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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은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을까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8.07.10 08:16 수정 2018.07.10 17: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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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북한은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을까
올해 초부터 숨 가쁘게 진행돼 온 남북, 북미관계 진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던 것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정책 중심을 핵-경제 병진에서 경제개발로 바꾸고, 핵과 체제보장을 맞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한 달이 지난 지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7일 발표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보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 이전 행정부들이 고집하다가 대화 과정을 다 말아먹고 불신과 전쟁위험만을 증폭시킨 암적 존재"이며,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까지도 우리(북한)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화의 문구대로라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뿐만 아니라 핵 신고나 검증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핵 신고나 검증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사실 더 이상의 비핵화 협상은 의미가 없다. 이미 회담은 결렬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 북한 발표는 협상용 카드?

물론, 북한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아직 이르다. 협상 와중에 나온 발표인 만큼, 미국과 샅바싸움을 하겠다는 협상용 카드라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도 검증이 없는 비핵화는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용 카드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 시점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핵 신고나 폐기, 검증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만 먼저 무장해제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미국의 체제보장 조치가 같이 이뤄져야 비핵화 조치를 할 것 아니냐"라는 정도의 반응이 나와야지, CVID와 신고, 검증을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라고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비핵화북한 비핵화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의 원칙만 합의됐고, 한 달 만에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도 비핵화의 개략적인 로드맵조차 합의되지 못했다. 복잡할 것 없는 미군 유해 송환도 실무회담을 가지기로 했고, 북미 정상회담 때 약속했다던 미사일엔진시험장 폐기도 실무회담을 갖는다는 합의만 이뤄졌다. 비핵화의 본협상 격인 의심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이나 핵물질, 핵탄두 폐기, ICBM 폐기 등은 언제 논의될지조차 불확실하다.

비핵화 협상이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기본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어려운 길을 헤쳐갈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야 상황을 헤쳐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기본 목표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물론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북미협상은 계속될 것이고, 협상에 대해 아직 그리 비관할 단계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적어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흥분에서 벗어나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조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만 믿을 것이 아니라 북한이 다른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좋지만, '기대'가 지나쳐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 곤란하다. 좀 더 차분하게 전체를 조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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