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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일교포 여배우 "조재현에 성폭행을 당했습니다"…조재현 측 "합의하 관계"

조재현
배우 조재현을 향한 #미투 폭로는 끝나지 않은 것일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조재현을 향한 또 하나의 성폭력 피해 주장이 등장했다. 재일교포 여배우 A씨(42)는 16년 전 조재현으로부터 방송사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또박또박하게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했다. 본명과 나이, 성장배경, 출연작, 당시 보도됐던 기사들을 차례로 공개한 A씨는 “16년 전 조재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A씨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 의료기록, 부동산 등기부등본, 당시 보도됐던 기사 내용, 출입국 내역 등을 제공받아 확인했다.

A씨의 성폭력 피해 주장에 대해 조재현씨 측은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는 입장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양측의 진술이 엇갈린 가운데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봤다. 

A씨는 2001년 한 인기 시트콤에 출연한 이후, 같은해 다른 인기 드라마에 재일교포 역으로 파격 캐스팅 됐다. 연기가 익숙지 않았고 한국어 발음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A씨는 통통 튀는 매력을 지녀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등 당시 촉망받는 재일교포 배우로 두각을 드러냈다. 

A씨가 조재현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드라마 촬영 현장이었다. A씨에게 조재현은 그저 다른 출연 배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연기자 선배였다.

Q. 당시 조재현 씨와는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었나요?

“아니예요. 사적으로 조재현 씨를 만난 적 없었어요. 두 아이를 둔 유부남을 제가 왜 만나겠어요.”

Q.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됐나요?

“조재현 씨는 저에겐 촬영장에서 말 잘 걸어주는 선배였어요. 가끔 지나치게 신체접촉을 해와서 기분이 이상할 때도 있었는데, 일본 문화에서는 ‘이러지 마세요’라고 직접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조재현 씨가 가끔 코디네이터에게도 그런 식으로 대하길래 ‘아, 한국에선 저런 식으로 친분을 드러내나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Q.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제가 방송국 대기실 복도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던 날이었어요. 2002년 5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친했던 선배님들과 어깨동무도 하고 촬영하고 있는데 ‘나랑도 찍자’면서 조재현 씨가 다가왔어요. 그래서 그날 이 사진을 찍은 거예요. 이 사진 찍고 난 뒤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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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전, 방송국 대기실 앞 복도에서 조재현과 자신의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A씨>
<노란색 동그라미가 되어 있는 사람이 A씨의 코디네이터/ 동료 여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A씨>

Q. 힘들겠지만 당시 사건을 얘기한다면요?

“오후 2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대기실을 여러 명이 쓰고 있으니 밖에서 연기를 가르쳐준다고 했어요. 고마운 마음에 따라갔는데 복도를 걷고 계단도 오르락내리락 한 거 같아요. 당시 공사 중이었던 남자 화장실이 있었어요. ‘여기서 연기연습을 하자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조재현 씨가 그 안에서 저를 성폭행을 했어요.”

Q. 방송국 화장실에서 가능한 얘기인가요?

“공사 중이어서 사람이 없는 곳이었어요. 조재현 씨가 ‘괜찮지?’하면서 손으로 몸을 꾹 눌렀어요. ‘안 괜찮아요’라면서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Q.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하진 않았었나요?

“당연히 질렀죠. 조재현 씨가 제 입을 막았어요. 기억나는 건 다 끝나고 나서 조재현 씨가 저에게 ‘좋았지?’라고 물었어요. 어떻게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멍한 채로 대기실로 들어왔어요.”

Q. 목격자가 전혀 없었나?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코디네이터가 ‘어디갔었어. 찾았잖아. 너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새파래졌니?’라고 했어요. 아무말도 못한 채 멍하게 쇼파에 앉아서 있었어요. 얼마 뒤에 조재현 씨가 들어오더니 제 넓적다리와 무릎 사이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누웠어요.”

Q. 그 코디네이터가 정황을 기억할 수도 있겠는데요.

“일본을 간 지 오래 돼서 그 코디네이터의 연락처를 몰라요. 그 분의 사진을 가지고 있고, 이름만 알고 있어요. 이 기사를 본다면 꼭 연락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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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촬영한 A씨> 

Q.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진 못했던 건가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고, 무섭고 창피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혼자 방에서 누워만 있었어요. 약을 다 털어먹은 적도 있고 목을 맸다가 의식을 차린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에게 말하면 아버지가 조재현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에게도 실망을 해 안 보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촬영장에서도 조재현 씨가 제 몸을 슬쩍 슬쩍 만졌는데 끔찍했어요. 그 때마다 선생님들 곁으로 일부러 가서 최대한 혼자 있지 않으려고 했죠. 한번은 코디네이터가 나서서 ‘오빠, 하지마’라고 말린 적도 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중견 배우 N씨가 ‘몸 조심하라’고 하기도 했고요.” 

Q. 그러다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리게 됐나요.

“가장 먼저 알아본 건 당시 교제했던 일본인 남자친구였어요. 일본에서부터 오래 교제했는데, 저를 만나러  남자친구가 한국에 왔어요. 촬영장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어요. 이 전까지는 밝은 성격이었는데, 사건 이후로 저는 촬영장에서 이상행동을 보였어요. 촬영장에 가기 싫다고 빌라에서 떨어지겠다며 소동을 벌였어요. 남자친구에게만 사실을 털어놨어요. 그동안 내가 당한 게 ‘강간’이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남자친구가 얘기해줬어요. 네가 당한 건 강간이고,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요.”

