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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온난화, 1.5℃ 상승과 2℃ 상승의 차이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6.05 08:35 수정 2018.06.05 09: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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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지구온난화, 1.5℃ 상승과 2℃ 상승의 차이는?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 세계 약 200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당사국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기존 목표였던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데 합의했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정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이다.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과 2℃ 상승,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평균 기온 0.5℃ 차이는 어떻게 나타날까? 왜 하필이면 1.5℃를 궁극적인 목표로 정했을까?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에서 1.5℃로 낮출 경우 생태계 다양성은 어떻게 달라질까?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2℃ 상승할 때 동물과 식물이 맞닥뜨릴 수 있는 기후변화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특히 곤충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66%나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Warren et al., 2018).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에 발표됐다.

영국과 호주 공동 연구팀은 육상 생물 11만 5천 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가 이들 생물의 행동권 크기(range size)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평가했다. 행동권은 특정 개체가 먹이를 찾거나 새끼를 기르기 위해 활동하는 영역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서식 환경이 달라져 결국 행동권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는 3만 4천 종의 곤충과 다른 무척추동물까지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결과 2030년 이후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 정도 상승하게 되면 곤충의 경우 행동권 크기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4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이 위험으로 작용해 곤충의 49%는 활동 영역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는 뜻이다. 식물의 경우는 44%, 척추동물의 경우도 26%가 서식 영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만약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하면 곤충의 경우 행동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18%로 떨어지고 식물은 16%, 척추동물은 8%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3℃ 상승할 때와 비교하면 기온 상승폭이 2℃로 작아지기만 해도 3℃ 상승할 때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식물의 2/3가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할 경우 그 만큼 생물의 다양성이 보존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기온 상승으로 인해 행동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는 곤충의 경우 6%에 불과하고, 식물은 8%, 척추동물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궁극적인 목표치인 1.5℃를 달성할 경우 2℃ 상승할 때와 비교해 기온 상승으로 인해 행동권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동물과 식물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특히 곤충은 무려 66%나 감소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아래 그림은 기온 상승폭이 작아질수록 행동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보여준다(아래 그림 참조).

기온 상승에 따른 행동권 절반 이하 축소 비율(단위 %, 자료:Warren et al, 2018)이번 연구 결과는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2℃ 상승할 때와 비교하면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이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1.5℃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효과를 구체적이고도 정량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할 경우 식물과 곤충이 거의 현재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물은 지구생태계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1차 생산자이고 곤충은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곤충이 있어야 꽃가루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게 되고 또한 다른 동물의 먹이가 돼 지구 생태계가 먹이사슬로 연결된다. 또 각종 곤충이 폐기물을 분해해 지구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지구 평균 기온이 3℃ 이상 올라가 곤충의 절반 정도가 사라진다면 단순히 곤충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올해(2018) 인천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48차 총회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IPCC에 이례적으로 요청한 '1.5℃ 특별보고서'가 승인될 전망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 이어 전 세계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이 1.5℃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평균기온 상승폭 1.5℃가 바로 지구 생태계를 현재와 유사하게 지킬 수 있는 바로 그 온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3년 동안 전 지구 평균 기온은 0.85℃나 상승했다. 1.5℃까지는 이제 0.65℃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는 지금 이 시간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온실 가스 관측소인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4월 관측사상 처음으로 410ppm을 넘어섰다.

<참고문헌>

* R. Warren, J. Price, E. Graham, N. Forstenhaeusler, J. VanDerWal. The projected effect on insects, vertebrates, and plants of limiting global warming to 1.5℃ rather than 2℃. Science, 2018; 360 (6390): 791 DOI: 10.1126/science.aar3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