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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독식 "유럽 선수권이냐"…유럽 잔치 된 월드컵

<앵커>

러시아 월드컵 소식, 김형열 기자와 알아봅니다. 프랑스와 벨기에, 잉글랜드, 크로아티아까지, 이번 월드컵 4강이 모두 유럽팀으로 채워졌어요.

<기자>

우승후보였던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탈락하면서, 세계 축구를 양분하던 남미는 유럽세에 밀려 고개를 숙였습니다.

유럽팀의 초강세가 이어지며 이번 대회는 유로 2018, 유럽 선수권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8강 경기부터 보시죠. 8강 첫 경기부터 유럽의 프랑스가 남미 우루과이를 압도했습니다.

그리즈만이 전반 40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바란의 헤딩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16분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우루과이 무슬레라 골키퍼는 무회전 슛에 당황한 듯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1골에 도움 1개로 승리를 이끈 그리즈만은,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동료인 우루과이의 고딘과 히메네즈를 생각해 골 세리머니도 자제했는데요.

히메네즈는 이렇게 경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눈물을 흘렸고, 팬들은 물론 다른 선수들까지, 우루과이는 눈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어진 8강 두 번째 경기에선 벨기에가 브라질을 꺾고 일찌감치 남미팀을 전멸시켰습니다.

브라질은 전반 13분 만에 자책골을 기록하며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벨기에가 코너킥 한 공이 수비수 페르난지뉴 팔에 맞고 들어갔습니다. 기선을 잡은 벨기에는 전반 31분에는 역습의 진수를 보였습니다.

190cm 장신 루카쿠가 빠르게 돌파하며 기회를 만들었고, 데브라위너가 송곳 같은 중거리슛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브라질은 후반 31분 아우구스투의 헤딩골로 한 골 따라붙었지만, 더 이상 벨기에 골키퍼 쿠르투아의 벽을 뚫지 못했습니다.

자책골을 넣은 브라질의 페르난지뉴는 SNS를 통해 가족들에게까지 온갖 욕설이 쏟아지고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고, 브라질 팬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남미 라이벌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이들을 위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월드컵 기간 브라질 국기를 많이 봤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으니 용기를 가지세요.]

유럽팀들끼리 맞붙은 나머지 8강 2경기에서는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가 이겼습니다.

잉글랜드는 스웨덴의 장신 수비 숲을 뚫고 헤딩으로 2골을 뽑아 2대 0 승리를 거뒀습니다.

잉글랜드는 1990년 대회 이후 28년 만에 4강에 올라, 1966년 자국 대회 우승 이후 원정에서는 첫 우승을 노리게 됐습니다.

크로아티아는 개최국 러시아와 접전을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이겨 4강행 막차를 탔습니다.

20년 만의 준결승 진출에 크로아티아 대통령도 춤을 추며 기뻐했습니다.

유럽 4개 팀이 4강에 오르면서 지난 2006년 대회부터 네 대회 연속 유럽팀의 우승이 확정됐고, 지금까지 21번의 월드컵에서 유럽이 12번 정상에 오르게 돼, 9번 우승을 차지한 남미와 격차를 벌렸습니다.

<앵커>

유럽의 강세 속에 잉글랜드도 오랜만에 축구 종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뽐내고 있어요.

<기자>

네, 잉글랜드는 28년 만의 4강 진출과 함께 52년 만에 우승의 기회를 잡았는데요.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선수들이 각 국가에서 맹활약을 펼쳐, 세계 최고 리그를 보유했다는 자존심도 세웠습니다.

4강에 진출한 4팀 92명의 선수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40%를 훌쩍 넘는 40명에 달합니다.

스페인 라리가가 12명, 프랑스 리그 앙이 11명, 독일 분데스리가는 9명, 이탈리아 세리에A가 8명으로, 유럽 5대 리그 중 나머지 4대 리그 출신 선수를 모두 합해야 프리미어리그 선수 숫자와 같습니다.

특히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선수들은 9명이나 4강에 올랐습니다.

토트넘 공격의 핵 해리 케인과 알리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프랑스에서, 수비수 베르통언과 알더웨이럴트는 벨기에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하면서 소속 팀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토트넘의 뒤를 이어서는 맨유와 맨시티 선수가 각각 7명씩 4강에 올라 프리미어리거 잔치를 만들었습니다.

토트넘 소속 선수들은 또 이번 대회에서 득점왕을 노리는 해리 케인과 2골을 뽑아낸 손흥민 등이 총 11골을 합작해, 음바페와 네이마르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과, 메시, 수아레스 등이 총 10골을 기록한 바르셀로나,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등을 제치고 이 대회 출전 선수들이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클럽 1위에도 올랐습니다.

[해리 케인/잉글랜드 대표, 토트넘 소속 :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준결승에서도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할 것이고, 계속 잉글랜드를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 겁니다.]

러시아와 준결승전에서 연장전에 헤딩골을 터뜨리고, 승부차기에서도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20년 만의 4강행을 이끈 주역인 크로아티아의 비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거론했다가 허무하게 월드컵을 떠날 뻔했습니다.

비다는 러시아전 승리 후 자신의 SNS에 이렇게 승리를 자축하는 영상을 올렸는데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이는 크림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주로 외치는 구호로, 러시아에 대한 '복수'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비다의 2경기 출전 정지 징계 가능성도 제기됐는데요, 비다는 자신이 여러 해를 뛴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예프의 팬들과 친구들에게 한 인사말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FIFA는 출전 금지 대신 엄중 경고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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