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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수령 의혹에 편승했던 '촛불 발포' 무지에 대하여…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6.09 10:24 수정 2018.06.09 11: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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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가 SBS와 JTBC의 위수령 보도 공방에 대해 ‘조정 불성립’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지난 6일 SBS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취재파일] SBS·JTBC 위수령 공방…언중위 '불성립' 결론) 지난 3월 20일 JTBC가 “촛불 집회 시기에 국방부가 위수령 발동을 위해 병력 출동을 검토했다”고 보도하자 SBS는 3월 23일부터 “국방부는 이철희 의원의 질의와 관련해 위수령 제도 자체를 들여다봤다”고 반박했던, 전례가 드문 언론사 간 논쟁이었습니다. JTBC는 “명예와 신뢰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언론중재위에 SBS의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을 신청했고 언중위는 불성립 결정을 내렸습니다. SBS는 정정 보도는커녕 반론 보도도 할 일이 없습니다.

언론중재위 결정이 나오자 기자에게 새삼 수도방위사령부(이하 수방사) '촛불 발포 지침' 보도의 진상을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여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촛불 발포 지침의 전말을 밝히겠습니다. SBS와 JTBC의 보도 경쟁 말미인 지난 3월 27일 한 매체가 깜짝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그 매체는 “수방사가 촛불 시민들의 청와대 진입을 가정해 발포 계획을 세웠던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시위대가 초병의 총기를 빼앗으면 신체 하단부를 사격하기로 했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JTBC의 촛불 무력진압, 즉 '촛불 위수령'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여당 고위직들은 덩달아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경악했습니다. 하지만 수방사의 촛불 발포 지침 뉴스는 무지에서 비롯된 엉터리, 가짜입니다.

촛불 시위 당시 청와대에 접근해 초병의 소총을 빼앗았다면 초병은 하체만 사격했겠지만 2018년 6월 현재의 청와대에서는 초병이 폭행 위협만 당해도 하체 사격 뒤 조준 사격합니다. 촛불 시위 때 박근혜의 청와대보다 지금의 평온한 청와대가 훨씬 삼엄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초병의 총기를 강제로 빼앗으면 피격됩니다. 빼앗긴 총기는 초병을 쏘고 방어선을 허물기 때문입니다. 

● "초병은 폭행당할 우려가 있으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48조 3항은 “초병이 폭행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상황이 급박하여 자위상 부득이할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총기를 빼앗길 때는 물론이고 초병에 대한 어떤 위협의 가능성만 있어도 사격이 가능하도록 법은 돼 있습니다. 예비역들에게는 상식 중의 상식이고 군대 근처에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이 아는 내용입니다. 군인의 총기를 빼앗겠다는 건 그 총기를 무단 사용하겠다는 것이니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이 조항을 기준으로 각급 부대는 부대별 초병 수칙을 정합니다. 각급 부대의 초병 수칙은 또 때와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됩니다. 수방사의 청와대 초병 수칙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와 같은 평시에는 초병을 폭행하거나 초병의 총기를 빼앗으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생명을 거둘 수도 있는 조준 사격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촛불 시위 때는 사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조준 사격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초병 대응의 최고 수준을 조준 사격 전 단계인 하체 사격으로 묶어버린 것입니다. 육군 핵심 관계자는 “촛불 시위대가 청와대까지 들이닥칠 것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초병의 사격 기준을 제한해 만약의 사태에도 희생을 줄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모 매체의 보도는 “군이 촛불 시민을 작전 대상, 즉 적으로 여겨 발포 계획을 짰다”고 묘사했습니다. 창피한 수준의 가짜 뉴스입니다.
김태훈 취재파일● 무지한 비난과 기이한 침묵

수방사의 발포 지침이 ‘촛불 위수령’의 증거라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여당의 원내 대표는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당의 한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군이 위수령 발동도 모자라 총기 발사까지 검토했다니 경악스럽다”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여당 지휘부의 집단 망발이 오히려 경악스럽고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이었지만 ‘군알못’ 정치인들의 허튼소리가 하루 이틀 아니었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놀라운 건 국방부의 침묵이었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수방사 발포 지침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의 국방부 지휘부 회의를 “기이하고 기괴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장관 이하 그 누구도 보도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여당의 무지를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나면 전우가 될 자신의 부하들이 무지몽매한 자들에게 짓밟히고 있는데, 군의 명예가 헌신짝이 됐는데 국방부 고위직들은 하나같이 입을 닫았습니다.

오보에 강력 대응하라는 게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지침인데도 국방부는 청와대의 언론 대응 지침을 상대에 따라 달리 적용합니다. 수방사의 촛불 대비 계획 문건을 밖으로 빼돌려 국회, 언론사에 제공한 자 역시 군인일 겁니다. 권력에 아부해 한자리 꿰차고, 자리보전하려는 얄팍한 정치 군인들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