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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백혈병에 감기약 처방…홍 일병 살릴 수 있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6월 1일 (금)
■ 대담 : SBS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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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격 의무병이 의료행위 한다는 제보 받아
- 일반인이 입대해서 주사에 수술 보조까지 해
- 5주 훈련 기간 동안 엑스레이 촬영까지 배워
- 전문가 아니다 보니 오진 확률도 높아져
- 급성 백혈병 증상 호소에 감기약만 처방
- 전문의가 백혈병 의심했지만 부대 복귀시켜
- 백혈병으로 인한 뇌출혈 악화로 병사 사망


▷ 김성준/진행자:

군 병원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은 늘 흔히 하는 얘기잖아요. 무기부터 병영 문화까지 최첨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최근에도 군 의료체계만큼은 여전히 엉터리라는 것을 저희 SBS 보도본부 탐사보도부가 연속해서 보도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군 병원의 문제, SBS 보도국 탐사보도부 김종원 기자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김종원 기자: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군대 병원이 원래 그렇지. 이런 얘기들 사실 많이 하잖아요.

▶ SBS 김종원 기자:

이번 취재하면서 제가 제일 많이 들은 얘기도 그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게 8시 뉴스 보도 내용 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SBS 김종원 기자:

모든 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세상인데. 군 병원만큼은 아버지 세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느꼈는데요. 군의관에게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면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최근에 전역을 한 군의관들이 제보를 익명으로 하나둘 주셨는데. 가장 핵심 되는 내용은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의무병이 의료행위를 한다. 한 마디로 불법 의료행위가 횡횡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무자격 의무병이라면 어떤 자격이 없다는 겁니까?

▶ SBS 김종원 기자:

의료 관련 자격인데. 의무병이라는 게 일반 사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입대해서 이병, 일병 올라가는 사병인데. 의무대에서 일을 하게 되면 의무병이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환자를 돌보게 될 것이고요.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엄격하게 의료법이라는 게 의료 관련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있죠. 

예를 들면 간호사, 간호조무사, 아니면 응급구조사. 이런 자격증들이 있는데. 이런 아무 자격증이 없는,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나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 군에 가서 처음으로 주사를 놔보고, 심지어 수술 보조를 한다거나. 이런 일을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군에 가서라도 일정 기간 교육을 받는다거나. 그렇다면 기본적인 것들은 또 할 수 있지 않나요? 그것도 불법인가요?

▶ SBS 김종원 기자:

사실 불법이죠. 자격증이 없이 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하더라도 불법인데. 흔히 야매, 이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비슷한 맥락인데. 그렇다고 해서 실력은 그러면 있느냐, 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거예요. 의무병들이 훈련소를 마치고 기본적인 의무병 교육을 받는데 기간이 4주에서 5주입니다. 이 기간에 주사 놓는 것, 심지어 엑스레이 찍는 것까지 배우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렇다면 자격증이 왜 있겠습니까. 엑스레이도 방사선기사라는 자격증도 있어야 하고, 주사도 당연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이런 분들이 하는 것이고. 상당 기간 수련을 해서 자격증을 따야만 할 수 있는 행위인데. 그것을 4주에서 5주에 압축해서 한 번에 다 배우는 거예요. 그리고 현장으로 가면 당연히 못 하겠죠. 이론만 배운 것이니까. 어깨너머로 선임병들에게 배운다고 해요. 주사 놓는 법, 엑스레이 찍는 법 이런 것을. 당연히 기술이 전문가가 하는 것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의무병이 심지어 어떤 것까지 했다, 이런 사례들이 있습니까?

▶ SBS 김종원 기자:

저희 뉴스에도 나왔는데. 저희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복강경 수술에 의무병이 동원된대요. 복강경이라는 게 배를 굳이 째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게 맹장염 수술 같은 게 있는데. 작은 구멍을 뚫어서 기구를 집어넣어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보면 배 속에 들어가는 기구가 세 개, 네 개 됩니다. 사람 손이 두 개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의사가 두 개를 들고, 나머지를 원래 병원이라면 간호사라거나 인턴, 레지던트 이런 분들이 와서 같이 하는데. 군 병원에서는 이것을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 의무병이 와서 한다는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섬찟하네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사람 배 속에 무언가 기구가 들어가는데 그것을 무자격자가 하고 있다는 얘기죠. 물론 군 병원에서는 그게 사실 그래 봤자 카메라로 비춰주는 정도의 역할이다. 이렇게는 얘기하는데. 이게 사실 카메라가 한 자리에 계속 가만히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의사 움직임에 따라서 이 카메라도 따라서 움직여줘야 하는 건데. 전문가들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얘기합니다. 자칫 장기를 건드리면 크게 장기 손상이 올 수도 있고. 굳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더라도 40분이면 끝낼 수술을 4시간씩 하고 있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거든요. 환자 몸에 무리가 가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아까 엑스레이 얘기 잠깐 해드렸는데. 엑스레이를 비전문가가 찍다 보니까 사진 판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못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러면 오진의 확률이 높아지고요. 그다음에 설사 오진이 나지 않다 하더라도 의사가 다시 찍어와, 다시 찍어와. 지시를 하다 보니까 한 번만 찍으면 될 것을 5번, 6번 찍다 보면 당연히 엑스선에 노출도 그만큼 많이 되겠죠. 이런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제(31일) 보도된 거죠. 故 홍정기 일병 사례. 그 얘기가 굉장히 충격적인 것 같아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습니다. 홍정기 일병이라고 육군이었는데. 2016년 3월 달에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뇌출혈이었는데. 그 뇌출혈이 급성 백혈병 때문에 생긴 뇌출혈이었거든요. 그런데 홍 일병이 처음 증상을 보인 것은 2016년 3월 13일이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두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찾아갔는데. 이때 두통 이외에도 몸에 이유 없는 붉은색 멍이 들어있는 증상이 나타났어요.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백혈병의 증상이다. 이유 없는 명이 든다는 것. 이렇게 얘기하던데. 그 상태로 갔지만 군 병원에서 전공이 전혀 다른, 무슨 전공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전혀 다른 전공의 당직 군의관이 보면서 백혈병이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죠. 그래서 두드러기약만 줘서 돌려보냈고. 이 사이에 점점 병세가 악화되면서 8일이 지나니 너무 고통이 심한 상태가 돼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에 멍이 드는 증세가 더 심해지고, 두통도 심해지고. 이래서 다시 군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때도. 이때쯤이면 사실 웬만한 의사였으면 다 알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예요. 왜냐하면 온몸에 이미 멍과 혈종이 퍼져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때도 군의관은 백혈병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물론 혈소판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본인이 생각은 했다고 해요. 하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역시 감기약만 줘서 돌려보내고.

