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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장비 없어 혈액 검사도 못 했다…군 병원, 의료 실태 최악

식탁에서 부검하기도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작성 2018.06.05 20:54 수정 2018.06.05 2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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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저희가 전해드렸던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고 홍정기 일병 역시 전방부대에 있었습니다. 뇌출혈과 급성 백혈병 때문에 군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지만 흔한 혈액검사 한 번 받지 못하고 21살에 눈을 감아야 했습니다.

의료 시설을 더 챙겨주고 더 먼저 갖춰야 할 전방 부대가 오히려 더 낙후된 실태, 이어서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구토와 이유 없는 멍, 그리고 혈종까지 고 홍정기 일병은 전형적인 백혈병 증상을 보였습니다.

혈액검사만 했으면 어렵지 않게 병을 진단해 낼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유성호 교수/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 아, 이거 안타깝네요. 여기 보면 백혈구 수치가, 정상 수치가 4에서 11인데, (홍 일병은 사망 전) 305에요. 정상 수치의 거의 30배에 가까운 수치죠. 골수 검사를 했으면 어떤 백혈병인지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홍 일병의 병세를 오판했던 당시 군의관조차 혈액검사를 했으면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소규모 전방 부대에는 혈액검사 기구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당시 홍정기 일병 진료 군의관 E : (혈액 검사 장비가) 없어요. 장비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없어요, 아예. 그냥 눈으로 보고 바로 진단하고 약 처방하는 것 밖에는 없어요.]

사단급의 큰 규모 전방 부대에는 검사 기구는 있지만 이번에는 검사할 인력이 마땅치 않습니다.

[당시 홍정기 일병 진료 군의관 D : 검사 결과를 무자격자(의무병)가 검사를 해서 나온 해석을 믿을 수 있느냐를 좀 생각을 하게 되죠. 검사 자체는, 피 뽑고 하는 거는 의무병들이 하겠죠. 혈구 수치 같은 거 세는 것도 의무병이 하고.]

아프거나 다친 사병들을 제대로 돌볼 의료 기구가 부실하다 보니 사병이 사망한 경우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분명히 식탁입니다. 그런데 강원도의 대형 군 병원들은 시신 부검대로 써왔습니다.

망자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처에 유족들이 2014년에 항의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2년 뒤 감사에서 또 지적을 받았습니다.

전방 군 병원의 의료 실태를 개선하려면 개선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한된 군 의료 예산을 배분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후방의 경우는 민간 의료 체계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게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철희/민주당 의원 (국회 국방위) : 전 이거는 결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에 우리 병원이 얼마나 시설이 좋습니까? 의료진도 기술이 좋잖아요. 이걸 이용할 수 있게끔 해주면 저는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후방 군 병원에서는 불법 의료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전방의 의료 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건데 이 문제는 국군의무사령부 체제 개편이라는 현안과 맞물려 있어서 논의가 잘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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