Q. 남자친구가 어머니에게 알리게 된 건가요.

“어머니는 일본에서 일을 하고, 한국에 나와서 저를 보셨는데, 제가 드라마를 그만하겠다니까 어머니가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서 남자친구에게 물어본 거예요. 남자친구가 어머니에게 제가 조재현으로부터 ‘뭔가 심각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를 전했고, 어머니가 조재현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장 찾아간 걸로 알아요.”

Q. 이 질문은 모친에게 물어야겠다, 당시 조재현은 어떤 반응이었나.

A씨 모친: “강남구에 있는 건물 지하, 방으로 된 주점에서 만났어요. 혼자 있더라고요. ‘너 내가 왜 왔는지 알지?’라니까 무릎을 꿇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야 이 **야. 당장 네 마누라에게 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죽을죄를 졌다. 와이프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내 GPS 추적을 할정도로 부부생활이 좋지 않다.’며 빌었어요.”

Q. 이후 만난 곳은요?

A씨 모친: “사과 이후 약속을 잡은 곳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던 모 유명 영화 감독의 사무실이었어요. 그곳에서 그 감독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 제게 사과를 했던 조재현이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님, A씨 배우생활 포기하시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라면서 ‘A씨가 매니저가 없이 코디와 운전기사만 두고 있으니 매니지먼트가 어려울 겁니다. 연예계에는 사기꾼이 많으니, 내 매니저가 A씨를 매니지먼트 하고 연기선생을 붙이면 좋은 배우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어요.”

Q. 조재현의 매니저와 일을 하기로 한 건가.

A씨 모친 “20대 초반인 딸의 미래, 딸과 아버지 관계를 생각한다면 일을 키우기 보다는 의 꿈을 키워서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조재현은 못 미더워도 그 매니저는 착해보였고요. 둘 사이에 화장실 성폭행이 있었던 건 최근에야 알았어요. 당시엔 유부남이 딸에게 어떤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요. 화장실 성폭행이었단 걸 알면 그런 선택은 안했을 거예요.”

Q. A씨도 그렇게 어머니의 뜻을 따르게 된 거였나요?

“네. 하지만 그 5년 동안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계속 연기선생님을 붙여줬지만 오디션은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본 게 전부였어요. 소극장 무대도 괜찮다고 했지만 한번도 무대에 서지 못했어요.”

Q. 극심한 우울증도 나아지지 않았고요?

“시키는 성형수술도 했고, 다이어트를 했지만 생활을 똑같았어요. 그러던 중 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됐어요. 크게 화를 내셨고, 실망하셨다고 하셨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2007년 방배동 빌라를 팔고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Q. 최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인터뷰를 위해서 진단서를 확인했는데, 병원 치료를 받은 것만 수십장이네요.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였어요. 일본으로 건너가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속았다’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어요. 아버지가 4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에겐 아무도 알리지 않아서 최근에야 알았어요.제 과거가 너무 죄스럽고 힘들어요.”

Q.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이렇게라도 발표를 해서 진실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전 이제 결혼도 못하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애도 낳지 못하는 몸이에요.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조재현 씨가 진심으로 저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무슨 짓을 한 지 알고, 사과하길 바라요.”

Q. 조재현 측이 고소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전혀, 두렵지 않아요. 한국에는 무고죄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걸 믿고 있어요. 제가 한 말은 전혀 거짓이 없기에 당당해요. 왜 남탓을 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전 확신해요. 조재현과 그 일이 없었다면, 전 배우가 아니라도 충분히 행복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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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조재현 측이 반박한 A씨의 주장

조재현 측 법률 대리인은 A씨 측 주장에 대해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재현 측은 “조재현이 2002년 방송국 화장실에서 A씨를 성폭행 한 일이 없다. 성폭행이 아니라 그 즈음해서 합의하에 관계를 한 것”이라면서 “A씨가 자신의 집에 단둘이 조재현을 초대한 적도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조재현 측은 A씨의 모친이 돈을 노리고 조재현을 압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조재현 측은 “A씨에게 송금된 돈이 7~8000만원이다. 모친은 계속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고, 최근에도 A씨의 친한 변호사가 합의를 하자며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조 씨의 반론에 대한 A씨 측 재반론 

A씨는 조재현 측 반론에 대해서 “당시 집에 치매를 앓고 거동을 못하는 외할머니와 그 간병인, 도우미 아주머니와 기사 아저씨가 상주해 있었다. 조재현을 내가 단둘이 초대한 적은 없다.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A씨 모친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조재현의 매니저 이 모 씨가 딸을 배우로 키우겠다며 성형수술을 하라며 비용 4000만원을 줬다. 딸을 데리고 일본에 가서 윤곽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나중에 성형수술이 어떻게 됐는지 보자며 집으로 두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 외 비용은 연기 교습비 등이었다. 만약 우리가 협박을 한 거라면 왜 그는 딸에게 연기선생을 붙이고 매니저를 자처한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조재현 법률대리인 측은 A씨를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유명인으로서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재현은 수현재 씨어터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여성을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문의하자, 조재현 측은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고소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전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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