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사랑으로 뽑아줘요~한국당 밧데리(배터리)가 가득 찼어요. 모두모두 잘살아 행복하게 잘 살아, 한국당 국민 밧데리.”
“아기 바람! 뚜루루뚜루~안전한! 뚜루루뚜루~한국당! 뚜루루뚜루 기호 2번!”
5월의 마지막 날 오후 4시 20분. 부산의 명소 가운데 하나라는 책방골목 앞 사거리에 자유한국당 취재기자들을 태운 버스가 멈췄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서 내려 보니 중구청장 후보의 유세차 앞에서 붉은 티셔츠에 붉은 조끼, 붉은 모자와 흰 장갑 차림의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이 한창이다. 배경음악은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와 인기 동요 ‘상어가족’을 개사한 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곡.
귀를 때리는 선거송을 들으며 자리를 잡고 앉은 지 몇 분 후에 홍준표 대표가 도착해 유세차에 올랐다. 장제원 의원은 지지자들과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고, 김무성 의원은 웃으며 자리를 비켜줬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부산에서 계획한 4번의 유세 가운데 스타트를 끊는 곳이다. 홍 대표는 유세의 운을 뗐다. “서병수는 지금 딴 데 갔는 모양이죠? (씨익)”
사람들의 추임새는 경제 위기를 강조할 때 가장 많이 나왔다. 홍 대표가 “내 아들 취직이 잘 됩니까? (왜 자꾸 아들 취직만 강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사가 잘 됩니까?”라고 물을 때 유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닙니다!”를 외쳤다. 물론 그 목소리는 천안보다 부산, 부산보다 포항에서 컸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연대, 주사파, 전교조, 민노총 그리고 북한 김정은만 보살폈다”는 말에는 대답하는 사람이 소수에 그쳤다.
홍 대표의 1박 2일 유세는 꽤 외로워 보였다. 보통 당 대표가 지원 유세를 나가면 함께 유세차에 올라 얼굴 도장이라도 찍으려 하는 현역의원들이 많기 마련인데 도우러 온 의원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천안에서는 사무총장인 홍문표 의원, 부산에서는 김무성, 장제원 의원이 유세장에 왔다. 그나마 울산은 대책회의를 겸하는 자리였던 만큼 정갑윤, 정진석, 이채익, 박맹우, 강효상 의원이 자리를 채웠다. 포항도 보수 텃밭인지라 박명재, 김석기, 김정재 의원이 자리했다.
다른 데는 차치하고 11명의 한국당 의원이 있는 부산을 한국당 당직자와 함께 톺아봤다. ‘왜 달랑 2명의 의원만 왔을까?’ 의원총회장에서 홍 대표랑 싸운 의원, ‘바퀴벌레’에 ‘연탄가스’ 공격으로 완전히 사이가 금이 간 의원, 처음부터 홍 대표와 친하지 않은 의원, 지방선거 공천 때문에 마음 상한 의원 등을 다 빼고 나니 정말 올 사람이 없어 보였다. 부산 의원들은 이날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홍 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울산으로 이동했다.
출마자들이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원하지도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유세를 부산역에서 시작한 서병수 시장은 홍 대표와 함께 유세차에 오르지 않았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일찌감치 자기 힘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을 전한 상황이고, 공식 선거 운동 직전 SNS 설전을 벌인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도 홍 대표가 달가울 리 없다. 이쯤 되면 유세 일정을 짜는 당직자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홍 대표의 유세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건 ‘사전 투표’를 계속 강조했다는 점이다. 13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8, 9일에 있는 사전 투표 때 가서 한국당에 ‘줄 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전 투표는 지금까지 주로 젊은 층이 참여해왔다. 보수층은 투표 당일에 봉고차로 유권자를 실어 나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당일 투표에 사활을 걸어왔는데 도대체 왜? 경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그게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택한 전략이라고. 회담 결과가 파격적으로 나온다면 그날 투표가 크게 불리할 게 틀림없기 때문에 이른바 ‘집토끼’들을 안전하게 미리 붙들어두겠다는 심산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