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는 1996년 4월 상하이에서 중국과 러시아주도로 군사영역 협력을 논의했던 회의가 시초가 되었다. 2001년에 중국과 러시아 외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국가 원수들이 상하이에서 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추가로 가입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올해 칭다오 회의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먼저 도시 미화 작업. 칭다오는 안 그래도 중국의 '신 1선 도시'로, 발전된 지역이긴 했지만, 이번에 가보니 예전보다 훨씬 도심 곳곳이 깨끗하고 쾌적했다. 도로변 화단에 새로 심은 꽃들이 만개했고, 날씨도 쾌청하고 숨쉬는 공기까지 신선한 느낌이었다. 인공 강우로 공기 질을 개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해 유발 시설은 일찌감치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무슨무슨 케미컬'이 회사 이름인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닫으라는 명령이 내려와 난감하다는 한국인들 얘기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야경이 눈에 확 띄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번 회담의 주요 개최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가 열렸던 올림픽 요트센터 근처다. 이 주변 야경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중국 친구들얘기를 들으니 무려 60억 위안(우리 돈 1조 원 가량)을 칭다오 야경을 새로 단장하는 데 썼다고 한다. 관광명소 조명을 모두 새로 설치했고, 특히 해안선 주변에 늘어선 빌딩들의 벽면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처럼 사용해서 조명 쇼도 가능하다.
칭다오 시는 몇 달 전부터 특별한 조명 쇼를 준비하며 점등 리허설을 해왔다. 불꽃놀이 리허설도 열렸다. 중국 인터넷에는 관련 영상과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칭다오 야경이 홍콩에 이어 중국 제 2위'라고 선전하는 여행사의 홍보물도 눈에 띄었다. 국제회의 개막과 함께 5·4광장에서 열린 불꽃 예술공연은 중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되었다.
회의장이 보이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소개 명령'이 내려졌다. 주변 아파트 고층 거주자들은 회의가 열리는 도심을 피해 다른 곳에 머물렀다 오면 1인당 하루 800위안씩 실비 지급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을 준다 해도 갑자기 살던 집에서 나가 있으라니 불편이 컸다.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외국인 유학생들은 단체로 여행을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했었는데, 설마가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18세 이상 한국인 유학생들은 모두 회의 기간에 칭다오를 떠나 있으라는 '권고'가 학교를 통해 전달되었다. 비행기표나 기차표 등 회의 개막 전에 칭다오를 떠난다는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 했다. 떠나지 않으면 회의 기간 내내 경찰이 밀착 감시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한국인 유학생들은 남은 비자기간과 상관없이 떠밀려 귀국하거나 다른 도시로 떠났다.
회의 기간에 칭다오 국제학교들은 모두 휴교하거나 일찍 방학에 들어갔고, 회담장 주변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회의기간에 휴가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내가 다녔던 중국 해양대의 라오산 캠퍼스에 친구를 만나러 갔더니 주변 음식점과 상점이 모두 문을 닫고 '회의 기간 잠정 휴업'이라는 표지를 달았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지역은 회의장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진핑과 푸틴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에 보안을 강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도가 좀 지나치고, 외국인들이 예비 용의자 취급 받는 것 같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칭다오를 다녀온 나의 소감은 '애증이 교차한다'는 것이었다. 칭다오가 더 쾌적한 도시로 거듭났으니 좋았다는 면과, 보안 검색이 강화돼 불편하고 짜증스러웠다는 면이 교차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 역시 양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좋다 할 것도, 무조건 싫다 할 것도 아니다. 세상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