 잡는다면 시장 자체가 흔들린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상처를 가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부작용을 크게 키운다. 우리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느끼는 바다.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 정책의 시작점은 항상 강남권의 움직임이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강남권 집값 급등은 전국적인 투기현상을 불렀다. 온 나라가 부동산 투기열풍에 휩싸이면서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부동산 거품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강남권에 대한 정책규제는 시장실패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도 옳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견해가 많다.
 

어떤 재화든 가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공급이 늘어난다. 그런데 강남발 주택가격 상승에는 어김없이 각종 규제폭탄이 쏟아지고 전반적인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 주택을 일반 소비재와 똑같은 잣대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정책은 시장경제의 일반적 상식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아닌 규제로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강남은 경제재(經濟財)로만 쓰기에는 활용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의 집중과 양극화, 계층갈등, 계층이동의 무너진 사다리를 상징하는 정치재(政治財)로서의 용도를 정치권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십 년째 강남은 계층갈등 유발과 그를 통한 표심확보의 훌륭한 재료였다.
 

공급을 충분히 하면 4, 5년 뒤에 그 효과는 나오겠지만, 지금 당장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겐 가진 자에 대한 특혜로 비칠 터이다. 게다가 집값 안정의 성과 역시 다음 집권층이 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죽어라고 현재의 규제에만 매달린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공급부족으로 4, 5년 뒤 가격이 다시 크게 뛸 수밖에 없고, 그때의 정권은 다시 당장의 규제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강남발 집값 급등과 규제폭탄의 반복을 수십 년째 보면서 여기서 원론적인 질문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은 과연 오르는 게 좋을 것일까 내려가는 게 좋을 것일까? 특별한 언급 없이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쉽게 정리하면 집 가진 사람은 오르면 좋겠는데 다른 집보다 우리 집이 더 올라주면 좋겠고, 집 없는 사람은 집값이 내려 구입기회가 생기고 내가 산 뒤에 오르면 좋을 것이다. 속내는 그렇지만 잇따른 정부발표와 비판적인 기사를 대하면서 많은 국민들은 집값 상승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집값은 적절하게 오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다만 최근 5, 6년간은 물가 상승률보다 집값 상승률이 월등히 높다 보니 적절한 개입이 필요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집값이 내려야 국민의 편익이 커지고 주택시장을 비롯한 경제가 안정될 걸로 보는 건 위험한 시각이며, 적절한 공급으로 물가상승률에 접근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택은 다른 재화에 비해 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시장기능의 부작용에 대해선 그만큼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행여 정치적인 판단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해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왜곡된 정책을 펼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논리는 실질보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은 누가 봐도 좋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일과 생활의 조화를 위한다는 명분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마찬가지다. 조세형평성을 명목으로 집 부자에 중과세를 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는 역설은 현실이다. 집 부자에 대한 규제폭탄이 몇 년 뒤 집값을 더 올리고, 이른바 조세전가를 유발해 세입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것 역시 명분의 그늘이다.

경제논리는 현실적인데 비해 정치논리는 이상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항상 밀리는 걸 안타까워하지만, 어떤 측면에선 시장경제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정치논리에 근거한 정책으로 보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도를 넘어선 정치논리로 현실과 동떨어지고 본말이 전도된 정책을 펼친다면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까.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는 집값급등과 규제폭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이제 '부동산정치'를 끝내고 '부동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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