▷ 김성준/진행자:

그때 감기약을 왜 줘요?

▶ SBS 김종원 기자: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까. 백혈병이 감기 기운이 또 있다네요. 그래서 감기약을 줘서 돌려보냈고. 오전에 감기약만 받아서 왔는데 홍 일병이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오후에 도저히 못 참아서 간부에게 허락을 받고 군대 근처의 조그만 의원, 민간 의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 의원에서는 보자마자 이건 혈액암, 즉 백혈병이죠. 혈액암 위험이 있다. 긴급하게 혈액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소견서를.

▷ 김성준/진행자:

의원이면 원래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이 의원 하는 것 아닙니까?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그리고 또 여기는 지방이기 때문에 굉장히 작은 동네 의원이었는데. 그 의원의 의사도 대번에 백혈병 의심을 했어요. 소견서까지 떼어줬는데 다시 그냥 부대로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다음 날 큰 군 병원에 예약이 돼 있다는 이유로 긴급하게 혈액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지만 간부가 데리고 들어가 버린 거예요. 

이날 밤에 문제가 커진 거죠. 밤에 홍 일병이 12시 넘어서 거의 잠을 못 잘 정도로 계속 구토를 하고, 심지어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까지 악화가 되면서 야간 군 병원 의무대를 찾아가는데. 야간 시간이 되니까 의무대에 군의관이 없는 거예요. 의무병이 나와서 홍 일병을 맞이하고, 의무병이 상태를 살피고, 의무병이 와서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우리보다 윗 단계 상급 의무대로 데리고 가자고 판단해서. 의무병이 홍 일병을 상급 의무대로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이 상급 의무대에 갔는데도 역시 의무병이 나와서 간단한 문진을 하고. 의무병이 또 다른 의무병을 불러서 엑스레이를 찍게 해요. 그런데 구토를 하니까. 지금 백혈병으로 인한 뇌출혈이 진행됐기 때문에 구토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엉뚱하게 구토를 한다고 하니까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요. 전혀 상관없는 부위의 엑스레이를 찍은 거죠. 이게 40분이 지났는데 이때까지도 군의관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엑스레이까지 다 찍어놓고 나니까 군의관이 나왔는데. 이 군의관도 역시 해당 전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보고...

▷ 김성준/진행자:

참 전공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정도 상황이면 뭐든지, 이건 굉장히 심각하다는 느낌을 일반인이 봐도 받았을 것 같은데요.

▶ SBS 김종원 기자:

왜냐하면 전 사단의 야간 상황에는 군의관 딱 한 명이 당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공이 이렇게 잘못 걸리면 잡아내지 못하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만약 일반 병원이었으면 어땠을지 저희가 취재 내용 중에서 의사 전문의의 소견을 들어봤는데. 한 번 들어볼까요?

▶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의사라면 이 정도의, 꽤 오랫동안의 두통, 창백함, 여러 전신의 출혈. 이러면 굉장히 두려운 진단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왜 보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갑자기 멍이 들어요, 이러면 병원에서 빨리 큰 병원에 갔으면. 지금쯤 항암 치료를 받고 있겠죠.

▷ 김성준/진행자:

항암 치료를 받아야 될 사람이 감기약을 먹은 거네요.

▶ SBS 김종원 기자:

결국 그래서 이날 밤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뇌출혈이 심해져서, 백혈병으로 인한 뇌출혈이 심해져서. 결국 홍 일병은 사망합니다. 수술을 했지만 손도 못 써보고 사망합니다. 방금 전문가인 법의학 박사께서 말씀하셨 듯이. 왜 그러면 이송을 하지 않았느냐. 본인의 손으로 치료 못 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면 적어도 좀 이상하면 이송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뭐라고 하냐면. 이 밤에 군에서 대형병원으로 이송시키려면 관계자들이 계속 일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만약 갔는데 꾀병 환자들이 군에 있다 보니까. 만약 별 게 아니었다면 자기가 안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자기가 자기의 전공이라 정말 확신이 있으면 보내겠지만. 이렇게 전공이 달라서 긴가민가 확신이 없을 때는 그렇게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결국 그런 이유 때문에 건강했던 병사 한 명이 숨졌다. 이렇게 저희는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 이게 ‘군대 병원이 다 그렇지 뭐’, 이 소리가 사라지려면 아직도 멀었군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고요. 후속 보도가 있다니까 후속 보도 또 보면서 추가로 궁금한 게 있으면 김종원 기자 초청하겠습니다. 오늘 수고 많이 했습니다.

▶ SBS 김종원 기자: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SBS 김종원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군 복무라는 게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입니다만. 복무하는 군인의 건강을 챙기는 일은 나라의 의무잖아요. 서로가 의무를 충실히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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